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하루가 멀다 하고 헌책방을 드나들며 고서를 수집하는

마법에 이끌리듯 들어서선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낡고 허접한 책자를 집어 든다.

오래전 문을 닫은 정신병원의 입원 안내서, 무명작가가 직접 쓰고 제본한 삼류 탐정소설,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끝나버린 소년 만화, 매혹적인 여인의 사진이 실린 영화 서류철 등...

수수께끼 같은 헌책을 입수한 후 나타나는 섬뜩한 징조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작가를 찾아 나서거나 내용의 진위를 파헤치거나 미완성 부분을 직접 메우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책장 안쪽의 세계가 서서히 현실을 침범해온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중고서적을 쉽게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헌책방에 대한 아날로그적 느낌은 아련하고 애틋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 무대인 헌책방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소설 중심의 헌책방이 아니라

병원 안내 서적이나 영화제작 관련 서류철 등 그야말로 종이로 된 모든 것이 보관된,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오래된 종이들의 보관소같은 느낌입니다.

 

헌책방을 찾는 를 그린 다섯 편과 헌책방을 운영하는 를 그린 한 편까지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입니다.

다섯 편의 는 그다지 잘 나가지 못하는 작가지만 헌책방에서 구한 귀한 자료들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거나 그 자료들 속에 숨어있는 진실 찾기에 나서곤 합니다.

는 늘 헌책방에서 구한 자료들을 볼 때마다 기시감 또는 묘한 운명 같은 걸 느끼는데

실제로 그 자료들을 추적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닿아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추적의 끝이 대체로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파국은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미쓰다 신조 류의 기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에 수록된 기담들 자체는 공포심이나 여운에 있어 그리 파괴력이 크진 않습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소름 돋는 기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소한 해프닝의 기록이라고 할까요?

물론 마지막 수록작에서 밝혀지는 기담을 파는 가게의 진실은 꽤나 놀라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마지막 수록작에서 모두 밝혀집니다.

 

무서운 기담을 바랐던 독자에게는 좀 실망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쓰다 신조와는 좀 다른 톤의, 그것도 헌책방에 관한 소소한 기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나절이면 완독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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