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직 중학교 교사인 호카리 신이치는 한 여학생이 고발해온 학급 내 집단 괴롭힘 문제 때문에 고심 중입니다. 은폐를 암시하는 교장의 압력, 이런저런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보신주의에 가까운 소심함으로 인해 결국 호카리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맙니다. 그런데 12살 딸 유카가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호카리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집단 괴롭힘의 주동자가 누군지 알게 됐지만 호카리는 자신과 똑같이 애매한 태도만 취하는 유카의 담임에게 격분하게 되고, 결국 이 일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태는 더욱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하고,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호카리는 물론 그의 가족들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빠집니다.

 

학교폭력의 문제와 함께 그것이 파생시키는 수많은 악의와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 나카야마 시치리의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가해자를 단순히 악당으로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학교 당국을 무작정 비난만 하지도 않습니다.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정답도 아니며 만족감을 얻게 해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학교폭력은 그 자체만이 문제가 아니며, 직접 겪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숱한 갈등과 비극들을 야기한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란 뜻입니다.

 

중학교 교사인 호카리는 이 작품에서 여러 입장을 오갑니다. 학급 내 집단 괴롭힘 문제를 외면하는 비겁한 담임이었다가, 딸 유카의 자살 미수를 겪으며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가 됐다가 얼마 후엔 거꾸로 가해자로 비난받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주인공으로선 실격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감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폭력을 다루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순식간에, 그것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학교폭력이 발진시킨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호카리와 그의 가족들은 세간의 비난과 손가락질 속에서 최악의 궁지에 몰리고 맙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특유의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이 살인사건 미스터리에는 학교폭력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들까지 진지하고 절묘하게 녹아있어서 독자는 읽는 내내 단순한 흥미 이상의 심정을 품게 됩니다. 살인사건이 제대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호카리와 그의 가족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안게 되는 것은 물론 그 시발점이 된 학교폭력의 악몽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교훈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에게 응징을!”을 정당화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폭력은 학교도, 경찰도, 언론도 해결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이자 불가해한 난제라고 하소연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호카리 가족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책장을 덮을 때 개운함 따윈 생각나지도 않고 거꾸로 가슴 한쪽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것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숙명이지만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