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리스트 방의강 시리즈
방진호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퇴한 살인청부업자 방의강은 과거 조직의 보스인 사장늙은이의 호출을 받는다.

사장늙은이의 아들이자 청부살인업계의 거목인 다이스컨설팅의 정실장이 살해당했다는 것.

자신을 청부업계로 이끈 정실장에 대한 의리로 위기에 처한 정실장의 아내를 찾아 나서는데,

방의강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등장한다.

정실장의 죽음 뒤에 도사린 유령 리스트의 비밀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진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방의강의 목숨부터 날아갈 판이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죽어도 되는 아이로 처음 만난 킬러 방의강 시리즈의 첫 편인 작품입니다.

청부살인, 시체처리업자, 무자비한 총격전 등 한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정이 난무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되는 스토리 덕분에 그런 비현실성은 쉽게 망각하게 되고,

오히려 짜릿한 킬러 액션의 매력을 듬뿍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방의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목표물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냉혹한 킬러지만,

동시에 겁도 많고, 죽음의 위기에선 바지자락을 적시기도 하는 평범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혼잣말처럼 불평불만을 궁시렁대기도 하고, 썩은 수준의 블랙유머도 수시로 구사하는데,

총잡이 청부살인업자라는 비현실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방의강이라는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 있는 건 아마 이런 인간적인(?) 면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부여된 미션은 과거 보스의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위기에 처했을지 모르는 보스의 며느리를 구해내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방의강은 인간의 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잔혹한 폭력조직과 마주하게 되고,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거쳐 겨우 자신의 미션을 클리어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방의강의 슈퍼맨 원맨쇼보다는 사실감 높은 팀플레이를 설정했습니다.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하기 어렵지만 돈이라면 기꺼이 한편이 돼주는 극강의 킬러도 등장하고,

명백히 적으로 만났지만 과거 인연으로 어쩔 수 없이 방의강을 도와주는 킬러도 등장합니다.

이런 설정 없이 무작정 방의강 혼자 모든 걸 해결했다면

아마 이 작품은 킬러 액션이 아니라 판타지로 흘러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마지막까지 다 읽고도 이 작품 전체의 인물구도나 사건개요가 일목요연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목이자 방의강의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인 유령리스트가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방의강을 둘러싼 거대한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굉장히 모호할 뿐입니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주인공의 목표가 무엇이고, 등장인물간의 전사(前史)도 애매하다보니

장면 하나하나는 재미있게 읽혀도 큰 그림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직전에 읽은 이 시리즈의 최신작 죽어도 되는 아이는 모든 것이 선명하고 분명해서

재미와 함께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이 시리즈의 첫 편인 탓에 이런 맹점들이 드러난 게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이 작품 뒤로 블라인드 코너’, ‘퍼스트 킬이 출간됐는데,

조만간 이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잔인한 킬러의 세계를 그린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지만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본업에 충실한 청부살인업자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중독성이

기대 이상으로 강렬하게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