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Andy Goldsworthy, <WALL> 中 

 

단단하고 차가운 가슴에도

희망은,
노란
빛으로 속살거리고
 





 


<명작을 읽을 권리>
아주 오래전 유명한 음악가들의 잘 알려진 졸작과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잘 알려진 음악이면 당연히 명작이라고 생각했던 어린시절, 그 글은 상당히 신선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숨어있는 명작을 찾아내거나 이 작품이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는 소개글에서 다시금 그때의 신선한 충격을 기대하게 된다. 저자는 자신만의 독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갔다고 하지만 작품, 작가, 사회, 독자라는 4가지 키워드는 여느 감상자에게도 중요한 항목인 바, 이 책을 통해 '명작을 읽을 권리'를 누리는 안목을 얻고 싶다.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저자는 10여년간 민화를 찾아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한다. 대표적인 작품 몇 점을 제외하고는 한껏 감상하기 힘든 것이 민화인데, 누군가의 노고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민화들이 얼마나 있을까 상당히 궁금해지고 민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란 어떤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뿐만아니라 이 책은 시리즈로, 저자의 발걸음 만큼이나 정성스레 한 작품 한 작품을 살펴나가고 있어 한 권에 모든 작품을 소개할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
우리의 주거양식에 있어 일반적인 화두는 항상 아파트였다. 아마도 아파트 동수만큼이나 많고 층수만큼이나 다양했던 것이 아파트에 대한 연구였고 담론이었던 것 같다. 반면 주택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빈약했으며 어느덧 주거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변방으로 밀려난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양식주택의 형성기부터 현대 다세대 주택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전통을 계승한 미래 주거문화에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어 의미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아파트에 몰두하느라 잊고 있던 주택의 소중한 장점들과 가능성들을 발견해 보고 싶다.


 

<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은 아트앤크래프트운동을 주도했던 윌리엄 모리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로 "모든 아름다운 미술 작품은 의도적이든 우연적이든 자연의 형태를 닮아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도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돗보이며 그림을 '그리는 법'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법'에 촛점을 맞춘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은 이전 8기 평가단에서 선정되었던 로버트 헨리의 <예술의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데, 사소한 드로잉 테크닉부터 예술철학에 이르는 대스승의 조언은 비단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우리 기억 속의 색>
책을 통해 종종 언급되는 자연의 색이나 잘 팔리는 색이 아닌 '기억속의 색'이라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다만 여기서 '기억속의 색'이란 한 개인의 심리적 경험을 통한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색이 아니라 개인의 삶이 속했던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풀어나간 색인듯 하다. 저자가 프랑스인인 관계로 우리가 가진 색에 대한 관념과 취향에 이런저런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각적 이미지가 전혀 없는 가운데 상상으로만 색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는 호기심이 먼저 앞서는 책이다.






이달에는 도서 선정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관심도가 비슷한 책들이 많다보니 무엇을 택해야 마지막 추천 페이퍼로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까 꽤나 고민했던 탓이다. 역시 '마지막'이란 것의 힘은 사람의 마음에 어떤 형태로든 의미를 남기나보다.

끝까지 리스트에 올릴까 고민했던 책 중 안타깝게 내려놓은 책은 먼저, <디자인의 진실>이다. 이 책은 권력과 디자인의 관계라는 매우 흥미롭고 흔하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눈에 띄였는데, 인문분야가 상위 카테고리로 표기되어 있음에도 추천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검은 미술관>은 인간 심리의 어둡고 추악한 면을 다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전에 읽었던 <무서운 그림>과 유사한 맥락일 것 같아 제외했고, <This is Art>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1,100점의 도판뿐만 아니라 감상의 포인트까지 제시되어있는 점이 유혹의 포인트, 그러나 이번에는 유혹을 넘겨버리련다.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도 시나리오를 살펴보는 가운데 영화를 비평하는 관점을 배울 수 있어 좋은 책이었지만 <명작을 읽을 권리>가 좀 더 광범위하게 영화작품들을 다룰 것 같아 전자를 포기했다. 끝으로 (헉, 진짜 많은 책이 후보였구나...) <의자의 재발견>은 멋진 의자의 시각적 감상뿐 아니라 제작과정이나 인체공학에 대한 설명이 있어 즐거운 잡학다식의 세계가 예상되지만 그저 5권의 한계 때문에 할 수 없이...ㅠ.ㅠ










8기, 9기를 합해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해 왔던 시간이 어느덧 1년이 다 되간다. 9기를 신청하면서 딱 1년만 하자고 결심했기에 여기서 이제 그만..해야겠지만 독서의 계절을 타겟으로 출간된 멋진 책들을 보니 또 맘이 설레기도 하고...하지만 역시, 그 책들 만큼이나 무더기로 쌓여있는 나만의 관심도서들을 보면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1년간 책을 찾고, 고르고, 어떤 책이 선정됐나 궁금해 했던 추억들이 참 소중하고, 좋은 신간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린 것에 감사하다.


 

참으로 길을 왔고

길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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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Goldsworthy, <WALL>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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