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코너 방의강 시리즈
방진호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전직 살인청부업자 방의강은 은퇴 후 아내와 평온한 삶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의 평온은 갑작스레 달려온 차에 아내가 받히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런 아내를 죽이기 위해 병실에 잠입한 킬러가 있었다.

방의강이 추격에 나선 뒤 아내는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만다.

아내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가 있다는 것이 분명한 상황.

방의강은 아내를 살해한 범인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는 결의로 일어선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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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되는 아이로 뒤늦게 알게 된 킬러 방의강 시리즈의 매력에 푹 빠져

시리즈 첫 편인 유령 리스트부터 차례차례 읽고 있는 중입니다.

블라인드 코너는 그 두 번째 작품으로 방의강의 아내가 살해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평상시처럼 잔소리를 늘어놓고 설렁설렁 대문 밖을 나선 아내가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과속 차량에 치인 뒤 병원에서 사망하자

방의강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아내의 흔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방의강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이 모르던 아내의 사생활이 드러나고, 예기치 않게 여러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은 물론

우연과 우연이 비현실적으로 겹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읽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방의강은 물론 악당들로 하여금

집안에 돌아다니는 날벌레를 죽이듯 너무 쉽고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게 만듭니다.

물론 방의강의 살인은 나름 명분도 있고 정의로운 복수심이 배어있긴 해도

간혹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너무 쉽게 자행됩니다.

악당들의 소시오패스로서의 잔혹함은 더욱 끔찍할 정도로 상세히 묘사되는데,

애초 방의강의 아내를 살해한 동기는 말할 것도 없고,

목적과 쾌락을 위해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르는 대목은 도저히 익숙해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자에 따라 재미와 불편함 사이에서 꽤나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의 최고의 소시오패스는 물론 주인공 방의강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겁도 많고, 소심하기도 하고, 심지어 공처가라는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소시오패스 주인공에 대한 독자의 거부감을 어떻게든 상쇄시키려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그런 노력이 적잖이 성공한 것으로 보였고,

특히 곳곳에 배치된 지독한 블랙유머 역시 작품의 독기를 빼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읽은 최근작 죽어도 되는 아이가 구성이나 스토리 면에서 촘촘하고 잘 설계됐던 반면,

시리즈 첫 작품인 유령 리스트는 어딘가 좀 복잡하기만 할뿐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블라인드 코너는 굳이 평가하자면 딱 중간쯤에 위치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마지막 진실을 밝히면서 왜 방의강이 사건에 휘말리게 됐는가?’를 설명하는 지점에서

약간은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스런 우연이 강요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부분만 제외하곤 재미도 있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쫄깃함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반전으로 설정된 내용은 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탓에 감흥이 크진 않았는데

그 부분이 좀더 그럴듯하게 설계됐다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졌을 거란 생각입니다.

 

모두 네 편의 작품이 출간됐고, 이 작품의 후속작인 퍼스트 킬만 못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가 호응을 얻어서 계속 꾸준히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좀 과도하게 잔혹하고, 밥 먹듯 벌어지는 살인이 아주 약간 불편하긴 해도

주인공 방의강을 비롯 고정출연하는 조연들의 맛깔스런 캐릭터는 물론

한국 장르물 가운데 이만큼 재미와 긴장감을 겸비한 스토리를 찾아보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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