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자동차 판매회사 부장실
반쯤 풀어 헤쳐진 와이셔츠에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는 넥타이, 반쯤 쥐어 띁다 만 것 같은 머리를 한 중년 남자.
얼굴엔 검붉은 빛이 도는게 안색으로 봐선 곧 혈압 올라 쓰러지기 일보직전으로 꾀나 열받은 상태로 파악됨.
책상위에 결재판 나뒹구려져 있고 살벌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입이라도 어찌 잘못 땠다간 그 중년의 남자는 바로 혈크로 변해버릴 것이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으련만. 그런 기적이 일어날 일 만무하고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괴물의 공격에 지루한은 바짝 언채로 부장의 심판만 기다리고 있다. 괴물을 처치하는 건 그의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젠 하루라도 야단을 안 들으면 귀에는 가시가 돋을 정도고 귀에 앉은 딱지만도 숟가락 퍼내도 될 지경이다.
매일 눈 뜨자마자 자동차 4500cc 속력으로 하루를 땀띠 나게 달려보지만...
이름: 지루한 (노총각)
성격: 소심 A형
나이: 밝힐 수 없음
만년 대리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A 호텔 맞선자리
항상 그렇듯 무미건조한 일상속에 괜찮은 남자 하나 걸릴까 싶어 유명한 결혼 정보회사에서 잡아주는 맞선자리를 기웃거리는 여자.
명품으로 온 몸을 도배하고 보기만 해도 위태로워 보이는 킬힐을 신고 호텔 커피숍 문을 활짝 열어 재치며 당당하게 들어선다. 주위를 한번 쫙 훝고는 프릴이 많이 달린 빨간색 스커트를 팔랑이며 미리 와서 앉아 있는 남자에게로 가더니 약간의 미소를 날리고는 우아하게 자리에 앉는다.
미리 나와 앉아 있던 남자는 여자의 미모에 한눈에 뽕 간 얼굴이다.
[그러면 그렇지 니가 안 넘어오고 배겨]
이런 못쓸 생각에 조금 더 거드름을 피운다.
따분한 맞선자리 항상 똑같은 틀에 박힌 질문들 ‘머라고 시부리쌌노'가 연발로 나오는 가운데 건성 건성 대답하는 그녀.
형식적인 테이트. 아!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언제쯤 마음에 쏙 드는 이상형을 만날지 벌써 맞선본 것만 해도 손가락 발가락 다 합쳐도 계산이 안 나온다.
이름 금반지
직업: 없음
성격: 전형적인 된장녀
영화 같은 삶을 원한다.
R 거리
왁스를 잔뜩 쳐 발라 빤질빤질 빗어 올린 머리에 흰색 양복. 기생오라비 같은 외모, 이마에 사기꾼이란 글자만 안 써 붙었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사기꾼 외모를 완벽하게 갖춘 남자.
오늘은 누굴 만나 사기를 칠지 머리 굴리는 소리가 멀리까지 난다.
잔머리 굴리는데는 자기가 생각해도 천재수준.
한쪽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휘파람을 불며 길을 가다 한통의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왜 하필 거기야”
이름: 사 기군
직업: 사기치기??
성격: 용의주도함
이 짓도 지겨울 때가 종종 있다.
O 도박장
험상궃게 생긴 한 남자가 담배를 입에 씹어 물고 자욱한 연기에 휩싸여 카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아싸’ 쾌재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패가 좋다. 이 정도면 이번 판에서 돈 따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런데 이 순간 찬물을 확 끼얹는 인간들이 눈앞에 왔다 갔다한다.
오늘 일진이 사나운지 저번에 돈 잃은 조폭들이 기웃 기웃거리며 자기를 찾고 있다
직업: 도박사
좌우명: 인생은 한방이다
성격: 거칠고 욕심이 많으며 음흉함
재대로 한탕해서 이곳을 뜨고 싶어함
현재 상황: 깡패들한테 쫓겨 도망 다니는 중
T 정신병원
지적인 외모에 약간 혈색없어 보이는 의사가 환자식구와 상담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매일 이상한 사람들하고 지나다 보니 나도 돌 지경
어떨 땐 내가 돈 건지 니가 돈 건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음.
이름: 나 의사
직업: 정신과 의사
성격: 침착하고 이성적임
하루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함
대도시 한복판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타로카페가 있었다. 그 이유는 이곳에 들른 사람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건데 심지어 그곳 주인이 사이코란 소문이 돌고 부터는 손님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손님이 없는데도 이 카페는 항상 문을 연다는 것이다.
오늘 맞선 본 남자와 헤어진 금반지는 그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힘없는 걸음걸이에 어깨와 목에도 힘이 풀린 것 같다. 오늘도 역시나 맞선 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꿀꿀한 기분으로 걷던 그녀는 이 카페를 지나다 발길을 멈춘다. 소문도 흉흉하고 해서 조금 깨름직 하긴 했지만 오늘 기분상 술이라도 마셔야지 이렇게 그냥 들어가기엔 마음이 너무 꿀꿀했다.
‘아 정말 이 세상엔 내 이상형이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이미 머리속이 마비된 그녀는 애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페안은 예상과는 달리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은은한 조명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조금 안정된 기분으로 주위를 살피던 그녀의 레이더망에 미리 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지루한 사원이 포착되었다.
금반지는 그 남자를 힐끔 쳐다보더니 저런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는 아예 멀리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는지 지루한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쳇 남자 혼자 청승떨고 있네 -10점’
조금 뒤에 약간 혈색 없어 보이는 피부가 하얀편이라 그렇게 보이는 지는 모르지만 핸섬한 남자 한명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저 정도면 괜찮은데 +70’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다른 사람 평가는 잘 하면서 자기 평가는 완전 꽝인 금반지가 들어오는 사람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누군가가 또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그 사람을 밀치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도박사가 조폭들의 눈을 피해 얼떨걸에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뭐야 생긴건 꼭 도둑놈같이 생겨서 -50점 그 옆에 남자는 음 생긴건 그런데로 봐줄만한
데 너무 느끼해 +30점 전부 합쳐 대충 두드려도 50점도 안 나오네’
쫓기듯 헐레벌떡 뛰쳐 들어온 도박사의 출현에 그 곳에 있던 몇 안되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눈들을 보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구석자리로 스르르 몸을 감추는가 싶더니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몸을 숨긴체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를 뒤따라 들어온 사기꾼은 어느 자리가 좋을지 탐색을 하다가 금반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럴 땐 시선을 피하는게 상책이야]
금반지는 사기꾼과 눈이 마주칠까봐 딴 곳으로 얼른 눈을 돌렸다.
그때 좀 전까지 보이지 않던 카페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 손에 카드를 들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이 눈썹보다 더 높은 금반지가 봐도 꽤나 미인이었다. 강렬한 와인색 쉬폰 소재로 된 드레스와 굵은 컬이 있는 머리칼은 살짝 올려져 있었고 몇가닥은 늘어뜨려진채 목을 타고 내려와 있었다. 약간 창백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에 사람을 빨려들게 하는 뇌세적이면서 강렬한 눈빛은 음산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톤이 낮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런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도박사는 좀 전 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지루한 옆에 슬그머니 다가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고 사기꾼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주인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고 의사는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지 좀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었다
주인은 그곳에 온 손님들 옆으로 다가가 주문할 것을 청했다.
“뭘 드릴까요?”
뭘 드릴까요란 질문에 뭘 주문해야 할지 선택을 못한 금반지의 눈동자는 매뉴판 위를 구르고 있었다
“민트 프라페는 어떤가요? 도수도 낮고 맛도 부드러워 여성분들이 좋아하시죠. 특히 빛깔이 예쁘잖아요. 기분이 좋아질 거에요.”
주인이 자기 기분을 어떻게 알았는지 약간 의아했지만 무의식중에 나타난 자기 기분을 주인이 눈치 챈 것이라 생각한 금반지는 그냥 카페주인이 권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주인은 주문한 초록빛이 도는 술을 금반지 앞에 내려놓으며 카드 점을 봐 주겠다며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점술가인 그녀는 카드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고 있었다.
혈색 없어 보이는 마른 손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한 기다란 손톱이 마치 마녀를 연상시켰다. 그녀가 섞은 카드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탁자위에 좌아악 펼쳐졌고 그녀는 제일 먼저 온 손님부터 한 장씩 뽑을 것을 제안했다. 지루한은 조심스레 탁자위의 카드중 고민하지 않고 한 장을 뽑았다. 그가 뽑은 카드는 봇짐을 메고 있는 광대 카드였다. 신기하게도 두 번째 세 번째 계속해서 모두들 똑같은 카드를 뽑았다.
“광대 카드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겁니다”
“우리가 여행을 한다구요”
점술가의 말에 금반지가 앞쪽으로 몸을 약간 당겨 앉으며 관심을 보였다.
“여러분들 마음속에 그 답이 있을 겁니다. 그런 마음이 여러분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었을 테니까요”
계속 기회만 엿보던 사기꾼이 둘의 대화를 방해하며 끼어들었다.
“뷰티풀 마담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기.. 그게”
사기꾼이 약간 뜸을 들이자 점술가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들리던데요 음..사람들이 실종된다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소문의 진상을 밝히기라도 하듯 사기꾼이 물었다. 모두들 그 소문에 대해 궁금했던지 그녀의 말을 듣기 위해 숨을 죽이고 꼼작도 않은 채 그녀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고 있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드디어 그녀가 입을 뗐다.
“네 그 분들은 여행에서 아직 돌아오시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 얘기가 사실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그 여행이란 것이 뭐죠”
금반지는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란 말에 놀라 흥분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똑같은 표정으로 카드를 섞으며 시간여행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그럼 못 돌아오는 이유는요”
“길을 잃어버렸거나 여행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사람들은 한번씩 현재 생활에서 이탈을 원하죠.그분들도 그러한 이유에서 여행을 선택하신 겁니다. 전 그런 분들의 여행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선택은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녀는 묘기를 부리듯 현란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었고 모두들 그녀의 손놀림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고루 섞은 카드를 다시 탁자위에 한 줄로 펼쳐 놓았다
“시간여행을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장씩 뽑으세요”
점술가는 여기 온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미 그들의 마음을 꽤뚫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 그녀의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것 처럼 그녀가 시키는대로 카드를 뽑았다.
사기꾼은 마법사, 금반지는 연인, 의사는 절제, 도박사는 달, 지루한은 별 카드들 뽑았다. 점술가는 각자가 뽑은 카드는 자신들의 정신세계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부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카드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보게 되는 문이나 엘리베이터의 열쇠기도 합니다. 여행 중에 나타나는 카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견해 주는 카드입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점술가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저를 따라 오십시오”
주인을 따라 가니 좁고 꼬불꼬불한 미로가 시작되었다. 밖에서 봤을 땐 아주 작은 건물이었는데 이런 미로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좁은 미로를 따라 벽에는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마치 무성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액자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이상한 괴물에게 쫓기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액자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는 꽃밭에서 모자에 꽃을 꺾어 담고 있는 갈색머리의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꽃으로 만든 관을 머리에 씌워 주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금반지는 잠시 그 액자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의아하기만 한 금반지는 점술가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녀는 벌써 코너를 돌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점술가를 따라 일행이 도착한 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문들이 있었다.
“여행이 시작되면 지나간 길은 사라져버려 다시 되돌아서 올 순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신 분은 여기서 나가셔도 좋습니다.”
점술가는 그 곳에 온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금반지는 아까부터 느끼한 눈으로 힐끔 힐끔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사기꾼의 시선이 기분 나빴지만 애써 외면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마음의 결정이 쉽지 않은지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이 카페에 호기심이 생긴 금반지가 먼저 여행을 시작해보겠다고 하자 사기꾼도 얼른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지금 나갔다가 깡패한테 들키면 맞아 죽을 상황에 놓인 도박사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제 지루한과 나의사만 남았다.
“두 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만약 끝까지 가지 못한다면 우린 어떻게 되는거죠”
의사가 물었다.
“그곳에 남게 되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러분의 인생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여행이 시작되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끝까지 가셔야 합니다. 그래야 여기로 통하는 마지막 문을 발견 하실 수 있습니다 마음의 결정을 하셨습니까”
두 사람의 얼굴을 살피던 점술가의 무표정한 얼굴에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어떤 표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문을 선택하신 후 여러분이 선택한 문을 열면 흰 백합꽃이 가득한 두 갈래 길이 나타날 겁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분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겁니다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일수도 있고 좋지 않은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여러분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점술가는 모인 사람에게 시계를 한 개씩 나눠 주었는데 그 시계는 고장이 났는지 침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시계는 이곳의 시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시계가 자고 있는 것 같이 보일수도 있지만 여행을 시작하게 되면 시간은 정상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이 시계가 24시를 가리킬 때까지는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하루 동안 미스테리한 여행을 하시게 될 겁니다. 그럼 이제 문을 선택해 주세요. 어떤 선택을 하시든 그 결과는 여러분 몫입니다.”
얼굴을 흉기로 쓸 것 같은 도박사가 자기가 선택하겠다고 험상궂은 얼굴로 무언의 협박을 했다. 모두들 그의 기에 눌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자 이제 시작하십시오. 행운을 빕니다.”
감정이라곤 없을 건 같던 그녀가 어떤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처음에 도박사의 달 카드를 문에 대었다. 문이 철커덕 열리자 점술가가 말한데로 흰 백합이 가득 피어있는 두 갈래 길이 나왔고 그 길에는 왼쪽은 무지개 공원 오른쪽은 하늘공원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있었다.
만약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일행은 의견이 분분했다. 금반지와 의사는 무지개 공원을 도박사, 사기꾼, 지루한은 하늘공원을 선택했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하늘공원 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 길로 들어서자 왼쪽의 길은 점점 흐릿해지더니 사라지고 갑자기 주위가 온통 모래뿐인 사막으로 변했다. 모래바람 때문에 앞을 볼 수 없는 일행은 한발짝도 움직이기가 어려워졌다. 조금 뒤에 바람이 잠잠해지더니 일행의 눈앞에 스핑크스가 버티고 서 있었다. 스핑크스는 길을 막고 서서 문제를 맞추면 여길 지나 갈 수 있을 것이고 만약 문제의 답을 맞추지 못하면 이곳에 영원히 갇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