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구 나와 23인의 노예 2 - 소설
오카다 신이치 지음, 이승원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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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교정기를 닮은 SCM(Slave Control Method)을 착용한 사람끼리 게임을 벌여

이긴 사람은 주인이 되고, 진 사람은 그의 노예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 덕분에

이 시리즈의 1편을 찾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말초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때론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통제 가능한 인간 노예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근원적인 욕망을 집요하게 묘사함으로써

그 나름의 미덕도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어찌하다 보니 2년 만에 2편을 읽게 됐는데,

무엇보다 SCM이라는 기발한 도구를 만들어낸 창조주의 실체와 목적이 궁금했고,

1편에서 주인과 노예로 갈라선 인물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이 (많기도 했지만)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고,

1편의 인물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병풍처럼 등장하기만 한데다,

1편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더라도 저처럼 꽤 공백이 긴 독자들로서는

그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거나 기억하기 쉽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곤혹스러웠습니다.

(제 경우, 1편의 각 에피소드를 정리한 메모를 옆에 두고 읽었는데도 혼란스럽더군요.)

 

이야기 역시 확장이라기보다는 연재를 위한 연장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하나의 큰 줄기 없이 개별적인 사건들만 나열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물들의 목표가 불분명하다 보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도 감소되고,

결국 누구와 누구의 싸움인지, 선과 악의 대결인지, 그저 판타지인지도 모호해집니다.

덧붙여, 1편의 프리퀄 격인 에피소드들이 간간이 소개되는데,

그 역시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서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고전적 혹은 정통 서사에 익숙한 독자와 달리

굳이 큰 줄기의 스토리가 없더라도 개별 에피소드만 재미있다면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는,

말하자면, 파편적인 서사에 익숙한 독자에겐 흥미롭게 읽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SCM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과정이라든가,

1편에서 절대적 주인으로 이름만 거론됐던 류오우의 정체가 드러나는 대목,

또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두 여자 캐릭터의 활약을 예고한 후반부 등은

따로따로 떼어놓고만 보면 긴장감도 높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좀 읽어보려 했는데 인터넷 서점이나 장르물 카페에선 찾기 어려웠고,

블로그는 대부분 만화판에 대한 언급들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이후에 나온 3편과 외전까지 읽게 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아직 이 시리즈를 접하지 못한 분께 1편만큼은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폭력적인 묘사와 선정성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은 제외)

일본스러운기발한 상상력과 판타지의 조합을 맛볼 수 있는 정말 특이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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