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매드 픽션 클럽
도널드 레이 폴록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야기가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갈 무렵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선하게 사는 건 쉽지 않죠. 악마가 늘 곁에 있으니까.”

 

1950~60년대, 오하이오와 웨스트버지니아의 낙후된 소도시를 무대로

늘 곁에 악마를 두고 살았던인물들의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광기에 가까운 신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선하게 살 수 없었던 인물이 있는가 하면

악마에게 영혼을 내준 것처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악을 자행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이야기 내내 폭력, 살인, 섹스가 난무한 탓도 있지만,

소설이라기보다 르포에 가까운 서술 덕분에 불편함과 역겨움은 몇 배로 가중됩니다.

 

윤리의 부재, 경직된 가치관, 부정과 부패, 헤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불행,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함에게 지배된 소도시 속에서 악마는 거침없이 성장합니다.

암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동물과 사람을 제물로 바치며 기도에 전념하는 남편도,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며 어머니의 이른 죽음을 기원하는 아들도,

, 히치하이커를 살해하곤 반라의 상태로 사체와 뒤엉킨 채 오르가즘을 만끽하는 아내도,

그런 아내와 히치하이커의 사체를 카메라에 담으며 궁극의 쾌감을 느끼는 남편도,

, 신의 계시를 받아 부활을 실현해 보이겠다며 드라이버로 아내를 살해한 남편도,

성직자의 권위를 앞세워 닥치는 대로 10대 소녀를 능욕하는 변태 새디스트 전도사도,

뇌물은 물론 부정의 대가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부패한 보안관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악마의 자식들이며, 악마의 현신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나약하고 쪼그라든 양심을 지닌 자들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만행에 물든 그들에게 때때로 신 앞에 납작 엎드린 인간적인 면모를 슬쩍 얹어줍니다.

오래 전 한때나마 순수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하고,

지금 저지르고 있는 행동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그들의 엔딩을 참회와 반성으로 꾸며주진 않습니다.

그들의 마지막은 결국 늘 자신들의 곁에 있던 악마의 뜻대로 마무리됩니다.

 

출판사는 '오랜만에 나는 재밌지만 남에게는 추천해줄 수 없는 책을 만났다고 소개했는데

일정 부분은 맞고, 일정 부분은 좀 과장된 평이라는 생각입니다.

재미보다는 불편함이 더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인데다,

인간의 본성이라든가 신과 악마에 관한 화두 등 무거운 주제까지 던져주는 작품이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전 호감 쪽입니다만^^)

당연히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그렇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영미권에서 다양한 추리소설 상과 추천작에 포함된 이력을 보면 문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만 깔끔한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겐 소화하기 쉽지 않은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좀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주저 않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후유증은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