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귀 2 - 역습편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진환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살인귀 1’(각성편)이 희생자들의 몸이 끔찍하게 훼손된 채 발견된 후타바산(双葉山)을 무대로 정체불명의 살인귀가 벌이는 엽기적인 행각을 그렸다면, 후속편인 살인귀 2’(역습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시로 내려온 살인귀가 전편보다 훨씬 더 참혹한 방식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살인귀의 습격으로 식물인간이 된 아빠를 둔 15살 아이카와 9살 마미야 남매가 살인귀와 맞닥뜨리는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1편에서의 살인귀의 행각은 19금이 아니라 거의 39금에 가까운 수위였지만, ‘역습편의 경우 인용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게 인체를 훼손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튀어나와서 1편은 오히려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1편이 과연 이토록 끔찍하게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귀의 정체는 무엇인가,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등에 초점이 맞춰져서 호러 미스터리의 성격이 강했다면, ‘역습편은 초자연적인 능력과 현상을 앞세워 단순한 슬래셔 호러 이상의 심령물의 인상까지 풍겼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초자연적인 능력과 현상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그런 탓에 이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곤란해진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짧고 애매한 인상비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워낙 살인 장면 묘사가 높은 수위라 직접 읽어보세요.”라는 말도 쉽게 꺼내기가 난감합니다.

 

작가 스스로 단순히 살인귀가 마구 날뛰며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내용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작품에도 스토리에 약간의 복선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혔고, 해설 역시 슬래셔 호러로 규정했다간 큰코다친다. 호러와 미스터리가 훌륭히 융합된 작품이기 때문이다.”라고 칭찬했지만, 개인적으론 1편에선 이런 미덕들을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었던 반면 역습편은 말 그대로 엽기적인 살육극 외에 딱히 추켜세울 만한 점이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작가가 내세운 약간의 복선은 반전의 감흥을 전혀 끌어내지 못한 채 억지스럽게 보였고,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초자연적인 능력과 현상은 어떻게 해도 이입하기가 어려워서 속편을 위한 속편이란 반발심이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호러 영화의 속편들이 맞이했던 비참한(?) 운명과 별 다를 바 없다고 할까요? ‘어나더’, ‘프릭스’, ‘안구기담등 아야츠지 유키토의 호러물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을 갖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 그려진 슬래셔+초자연 호러는 억지를 덮기 위해 더 큰 억지를 부리는 듯한 인상만 받았습니다. 또 잔혹한 살인 장면들의 반복은 초반 한두 사건을 제외하곤 (갈수록 더 엽기성이 심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가 살인귀를 집필하게 된 사회적 배경 90년대 초 연쇄살인범의 집에서 다수의 호러물이 발견되면서 언론에 의해 마녀사냥 당하듯 호러물이 비난받았던 일 자체는 무척 흥미로웠고, 1편은 그 대의에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게끔 잘 짜인 호러 미스터리를 선보였지만, ‘역습편, 좀 심하게 말하면, 안 나오는 게 더 나았을 거란 게 솔직한 제 한 줄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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