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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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페이스 오프는 역대급 앤솔로지 스릴러 작품입니다.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리 차일드, 제프리 디버 등 22명의 스타 작가들이 짝을 이뤄

대표 캐릭터들의 콤비 플레이를 그린 11편의 중단편이 수록된 환상적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한 팀이 되어 활약한다면

스릴러 독자 입장에선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설정 아닐까요?

 

이처럼 하나의 테마 아래 여러 작가의 작품을 수록한 선집(選集)을 뜻하는 앤솔로지는

좀처럼 보기 드문 희귀본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언제든 관심을 끌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앤솔로지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장르물 애독자가 아니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화제성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의 제프리 디버를 필두로 ‘CSI 과학수사대로 유명한 맥스 앨런 콜린스,

20세기 중반에 활약했던 마이크 해머 시리즈의 미키 스필레인,

한국에선 오픈 시즌으로 소개된 C. J. 박스 등 아홉 작가의 여덟 작품이 수록돼있습니다.

 

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수록된 작품마다 다채롭고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헌책방을 무대로 한 괴짜 책 도둑의 기이한 사연,

경찰과 마피아 모두 그 행방을 찾으려 애쓰는 한 마피아 두목의 비밀장부,

책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 때문에 치명적 약점을 잡히고 마는 잔인한 갱단 두목,

살아남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가공의 책 한 권 때문에 평생 발목을 잡히고 마는 유태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에 관한 아버지의 오랜 비밀을 알게 되는 아들 등

수록된 여덟 편 모두 제각각 이 주인공인 독특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직접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는 작가는 세 명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와 관계없이 이 주인공인 미스터리란 이유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운 시간을 즐겼습니다.

물론 작품마다 만족도의 편차는 있었지만

이런 앤솔로지가 아니라면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 분명한 특별한 작품들이기에

첫 장을 열자마자 마지막 장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첫 번째 수록작인 세상의 모든 책들에서 거론되는 책에 대한 화두들인데,

책장에 갇힌 책들’, ‘종이책과 전자책’, ‘헌책방의 향수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이 전자기기 안에서 빛을 내며 살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절판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자조 섞인 주인공의 이 한마디 한탄은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되는 대목이었는데,

어쩌면 종이책만이 적자’(嫡子)라고 여기는 낡고 고루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종이책과 서점이 없는 세상을 떠올리는 건 아직까진 SF영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이거나

절대 벌어져선 안 될 끔찍한 일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입니다.

 

책에 관한 미스터리’, 그것도 여러 작가의 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진수성찬입니다.

장르물 독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그 맛을 음미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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