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우 -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4년 전 유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던 글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그의 아내 진은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그녀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녀 역시 희생자일까?

수많은 언론사의 제의를 뿌리치며 침묵을 지키던 진이

어느 날 베테랑 여기자 케이트의 독점 인터뷰에 응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남편과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소개글 인용)

 

● ● ●

 

최근 들어 가족에게 닥친 비극 또는 부부간의 심연처럼 깊은 갈등을 다룬 작품들은

예외 없이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나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를 언급하며

독자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곤 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스티븐 킹은 “‘나를 찾아줘걸 온 더 트레인을 좋아한다면

이 책도 읽고 싶을 것이다.”라는 추천사를 썼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를 찾아줘를 빗대어 홍보한 작품 가운데

100% 공감할 수 있었던 작품은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홍보글 때문에 나를 찾아줘의 판매고만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위도우, 비밀을 삼킨 여인나를 찾아줘를 홍보 포인트로 삼은 작품 가운데

그래도 만족도가 꽤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반전이나 충격은 그리 센 작품은 아닙니다.

진실 자체보다 그것이 드러나는 과정, 즉 심리적인 묘사에 주력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마지막 장까지 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구성의 힘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우선, 네 명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유괴 용의자 글렌의 아내 진, 담당 형사 밥 스파크스, 베테랑 여기자 케이트 워터스,

그리고 유괴된 3살 소녀의 엄마 던이 그들입니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독자는 동일한 사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네 화자의 치열한 공격과 수비는 얼핏 단순해 보이는 유괴사건의 진상을

점점 더 모호하고 복잡하게 만들어갑니다.

 

이외에도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교묘히 교차시킴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2006년을 배경으로는 초동 수사과정과 언론의 집요한 취재는 물론

용의자로 지목된 글렌과 아내 진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어 현재 시점인 2009~2010년을 배경으로는 거의 미제에 그칠 뻔 했던 사건이

새로운 단서와 함께 재점화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듯 네 명의 화자,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은

단순히 복잡하게 꼬아놓았다는 것 이상의 힘을 지니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기자와 경찰의 역할은 전형적인 모습을 보일 뿐이지만

딸을 유괴당한 던과 용의자의 아내로 전락한 진의 심리나 행동의 변화는

이런 구성의 힘 덕분에 훨씬 더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인 진의 캐릭터나 그녀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실제로 나를 찾아줘걸 온 더 트레인을 연상시킵니다.

 

부제인 비밀을 삼킨 여인은 말할 것도 없고,

훌륭한 아내, 그게 이제 내 역할이다. 남편 곁을 지키는 훌륭한 아내라는 뒷 표지 카피는

언뜻 진을 남편의 공범으로 예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거꾸로 혹시 그녀는 희생자인가?’라고 의심케 만드는 카피이기도 합니다.

네 명의 화자, 과거와 현재의 교차라는 구성의 힘은

마지막 장까지 그녀를 가해자와 희생자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굳이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분량의 문제입니다.

워낙 어마어마한 분량의 작품이 쏟아지는 요즘이라

겨우(?) 444페이지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중간중간 동어반복으로 보이는 대목들이 등장하면서 좀 느슨해진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조금만 정리됐더라면 훨씬 더 몰입도도 높아졌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올해의 기자상까지 받았던 기자 출신 작가의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이후에도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픽션을 자아내리라 기대해봅니다.

피오나 바턴이라는 이름이 과연 길리언 플린을 넘어설지 궁금해지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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