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잖아요” 
“그럼 문제는 간단하겠네요.”
금반지의 말에 지루한이 자신있다는 듯 거드름을 피웠다. 아까부터 눈에 거슬리는 그의 행동에 기분이 언짢았던 그녀는 입을 삐죽대며 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때 하필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줄곳 그녀를 보고 있었던 건지는 알수 없지만 그녀와 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나빠게 왜 저렇게 웃어]
점차 빛을 잃고 캄캄해진 하늘에서 촘촘히 박힌 별들이 보석처럼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물고기자리에 얽힌 문제로 사랑의 괴로움이란 뜻을 가진 바람꽃이라도 하는 꽃의 이름을 맞추는 문제였다. 아까전만 해도 어떤 문제라도 거뜬히 맞출 것 같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들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당황해 했다
그나마 지적으로 보이는 의사가 답을 맞췄다.
약속대로 스핑크스는 사라졌지만 산처럼 쌓인 모래더미의 위치가 자꾸 바뀌어 길을 찾을 수가 없는데다 태양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는 그들을 점차 지쳐가게 했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사막에서 길을 찾아 헤매던 일행은 무더위와 타들어가는 목마름에 탈진할 정도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무작정 앞만 보고 걸어가던 일행의 눈 앞에 아주 큰 푸른 호수가 또 나타났다. 약올리기라도 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로 이미 여러번 실망을 한 그들에겐 고문과도 같았다.
터벅 터벅 내딪는 모래 위의 발자국이 바람에 의해 사라지듯 그들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알 리 없는 이 곳에서 이렇게 사라진다해도 그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서글퍼졌다.
한발 한발 내딪는것 조차 너무 힘겨운 그들 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자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쏟아났는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일제히 미친듯이 그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도착한 그들은 초췌한 얼굴로 호수를 들어다 보며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를 발견했다. 듣던데로 나르시스의 잘생긴 얼굴에 금반지는 감탄을 토했다.
‘쳇 이 놈! 물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서 죽은 놈이잖아. 나보다도 못 생겼네.’
나르시스를 보며 건방을 떨던 사기군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지루한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나중에 치료 한번 받아 보셔야 될 것 같군요”
"나요? 왜요? 난 아주 멀쩡한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금반지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못생긴 것들이 잘 난 척은]
자기도취에 빠진 사기꾼과 나르시스가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금반지도 허리를 굽혀 호수를 들어다 보았다.
깊고 푸른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일더니 뭔가가 물위에 비췄다. 그녀는 호수에 비친것이 뭔지 보려고 눈에 힘을 주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떤 남녀가 손을 잡고 서 있었는데 남자는 뒤돌아 서 있어 얼굴을 알 수 없었지만 여자는 분명 금반지 자신이였다.
순간 그녀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뜨거운 날씨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가 명품 핸드백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연인 카드를 얼른 꺼내 보았다.
[혹시... 저 남자가 혹시 나의 인연이 될 사람인가]
이런 과대망상에 빠진 금반지는 그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 궁금해 호수에 얼굴을 더 바짝 갔다댔다. 그때 도박사가 등치에 안 맞게 뒤로 자빠지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금반지가 그쪽으로 돌아봤다. 일행의 눈이 일제히 도박사로 향했고 놀라 허둥대는 그에게로 의사가 급히 달려갔다.
“왜 그러세요 괜찮아요?”
“이 이 안에 악마가 있었어요.”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되는지 가슴을 손을 얹진 채 사색이 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도박사의 모양새 빠지는 모습에 그의 겉모습과는 다른 인간의 나약함이 보였다. 놀란 눈으로 모두 뭐라도 발견할까 싶어 호수를 들어다 보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여튼 등치에 않맞게 호들갑 떨기는.. 물에 비친 지 얼굴 보고 저러는 거 아냐? 애초에 저런 인간들 하고 같이 오는 게 아니였는데 아이고 내 팔자야’
금반지는 같이 다니는 일행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죽을 지경이었다.
“악마가 도선생 얼굴보고 도망갔네 도망갔어. 캬! 여기서도 먹히는 얼굴이네"
농담인지 진담인지 비웃는 듯한 사기군의 말투에 기분이 상한 도박사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아 아.. 농담 한 것 가지고 뭘 또 흥분을 하시고 그러시나.. 요”
도박사의 행동에 당황한 사기군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한심한듯 보고 있던 금반지는 혹시나 물속에 비친 그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다시 들어다 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고요하던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가 잠잠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 다시 물결이 이는가 싶더니 다시 고요해졌다. 폭풍전야라고 했던가 왠지 불길한 징조에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들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갑작스럽게 세찬 바람에 모래가 날아와 눈을 뜰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몸을 피할 시간도 없이 빠른 속도로 사납게 몰려오고 있는 회오리 바람은 곧 일행을 덮칠것 같았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모두들 있는 힘껏 거센 회오리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금반지가 그만 발목이 접혀 넘어지고 말았다. 당연히 굽 높은 힐이 문제였다. 하지만 일행은 금반지가 넘어진지도 모른채 빛의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도망가다 뒤를 돌아본 의사가 넘어진 금반지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금반지는 발목이 삐어 재대로 걸을 수가 없었고 그들 앞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거대한 회오리는 곧 두 사람을 통채로 삼켜버릴것 같았다. 여기서 더이상 지채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의사는 금반지를 업고는 죽을 힘을 다해 이를 꽉 물고 뛰었다.
어디서 초인적인 힘이 발생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그녀를 등에 엎고서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런데 닿을듯 말듯하는 회오리에 개념상실, 양심상실한 그녀는 의사에게 더 빨리 뛰라고 재촉해댔다.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구요"
점점 몸을 짖누르는 무게를 느끼며 숨을 헐떡이며 뛰던 그는 힘을 잃어갔고 급기야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이러다간 우리 둘다 죽어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꺄~~"
시커먼 회오리의 손아귀에 휘말리기 일보직전 다행히도 일행의 앞에 갈림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회오리를 피해 어떤 길로 들어섰다. 그 길로 들어서자 거센 회오리는 힘을 잃고 점점 약해지더니 차츰 사라졌다.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땅에 쓰러져 숨만 가쁘게 쉬었고 금반지를 업고 뛰어온 의사는 온몸이 후들거려 줄 끊긴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그자리에 덜썩 주저 앉고 말았다.
정신이 돌아오니 좀전의 자기 행동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했던 금반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눈치를 보며 망설이던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미안함과 그의 용기에 고마움를 정중히 건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주의깊게 보고 있던 사기꾼이 그녀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름다운 아가씨 이번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자기 혼자 살겠다고 죽을듯이 내빼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금반지는 그런 친절을 베푸는 사기꾼이 더 얄밉게 느껴졌다. 그런 얄팍한 속셈에 속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사기꾼의 팔을 밀치고 절뚝거리며 걸어가던 그녀는 결국 다른 사람들과 거리가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얍샵한 놈 같으니라고 얼마나 빠른지 발이 없는줄 알았네’
기다리는 사람의 애타는 심정은 나 몰라라인 금반지는 구두를 벗어 들고 혼자 중얼거리며 걸었다. 멀리서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뒤쳐져 오고 있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씨! 저건 또 뭐야. 저런 여잘 데리고 어떻게 계속 간단 말이야. 놔두고 갑시다.”
도박사의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에 모두들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봤다.
"잘 걷지도 못하는 사람을 혼자 나두고 갈 순 없어요”
“그러니까 놔두고 가자는 거 아니야. 아까 죽을 뻔 한거 생각 안나”
부릅 뜬 도박사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점술가도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었잖아요.”
지루한도 도박사의 눈치를 살피며 한마디 거들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태연히 걸어오던 금반지는 자기한테 달려오는 사기군의 모습을 보곤 순간 뒤로 물러서며 몸을 움츠렸다.
“자 가실까요 프리티 걸”
“왜이래요? 어.. 이 사기꾼 같은 놈아! 어디다 손을 대”
'어!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사기꾼은 싫다는 금반지를 번쩍 들어 올리던 그의 넓은 어깨에 들쳐 맸다. 꺼꾸로 매달린 그녀는 온 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이 기분나쁜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온 몸으로 발버둥을 쳐댔다.
"가만 좀 있어요 내팽개치기 전에 어린애처럼 보채기는"
"빨리 내려놔. 안 내려놔? 야~~"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찰싹!! 그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한대 때렸다.
"아야! 그 큰 엉덩이 좀 가만 놔둬요"
"내팽게치든 갖다 버리든 당장 내려놔 이 변태같은 놈아~"
일행은 얼마 안가서 보기만 해도 기분나쁜 검은 강물이 흐르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허름한 망토를 입은 뱃사공 노인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여길 건너시려면 배 삯을 내셔야 합니다.”
그 배를 얻어 타고 강을 건너기 위해 그들은 배삯을 지불해야 했다. 선뜻 돈을 내려고 하는 사람은 없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점자 모든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도박사가 어쩔 수 없이 도박판에서 딴 돈을 꺼내 뱃사공에게 건내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 사람만 뺀 나머지 사람들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원인모를 슬픔에 잠겨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오래된 낡은 노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와 출렁이는 물결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깨고 있었다
“여긴 어디요 영감. 아니 그런데 기분 나쁘게 강물색이 왜이래?"
“이 강은 아케론 강입니다. 슬픔의 강이라고도 하죠. 전 여기서 혼령들을 강 건너편으로 실어다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뭐요? 그럼 우리가 지금 죽었단 말이야”
“그리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을 여행하고 계시지요? 마지막 문을 찾으신다면 다시 오셨던 곳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노인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인 도박사는 일단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 마지막 문이라는게 혹시 어디 있는 건지 아슈?"
뱃사공 영감은 체념한 듯 고개만 좌우로 저을 뿐이였다.
다시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 그들은 어색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소가죽 배가 강 건너편에 도착하자 노인은 금반지에게 약을 건네며 삔 발목이 빨리 나을거라고 했다.
“영감님 우린 이제 어디로 가면 되죠?”
“여러분들이 가시는 길이 여러분들이 가야 할 길입니다”
노인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기곤 유유히 노를 저어 사라져갔다. 금반지는 노인한테서 받은 약을 먹어도 되는 건지 몰라 약간 망설이다가 입안에 넣고 삼켰다. 자츰 아팠던 발목이 점차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어 이상하네 발목이 다 나았어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 약이 효염이 아주 좋은가 봐요. 자 그럼 갑시다.”
건물도 집도 불빛조차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길을 계속 걸어 가다보니 3갈래 길이 나타났다. 없는 길, 알 수 없는 길, 보이지 않는 길이라고 쓰여 있었다.
“뭐야 결국 다 똑 같은 말이잖아. 사람 헤깔리게 왜 3개나 만들어 났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사기꾼이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궁시렁거렸다.
“어떻하죠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알 수 없는 길로 가기로 결정한 일행은 어두운 길을 한 발빡 한발짝 떼어놓으며 그때마다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얼마쯤 왔을까? 일행의 주위가 맑아지고 있었다. 드디어 그들의 눈앞에 넓은 푸른 초원이 정체를 드러내자 모두들 환성을 질렸다. 금반지는 팔을 벌리고 서서 빙글빙글 돌고 지루한과 도박사는 초원위에 벌러덩 누워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모처럼 평화로움을 즐겼다. 그때 사기꾼이 금반지에게 슬슬 다가오더니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같이 여행을 하게 되서 좋다는 둥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프리티 걸! 다만 친하게 지내자는 뜻으로 말한 건데 너무 섭섭하네요.”
“이거 보세요 난 댁 같은 사람하고 같이 여행한다는 자체가 내 인생의 오점이라고”
“너무 그렇게 가시 세우지 마시고 우리 스무스하게 지내요”
“꽤나 심심한 모양인데 댁 몸에 촬촬 흐르는 기름끼나 좀 닦으시죠 아저씨”
둘이 티격태격 하는 동안 의사는 수심에 잠겨 있었다.
“여기는 초원만 계속 되니까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네요 어디로 가야 될지 알 수가 없어요."
의사의 말에 지루한이 자기가 낀 시계의 나침반을 보며 남쪽으로 가자고 했다. 그의 시계를본 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지루한은 자기 시계와 카페 주인이 준 시계를 비교해 보았다. 지루한의 시계는 멈춰있었고 주인이 준 시계는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낮인지 밤인지는 구분 할 순 없었다. 계속 걸어도 끝없는 초원만 나오자 모두들 모여 의논을 했다.
“이제 어쩌죠”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에 모두 망막해 하고 있는데 뭔가를 발견한 도박사가 소리를 질렀다
“어! 저기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도박사의 눈이 향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엘리베이터가 위에서부터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오록 도와 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일행은 한명 한명 그 문에 카드를 대 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루한의 별카드를 문에 대자 문이 스스로 열렸다.
층 버튼이 없는 엘리베이터는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긴 일행의 마음속에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파고 들었다. 몸이 잠깐 붕뜬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엘리베이터는 어딘가에 멈췄고 조금씩 열리는 문 사이로 옅은 푸른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 곳은 햐얀 구름이 뭉개 뭉개 아주 낮게 떠다니고 있어 마치 하늘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금반지는 폭신폭신한 솜사탕 같은 구름을 살며시 만져 보았다.
구름을 헤치며 가던 일행은 또 다른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은 강 오른쪽은 바다란 팻말이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마음이 착착 잘 맞았는지 만장일치로 바다란 팻말이 있는 길을 선택했다.
그 곳은 바다 한가운데 섬을 둘러싸고 초록의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는데 섬에는 아름다운 모습의 여인들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한가로이 앉아 있었고 작은 배 한 척 옆에 있는 바닷가 바위 위엔 뱃사공이 넋나간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기군을 비롯해 그녀들을 본 모든 남자들도 아름다운 그녀들의 모습에 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이쁜 건 알아서'
금반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일행을 발견한 뱃사공이 바위에서 내려와 배의 밧줄을 풀었다. 배에 올라 탄 일행이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감상에 젖어 있는데 어디선가 들여오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는 사람들을 점점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고 있었다.
"이건..분명! 모두 귀를 막아요. 세이렌이에요 그 노래를 들으면 안돼요.”
의사가 외치는 소리에 정신이 든 사람들은 그가 시키는데로 귀를 막았다. 아름다운 섬을 뒤로 하며 배는 초록빛 물결을 가르며 유유히 떠내려 갔고 사기꾼은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배가 도착한 곳에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듯 피어있는 온갖 꽃들과 조그맣고 알록달록한 색을 가진 나비들이 꽃속을 노닐고 있어 꽃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금반지는 이곳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피크닉을 온 어느 노부부가 빨간 천을 깔고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행이 노부부에게로 다가가 길을 욷자 노부부는 웃으며 잠깐 앉아서 음식을 같이 먹자고 권했다. 배도 고픈데 잘 됐다고 생각한 일행은 그 옆에 앉아 나눠주는 음식을 먹었다.
“여긴 어떤 곳인가요? 우린 길을 잃었어요.”
도박사는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다가 음식이 목에 걸렸는지 포도주를 병채로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일행과 좀 떨어진 곳에서는 사기꾼이 나비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금반지의 눈에 들어왔다
‘한심하긴 뭐하는 거야?'
“여긴 아름다운 곳이죠 여기처럼 아름다운 곳은 없을 거에요 안그런가요 아가씨”
“네 여긴 참 아름다운 곳이네요. 그런데 할머니! 우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데 길을 잃었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글쎄요 벌써 여행이 싫증 난게에요?”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혹시 우리 말고 여기를 지나간 사람은 없었나요”
“여길 지나간 사람이 많이 있었지요.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어떤 여행자도 우리에게 아가씨와 비슷한 질문을 했었죠. 하지만 우린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어요 아는 것이 없으니까”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데요.”
금반지는 짐작가는 것이 있어서 물어 보았다.
“한 남자는 키가 컸고 여자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창이 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둘은 애인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다른 한 남자는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주 잘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분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어요.”
금반지는 그 카페에 걸려 있던 액자 속의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그 액자에 없었는데’
“이곳은 항상 변화무쌍해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니까요. 사람의 인생처럼 예측할 수가 없는 거죠. 이 음식이나 좀 먹고 가세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이것 밖에 없네요.”
그녀의 귓가에 꽃의 요정들이 날아와 먹으면 안된다고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도박사는 벌써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와인을 마시던 의사도 졸음을 이길 수가 없는지 자리에 드러누웠고 지루한은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사기꾼은 이제 나비 잡는것에 재미가 없어졌는지 금반지가 앉아 있은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다들 왜이래? 전부 잠들었잖아'
사기꾼이 금반지의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그 특유의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금반지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둘만 남은 거네요.”
금방 같이 있던 그 노인 부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금반지는 혹시나 저 느끼한 사기꾼이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대 잠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금반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사기꾼이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찾는 것 같더니 초코렛을 내밀었다.
“이거라도 먹어요”
금반지는 그의 손에 있는 초코랫을 옆눈으로 슬쩍봤다.
“어허! 이제 의심의 눈빛은 그만. 나 아가씨한테 의심받은 만한 짓 한 것 없잖아요”
[그래도 넌 수상해. 믿을 수 없어]
금반지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사기꾼이 건내는 초코렛을 잠시 못믿어운 눈으로 살펴보더니 말했다
“혹시 여기 약 넣은거 아니에요?”
“야! 진짜 바리케이트 좀 치지 맙시다.”
금반지는 개운치 않는 마음으로 사기꾼이 준 초코렛을 입안에 넣었다. 달콤한 초코렛이 입맛을 자극했다. 금반지는 초코렛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더 있으면 끄내 놔 봐요”
“이제 없어요. 한 조각도 안주고 혼자 다 먹네. 참 인심 아박하다.”
“댁은 아까 음식 먹었잖아요.”
‘어라 그러고 보니 난 아무것도 못 먹었네.’
초코랫을 입에 넣어 씹던 금반지와 사기꾼의 눈이 순간 마주쳤다.
“아 그럼”
둘은 동시에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하며 그 노부부의 음식을 먹은 사람들만 잠이 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금반지는 자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웠지만 모두들 죽은 듯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부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둘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