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쿄 외곽의 아이이데 시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아동의 시신이 발견된다. 전날 집 근처 마트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피해 아동은 목 졸려 살해당한 후 시신 훼손의 흔적까지 가해져 있었다. 뉴스를 본 주부 호나미는 소중한 외동딸도 범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한편, 경찰은 전력으로 수사를 펼쳐나가지만 범인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가 취한 행동은... (출판사의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다루는 미스터리인데 제목이 성모(聖母)’입니다. 범인은 초반에 공개되지만, 사건의 큰 그림은 정교한 트릭과 반전을 거쳐 막판에 공개됩니다. 피해자가 어린 아동이란 점은 지독한 미스터리 마니아에게도 굉장히 불편한 설정인데,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안도감과 공감이 몰려드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성모는 제목, 사건, 트릭, 여운 등 모든 면에서 독특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20페이지에 모든 것이 뒤집힌다.”는 일본 원서의 홍보 문구대로 막판에 불꽃놀이처럼 연이어 터지는 반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야기 시작과 동시에 독자에게 범인을 공개한 작가 입장에서 이만한 반전과 트릭을 구축하려면 분명 꽤나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만 했을 것입니다.

서평을 쓰기 위해 폰으로 찍어놓았던 인상적이거나 위화감이 들던 페이지들을 살펴보니 실제로 한 줄의 문장, 한 개의 단어, 한 개의 문장부호에까지 작가가 얼마나 정교하게 트릭을 설정하고 감쪽같이 덫을 숨겨놓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번역하신 이연승 님 말씀대로) “두 번은 읽어야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마지막 20페이지에 모든 것이 뒤집힌다.”는 홍보 문구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어 예전에 써놓았던 서평들을 뒤져보니 우타노 쇼고의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의 띠지 카피인 마지막 5페이지에서 세계가 반전한다!”와 거의 판박이처럼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아키요시 리카코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우타노 쇼고라고 하니 이 판박이 같은 홍보문구가 그냥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키요시 리카코는 암흑소녀란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됐다고(2015) 하는데, 검색해보니 명문 사립고 여학생들의 아슬아슬한 암투와 충격적 결말을 다뤘다고 합니다. 라노벨로 분류돼서 그런지 제목도 생소하고, 혹 소문을 들었다 해도 선정성에 기댄 듯한 표지 때문에 절대 읽지 않았을 것 같긴 하지만, ‘성모를 읽은 이상 큰 맘 먹고 한번 찾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다 써놓고 훑어보니 정작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을 안 한, 무척 불친절하고 부실한 서평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인물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가능하면 작품의 미덕을 인상 비평하듯 나열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출판사 스스로 리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사전 경고를 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