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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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작은 마을 앤더베리에 사는 에디와 미키를 포함한 12살의 다섯 친구들은

어느 날 숲속에서 머리가 사라진 소녀의 토막시체를 발견한다.

이후 그들의 일상은 세차게 흔들고 다시 내려놓은 스노볼처럼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현재, 숲속 사건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미키의 방문에 당황한 에디는

그의 방문과 동시에 날아든 (숲속 사건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에 더더욱 놀란다.

흐지부지 마무리됐던 경찰의 수사결과와 달리 별도의 진실이 있다고 믿게 된 에디는

결국 30년 동안 기억 속에 묻어뒀던 숲속 사건의 진실을 찾기로 결심한다.

 

● ● ●

 

숲에서 발견된 10대 소녀의 토막시체, 순수와 악마성을 겸비한 12살 소년소녀들의 혼돈,

사랑과 평화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안으로는 균열 투성이인 가족들,

축제, 폭력, 낙태, 교회, 권위 등으로 뒤범벅된 소도시 주민들 간의 노골적인 갈등,

그리고 30년이 지난 후에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벌이는 느닷없는 진실 공방 등

초크맨은 꽤나 다양한 서사를 한데 버무린 작품입니다.

심지어 읽는 동안 곳곳에서 스티븐 킹의 호러 판타지의 느낌을 종종 받곤 했는데,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기 전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니 스티븐 킹 본인이

내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코멘트를 했다고 해서

제가 잘못 읽은 건 아니구나, 라며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초크맨은 정통 미스터리나 스릴러로 보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오히려, 끔찍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12살 소년소녀의 성장소설의 면모가 더 강합니다.

동시에 30년이 지나서도 12살 무렵의 악몽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있는,

어쩌면 평생 그 짐을 짊어져야 하는 운명에 빠진 엉망진창 중년들의 회상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 에디가 30년 전 숲속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주된 서사이고,

관련자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그날의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거듭 새롭게 밝혀지며,

결국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과정을 거쳐 진범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구조임엔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연과 우연이 겹친 끝에 만들어진 운명 같은 필연이 연이어 등장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몽환적인 설정이 꽤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다,

메인 사건과 연관 있긴 해도 별개처럼 보이는 소소한 해프닝들이 적잖이 전개돼서

간결하고 명확한 한 줄 스토리 정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별 1개를 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워낙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고 인물관계도 복잡해서

그 내용들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두루뭉술한 서평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캐릭터들은 생생하고 다양한 크기의 반전들도 끊임없이 등장하며,

호러와 미스터리가 겹겹이 쌓인 덕분에 페이지는 무척 잘 넘어갑니다.

, 흐트러진 단서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선명한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약간은 질척이는 전개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진범 찾기 이상의 복잡한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꽤 좋은 성적을 낸 초크맨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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