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감옥
우라가 가즈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5년 전, 뜨거운 밀회를 마친 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우라가와 아야코.

우라가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지만, 아야코는 의식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로부터 5년 후, 미스터리 소설가가 된 우라가는 아야코의 오빠의 연락을 받고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요시노, 기타자와와 그를 방문하지만 밀폐된 지하실에 갇히고 만다.

지하실에서 나갈 수 있는 조건은 셋 중 누가 아야코를 밀쳤는지 고백하는 것.

동시에 지하실 밖에서는 메일 교환을 통한 완벽한 알리바이의 교환 살인이 진행된다.

과연 교환 살인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경악의 결말은 무엇일까?

(출판사 책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하였습니다)

 

● ● ●

 

무척 독특한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만났습니다.

분량도 짧고, 이야기도 간결한데다, 지극히 쉽고 평이한 문장들로 쓰였지만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위화감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구성과

제대로 뒤통수를 치는 예상 밖의 반전 덕분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 책 소개를 보면 두 이야기가 별개의 것처럼 전개되는 이중 구조라든가,

밀실 트릭, 교환 살인 등 다채로운 코드를 맛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 코드들이 복잡하거나 심도 있게 묘사된 것은 아닙니다.

일본 미스터리의 마니아라면 너무 싱거워!’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중반부까지의 이야기 전개는 단선적이고 평면적으로만 그려질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심플-단선-평면적인 흐름 탓에 독자는 이게 뭐지?’라는 위화감을 갖게 되는데,

바로 그 점이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요인이 됩니다.

꽤 충격이 큽니다. 방심하고 있다가 맞는 매가 더 아프고 놀랍듯이 말이죠.^^

 

마지막 장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작가가 꽤 많은 힌트를 줬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잘 짜인 미스터리 작품이 그렇듯이 힌트는 잘 위장돼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만들곤 했습니다.

어쩌면 잘 위장된 힌트야말로 이런 종류의 미스터리를 맛깔나게 하는 덕목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일찌감치 힌트를 눈치 채고 결말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렇게 똑똑한 독자가 별로 부럽진 않습니다.

미스터리를 읽는 재미란 게 정답 맞추기보다 뒤통수 맞기에 더 기인하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수면의 감옥은 작가에게 당하고도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번역하신 이연승 님은 우라가 가즈히로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파격입니다.

세간에서 금기시하는 소재를 과감히 도입해 현실 세계를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의 어두운 일면을 예리하게 파고든 작품들을 써내며...”라고 소개하시면서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도 주변에 추천하기 힘든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

더더욱 기대와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심술꾸러기 악동 같은 천재라는 우라가 가즈히로의 작품이 좀더 많이 소개되기를 바라면서

특히 출간된 지 10여년 만에 재평가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는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뒤를 잇기를 살짝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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