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자기가 창조해낸 인물들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는 소리를 경청하는 존재라는 서문의 글이 글쓰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말이지 이미 만들어진 인물들은 그들 스스로 이야기를 꾸려갈 것 같다.

처음에는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다가도 나중에는 일락이를 제 자식으로 받아들이고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제 목숨 내놓으며 매혈하는 허삼관의 변화가 막판에는 찡하다. 격동기의 중국 현대사를 살아갔던 수 많은 개인들의 삶이 허삼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소설 한 권을 읽으면 마치 작가가 그려낸 그 세계에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수사적인 표현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라는 게 아니라 정말로 여행을 다녀온 듯 장면 장면이 잔상처럼 이미지로 남아있다. 마치 내가 그 삶을 살았던 것 처럼. 아니면 그 이야기 속에 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 처럼.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면 여행이 끝난 것 마냥 아쉽고 기억나는 장면을 곱씹어보자면 아련해진다. 전체 인생은 참으로 고된 역경의 연속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저만을 위해, 그것도 전에 없이 맛있게 돼지간볶음에 데운 황주 두냥을 먹고 이야기가 끝나 내 마음도 훈훈해진다.삶이야 힘들지만 그렇게 맛난 음식 먹으며 좋아할 수 있으면 그만 아니겠나. 일락이를 자기 아들이 아니라며 몰아칠 때 까지만 해도 너무나 미웠던 허삼관이지만 마지막엔 그에게 돼지간볶음 한 접시 대접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고생하셨다며.







330쪽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돼지간볶음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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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1 - 떠오르는 용, 중국 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1
김하중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제작년에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중국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부쩍이나 많아졌다. 알고싶다는 생각과 알아야겠다는 생각 모두.

책 날개부터 증보판 서문까지 전 주중대사를 역임한 작가의 스웨거가 난무하여 너무나 정치인의 책처럼 느껴진다.

중국을 다루는 책의 시작은 거의가 대동소이하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이 거대한 나라를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도다라는 것이다. 이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알 수 없는 국민(인민, 사람)들이라서 그들을 파악하려는 노력 자체가 헛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책이 2장 부터는 그 불가능한 여정을 지속해간다. 자기모순 아니면 대단한 도전의식 둘 중에 하나이리라.

사실 `나`라는 한 개인 역시 싸이코패스나 정신분열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격적 모습을 가지고 있고 어느 환경에 있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양태를 보이는데 13억을 파악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그들에 대해서 책을 쓰고 나는 그 책을 읽는다. 작가들이나 나나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그래도 개인의 인격이 자라온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아 일정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한 나라의 국민들 역시 그들이 공유해온 역사적 사건들과 그에 따라 형성된 문화에 의해 일정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겠다.

책에서는 중국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고 했지만 전반부를 읽고 있는 지금, 중국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기 보다는 중국인이 아니어도 가지고 있는 인간 종의 보편성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한다. 중국인이라서 가지고 있는 특성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서. 예를 들면 `지역주의, 어려움이 닥치면 오히려 견고하다`라는 부분이나 `전제 정치의 영향, 윗사람을 거역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은 정말이지 중국인을 한국인으로 바꿔 읽어보아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한국인이 아니라 아마 콩고인이라고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주의는 세계 어디에나 어느 나라나 있는 것이고 어려움은 원래 집단을 견고하게 해준다. 또 전제정치의 영향으로 윗사람을 거역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나라가 시작부터 공화정이었나. 이 세계의 모든나라가 전제정치를 경험 했다. 상하관계가 유연하지 못하고 직선적 의사결정 구조가 전사회적으로 스며들어있는 건 천 년 전의 조상이 황제로 백성들에게 군림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시기에 지도자들의 통치가 권위주의적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건 유교도 동아시아적 가치도 아니고 그냥 권위주의 정권의 부작용이 전 사회에 퍼진것이다.

이 책을 그만 읽어야 하나 계속 읽어야 하나 심각한 갈등을 하면서 꾸역꾸역 읽어나가고 있다. 저자가 주중대사가 아니었어도 중국에서 그렇게 이 책의 출판을 반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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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 3년 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잘 봤었다`라는 느낌만 남아있고 무슨 내용인지는 신기하리만큼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책이다. 해야만 하는 것을 하루 종일 상당 기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우울해지거나 덧 없음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오늘이다. 마땅히 눈 둘 곳이 책장 밖에 없는 내 방에서 뭘 하면 좀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 책장을 훑어보다 이 책을 발견하고 꺼내들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순간마다 다양하겠지만 나는 대체로 갑작스레 한 질문이 떠오르면 그에 관련된 책을 검색해보고 그 중에서 표지와 제목이 가장 매력적인 책을 고르는 것 같다. 내 질문을 수 년 전부터, 아니 수 백 수 천 년 전 부터 기다린양 내 질문에 답해줄 것만 같은 책은 항상 고전부터 2016년에 나온 것 책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사람의 고민이란게 거기서 거기고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가보다.

내가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하진 않았다. 사랑에 이유가 어디있겠나. 그냥 사랑하는거지.

그냥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예능을 찾아보는 것 처럼.

이 작가는 왜 거의 문단마다 숫자를 달아놓은 걸까. 무슨 의도가 있었겠지만 그 숫자들을 다 없애고 간격조절을 했으면 책 두께는 얇아지고 가격도 줄었을 것이다. 독자에 대한 배려하고는. 왜 작가가 그런 설정을 했는지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냥 불평을 해버리는 게 편할거다.

지인 중에 북플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친구 추가를 한 사람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없다. 고로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은 전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고 내가 읽는 글을 쓴 사름들도 전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다른 SNS는 사진부터 개인정보에 내 생각을 짧게 담는 글 까지 좀 봐달라고 게시판에 떡 하니 걸어놓아 조금은 노출증 같아 피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염탐하고 있는 모습은 관음증 같아서 의도적으로 피해야지 하고 멀리한다. 그러나 노출증과 관음증이 전혀 없는 건 또 아니라 적당히 나를 드러내고 싶은 생각과 사진 보다는 글을 공유하는 곳이 좋고(좀 더 잘생겼더라면, 돈이 많아 이것 저것 하면서 올릴 사진이 많았더라면 굳이 이렇게 길게 무언갈 써대지 않았을 거다. 몇 초면 남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텐데 뭐하러 이런 수고를 하나) 꽤 높은 정도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곳이 북플이다보니 요즘에는 매일 북플에 들어오게 된다. 책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상을 기록하는 용도로, 읽고 싶음 책을 체크해두는 용도로,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보는 용도로, 읽은 책의 권수를 통계로 보여주다보니 또 그 숫자를 늘리는 재미로 등등. 내 생각을 올리면서도 이걸 뭐하러 여기에 쓰나 에버노트에 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누군가 좀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슬쩍 올려보게 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보다는 예전에 했던 싸이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는 느낌으로. 나도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페북이나 인스타 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좀 부끄러우니까 남들이 의도적으로 눌러야 볼 수 있는 곳에 올려놓는다. 이걸 올린 건 나지만 선택해서 읽은 건 당신이니까 나를 뭐라 할 수 없을 거다 라는 생각에.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바람으로 책상 위에 일기장을 올려놓는 기분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알랭드 보통의 사랑 시리즈 3권을 모두 샀는데 아직 나머지 두 권을 못읽었다. 아마 새로운 사랑을 하거나 이별을 할 때가 되야 그 책들을 읽고 싶어질 것 같다.

사람은 사랑을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지 그 사람을 사랑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라면. 또한 사랑은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하여 우리가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완벽한 상대를 잃지 않으려고 바둥대는 것일 뿐이라면. 사랑은 소멸할 수 있다는 불안정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결혼과 사랑 만큼이나 반대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친구들에게 하면 너는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한다거나 결혼 하고 나서도 서로 사랑하며 잘 지내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하냐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나는 연애 할 때보다 더 뜨겁게 사랑하는 부부를 아직은 실제로 본적이 없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불안정하면서 열정적인 사랑이 존재하는 것 처럼, 같이 한 시간과 대화와 믿음과 여러 사건들이 단단하게 연결하는 안정된 사랑 역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남녀간의 사랑은 어느정도 기독교적인 사랑과도 비슷하다. 내 모든 걸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지만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내가 하지 말라는 걸 하면 너를 지옥으로 보내버리겠다는 것. 하나님도 사랑과 자유주의의 대립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남녀간의 사랑은 어떠하겠나.

11쪽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나는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18쪽
나의 실수는 사랑하게 될 운명을 어떤 주어진 사람을 사랑할 운명과 혼동한 것이다. 사랑이 아니라 클로이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였다.

: 아직까지는 이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고 있다. 내 삶에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강물이 흐르듯 사랑이 찾아 왔다 흘러 갔다 할 뿐이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은 지금 흐르고 있는 강물이라는 건 너무 낭만적이지 않지 않나. 내 나이가 낭만을 쫓는 것을 그만두기 전까지 그런 사람이, 그런 사랑이 끊임 없이 오고 갈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이 사랑이,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느낌과는 너무 다르니까.

19쪽
˝사람들을 꿰뚫어보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9쪽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항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41쪽
침묵은 저주스러웠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맀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97쪽
유머가 있으면 직접적으로 대립할 필요가 없었다. 자극물 위를 미끄러져 넘어갈 수 있었고, 그것을 비스듬하게 바라보며 눈을 찡긋할 수 있었고, 실제로 말을 하지 않고도 비판을 할 수 있었다.

농담 뒤에는 차이에 대한, 심지어 실망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긴장이 완화된 차이였고, 따라서 상대를 학살할 필요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124쪽
나는 몸 때문에 클로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본질에 희망을 품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 몸을 사랑했다. 그것은 매우 가슴 설레는 희망이었다.

174쪽
사랑의 가장 큰 결점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비록 잠시라고 해도 우라에게 심각한 행복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28쪽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230쪽
문명이 환각 위에 세워진 것 같았다.

클로이가 떠남으로써 거의 모든 일에서 자신감이 흔들렸다. 나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어린애같이 삐치기 잘하는 악마가 나를 장악한 느낌이었다. 그 악마는 나에게 웃음을 짓게 하고, 안심하라고 다독거린 뒤에, 바위에 메다꽂았다.

238쪽
나는 시간의 부식으로 인해서 모난 부분이 다듬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나는 고통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그래야 불타버린 신경의 말초를 통해서 클로이와 관련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나의 죽음을 통해서만 내 사랑의 중요성과 불멸을 주장할 수 있었다. 비극에 싫증을 내는 세상을 향항여 자기 파괴를 보여줄 때만 사랑은 치명적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일깨울 수 있었다.

252쪽
클로이가 떠나는 것과 더불어 현재를 따라가고자 하는 모든 욕망도 사라졌다. 나는 노스탤지어에 젖어서 살았다.

269쪽
문제를 파악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 지혜와 지혜로운 인생은 크게 다르다.

270쪽
그러다가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레이첼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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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한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삼국지만큼 소재가 다양하진 않은듯 하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재미있다.

6권에 이르기까지 느낀바는 아직도 한왕 유방의 제왕적 면모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오히려 저런 자가 어떻게 한을 세웠나 하는 의구심만 자랐다. 한신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제갈공명의 신출귀몰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하고 장량 역시 유방의 꾀주머니이나 대세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인물은 아닌듯 하다. 군사를 부림에는 한신만 못하고 내정을 관리하는 데는 소하만 못하니 장량의 재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항우의 능력은 권수를 더해갈수록 대단해 보인다. 범증의 지모를 사용할 줄 모르고 3만의 정병으로 50만의 한군을 흩어버려 더욱 기고만장해진 면이 있으나 전투력 하나만큼은 사자심왕 리처드 1세나 고려의 소드마스터 척준경 보다도 뛰어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유방을 제왕으로 만든 것이나 그 군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보이는 사람은 소하이다. 소하가 없었더라면 유방은 2권이 채 지나기 전에 죽었을 것. 한신을 붙잡아 온 것도 소하요 50만을 잃고 자식들을 버려가면서 돌아온 유방에게 다시 힘을 보탠 것도 소하요 집을 지키며 딴 마음을 품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도 소하니 한신과 장량, 유방과 항우에게만 쏟아지는 조명을 소하에게도 돌릴 필요가 있어보인다.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을 한신과 단 한 번 패배하여 모든 것을 잃은 항우를 뒤로 하고 유방이 한을 세운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꼽다.

리더가 승리자로 남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제 능력의 탁월함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려고 하는 자세와 조언과 간언을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인듯 하다.
제 능력이 너무 뛰어나면 오히려 주위 사람을 깔보고 저 스스로를 과신하여 항우 꼴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남의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되어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조언과 잘못된 간언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덮어놓고 조고 말만 듣다가 놀아잔 호해와 다를 바가 무엇이며 잘못된 조언을 따라 함양을 수복하고 함곡관에서 항우를 맞아 싸우다 뒷 날 홍문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유방과 같을 것이다.


페이스북을 세운 마크 주커버그의 코딩 능력이 C등급으로 분류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역시 최고의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세상의 흐름을 읽을 줄 알고 그 흐름을 잡기 위해 남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갈 용기가 있고 인재를 모아 그들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 리더가 되지 않을까.
고2때 문과를 선택하면서, 더 나아가면 중학생 때 수학 공부를 안하면서 내 인생은 이미 망했다고 자조하곤 한다. 공대가 아니면 취업은 커녕 창업도 못하는 시대라며. 카페나 치킨집 아니면 문과대학 졸업생이 뭘 할 수 있겠냐며 자조하고 있는데 사실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를 중퇴했고 손정의는 경제학 학사, 마윈은 사범대를 나오지 않았나. 정주영 회장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사서 쓰면 되는데 뭣하러 영어를 하냐고 했다고도 하고. 아무튼 전문적인 기술이 없다고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21세기의 IT시장에서도. 사실 한신이나 장량이나 고하나 번쾌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그들은 제후나 왕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항상 쓰임을 받으려고 하지. 그러나 유방은 뭣도 없으면서 앞에 서려고 한다. 창업가와 기술자는 다르고 창업가와 전문 경영인은 다르다.

볼프 슈나이더의 《만들어진 승리자들》을 읽고 난 뒤에는 승리자들의 성공을 그들의 공으로만 돌리지 않으려는 삐딱한 자세를 가지게 되었는데 초한지를 읽고 유방을 보면서 더욱 그러한 자세를 꼿꼿히 하게 되었다. 이건 뭐 완전 순 운도 아니고 말이다.

한군은 확실히 팽성을 잃고 난 뒤 전체적으로 각성한듯 하다. 특히나 한신은 드디어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기 시작한다. 제갈량은 등장하면서부터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지략가였지만 한신은 계속해서 성장해간다. 제갈량 나이 27에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니...그는 정말 천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한신은 제 능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글의 조언을 받아들일 줄도 안다. 거기에 직접 전쟁터를 누비기도 하고 외모도 출중하다. 나이도 어리고. 망국의 유민이지만 출신도 귀하다. 유방이 한신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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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육도와 삼략이 위서이고 장량의 설화가 꾸며진 것이겠지만) 몇 번의 귀찮음을 견뎌내어 책 한 권을 받아 이를 익히니 제왕의 스승이 되고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니. 그 책이 무슨 책인지 너무나 궁금하였다. 드래곤볼도 아니고 어떤 책이길래 그런 힘을 가지고 있나.

천하 만백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귀로 세상을 듣고 그들의 지혜로 생각하면 알지 못할 것이 없고 이러한 것들이 군주에게 전해지면 군주의 밝음이 가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게 바로 고객중심적 사고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고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의 증거일까.










39쪽
"군자는 자기의 뜻이 이루어짐을 즐거워하고, 소인은 자기의 일이 이루어짐을 즐거워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얼마 전 TED에서 Simon Sinek이라는 사람의 강연을 보았다. 그가 말하길 성공하는 사람은 why를 고민하고 실패하는 사람은 what에 집착한다 하였는데, 두 내용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수 천 년 전에 강상은 21세기에 생물학과 숫한 스터디 케이스를 통해 도출해 낸 황금률을 깨닫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읽을 만한 책들도 별로 없었을텐데 말이다. 그가 논어를 읽을 수 있었나 도덕경을 읽을 수 있었나. 한비를 읽나 묵자를 읽나 손자병볍을 읽었겠나. 그가 시초인 것을. 사실 진리는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으며 그것을 찾아낸 현인들이 책에 글을 통해 밝혀놓았을 뿐. 언제나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42쪽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더불어 나누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익을 자기 혼자만 차지하려는 군주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45쪽
나라의 재앙과 행복은 군주에게 달려 있지, 결코 하늘의 시운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 항상 기업의 성공은 7할이 운이다라고 조소하듯 바라보는 감이 있었다. 운이라는 것이 요행이라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이 그 기업에 맞아떨어져 성공하고 그 흐름이 물러가 실패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 하지 않는가. 물론 이 생각이 다 가신 것은 아니지만 군주의 현명함, 리더의 능력에 따라 집단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 또한 맞을 것이다. 조선시대 영•정조 시기 르네상스와 같은 성세를 구가하다가 정조가 죽자마자 세도정권이 들어서면서 나라를 말아먹는 것을 보면 과연 나라의 재앙과 행복응 군주에게 달려 있지, 결코 하늘의 시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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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곡(夜想曲) 2017-01-22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략은 위서의 내용이 분분하지만 태공망의 육도는 세월이 자나면서 단어나 주석이 새롭게 첨삭되어 시대상이 잘 안맞는것이라고 합니다. 태공망의 저서라곤 확신할순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정할순 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