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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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프로듀서로서 애지중지 키워온 신인그룹과의 결별,

워커홀릭인 자신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던 남친과의 연애의 종말 등

일과 연애 사이에서 전력을 다하며 살아가던 32살의 싱글녀 스미레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약속이나 한 듯 시련들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만신창이가 된 채 고향집에 들른 스미레는 오랫동안 서먹하게 지내온 아버지에게서

기대하지 않은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됩니다.

동시에 퇴물이 된 싱글 대디 가수의 새로운 출발에 온 에너지를 퍼붓기로 결심합니다.

 

● ● ●

 

책으로도 영화로도 본 적은 없지만 그 제목만은 낯익은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 식당등을 집필한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입니다.

32살 워커홀릭 음악프로듀서 사쿠라 스미레의 다이나믹한 인생 분투기를 그린 작품으로,

행복과 웃음, 긍정의 힘과 에너지를 무한대로 발산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쿠라 스미레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크 서클로 꽉 찬 화장기 없는 32살의 얼굴, 낡은 청바지와 점퍼, 닳아빠진 운동화.

거대 음반사를 나와 1인 인디 음반사 스마일 뮤직을 세운 거칠 것 없는 뚝심.

철야를 밥 먹듯 한 덕분에 한겨울 길거리에서 좀비처럼 쓰러져 잠들기도 하는 무모한 열정.

하지만 그 열정 때문에 남친에게 버림받게 되는 기구한 운명.

무조건 타인을 믿어버리는, 부모와 고향이 물려준 시골스러움.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드라마를 안 봐서 요즘은 어떤 배우가 대세인지 모르겠지만,

예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액티브하면서도 어딘가 4차원 같은 분위기를 내뿜던

우에노 주리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이름 스미레는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

-표정-센스-배려가 없는 4캐릭터에 시골에서 전통적인 간장 공장을 경영하는 아버지는

영어 Smile을 철자 그대로 읽었을 때의 음을 따서 그녀에게 스미레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웃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래. 웃는 건 늘 타인을 향해서잖아?

그래서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거야.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게끔 늘 웃는 딸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지.

그러면 결국 너도 행복해질 테니까.

아버지는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스미레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야.

 

어른들을 위한 행복한 동화 같은 스마일, 스미레

어쩌면 그 어떤 판타지보다 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의 현실에는 스미레에게 찾아온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특별한 인연은 신기루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사방을 둘러봐도 너무나 빡빡하기만 한 현실 때문에

행복과 웃음이 갖는 긍정의 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힘찬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마녀 같은 절친들,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의지처가 되는 뛰어난 엔지니어,

음악프로듀서로서의 열정을 부활시켜준 퇴물가수와 그의 딸,

그리고 무뚝뚝하면서도 언제나 딸을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 등

스미레 주위에서 그녀를 지원사격해주는 무수한 아군들이나

마법처럼 술술 풀려나가는 상황들은 그 자체로 판타지입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가끔씩 묘한 반발감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스미레의 세상은 동화 그 자체군,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동안 몇 번씩 목구멍 깊은 곳이 뜨끈해지고

초밥 속에 뭉쳐진 겨자를 씹은 것처럼 코끝이 알싸해졌던 것은

그것이 설령 거짓이고 판타지라 하더라도

역시 행복과 웃음에게 거는 기대가 아직은 조금이나마 남아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스미레에게 찾아온 행운과 인연은 로또보다 더 만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잠시의 판타지를 통해 그래도 언젠가는...”이라는 긍정의 힘을 갖게 된다면,

반나절이면 충분히 완독할 수 있는 스마일, 스미레의 미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죠.

솔지히, 억지스러운 논리로 인생은 살만 한 것이야.’라고 주장하는 어설픈 에세이보다는

스미레의 좌충우돌 판타지가 훨씬 더 큰 위로가 돼줄 거라는 생각입니다.

 

정작 자신은 남들 앞에서 무뚝뚝한 표정밖에 지을 줄 몰랐던,

하지만 이제는 스미레에게 낯간지러운 문자도 보낼 줄 알게 된 아버지의 명품 문자 한 구절은

스마일, 스미레의 미덕을 알맞게 함축하고 있습니다.

 

행복하니까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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