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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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편당 50페이지 안팎에 불과해서 복잡하거나 정교한 서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수록작 모두 가가 형사의 매력과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미스터리를 잘 담아냈습니다. 또한 등장인물도 가가 외에 극소수라 대부분 가가와 범인의 ‘2인극이라 할 수 있고, 범죄 역시 흉악함보다는 그 이면의 사연들이 더 강조되는 일상 살인미스터리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수록작들의 얼개를 대략 살펴보면, 사회적 명성 때문에 저지른 치명적인 거짓말 하나가 어떤 비극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모두에게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지만 실은 그 이면에 가족 혹은 부부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가가의 추리를 통해 폭로하는 차가운 작열’,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건 어머니의 비극이란 소재 때문에 범행의 진실이 드러났을 때 더욱 더 소름을 돋게 만든 2지망’(개정판 제목은 두 번째 꿈’), 남편의 학대에 절망한 아내가 마지막 탈출구를 모색하지만 아이러니한 비극에 마주치고 마는 이야기를 다룬 어그러진 계산’, 친구의 교통사고에 의심을 품은 가가가 자신이 목격한 작은 단서들을 통해 친구 부부의 내밀하고도 서글픈 사연을 파헤치는 친구의 조언이 수록돼있습니다.

 

사회적 명성이라는 허상을 다룬 표제작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를 제외하곤 모두 가족 혹은 부부의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살인을 야기한 갈등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이슈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에다 육아의 책임까지 떠맡은 전업주부의 일탈이라든가 아내를 도구로 여기는 남편의 폭력과 학대,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투영하려는 집착에 가까운 교육열 등이 갈등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트릭 자체를 강조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경향이 상대적으로 짙어보였습니다.

 

언제나처럼 가가는 사소한 힌트를 바탕으로 범행에 쓰인 도구와 방법을 밝혀내는 예리한 관찰력”(역자 후기)을 발휘합니다. 결정적인 단서와 증거보다 담배 냄새나 샴푸 냄새, 싱크대의 유리컵이나 벽에 걸린 초등학생의 그림 같은 일상 속 흔적들이 더 큰 추리의 단초들입니다. “모든 건 현장에 있다.”는 교훈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 셈인데, 덕분에 마치 일선 형사들을 위한 교과서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반전도, 복잡한 미스터리도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사실감을 풍성하게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장편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가가 형사와 처음 만나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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