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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와 티파니에서 아침을 - 첫번째 싱글걸에 대한 혼란과 떨림의 이야기
샘 왓슨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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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욕 5번 애비뉴 새벽 5시  

높게 빗어 올린 머리, 검은 선그라스와 검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아침으로 손에 빵과 커피를 들고 티파니 보석가게 앞에 서서 가게 안의 보석들을 바라보고 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파티에서 막 돌아오는 길인 것 같다. 옷에 걸맞게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어울릴 듯 하지만 그녀는 길거리 보석 가게 앞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 장면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일 것이다. 1961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오드리햅번이 주인공역을 맞아 화제가 되었고 영화 주제곡 문리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 50주년을 맞은 이 영화는 사람들을 다시 그때의 추억 속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이 책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 만들어진 영화로 개봉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수 있다.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통상적으로 여자들은 조신하게 있다가 결혼해 가정을 갖는 것이 모범답안이었다. 그런 사회에서 남녀간의 불륜이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기는 쉽지 않고 영화 검열 또한 엄격했다. 그 와중에 독신으로 자유분방하게 살며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여인 홀리와 부유한 중년 여인의 정부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작가 폴과의 러브 스토리는 검열을 통과하기도 힘들었지만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남녀 주인공 케스팅과 감독, 의상 디자이너, 제작비, 작사, 작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그들은 각자가 자기의 몫을 충분히 해 냈고 많은 찬사를 받았다. 오드리햅번이 입었던 검은 드레스와 패션, 스타일을 모든 여성들이 따라하고 싶어 했고 주제곡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게 되었다.  

영화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문리버)를 부르는 그녀(홀리)의  모습에서 평소와는 다른 쓸쓸하고 외로운 그리고 소박하고 진실한 그녀를 느끼게 한다.  특히 잔잔히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은 오드리햅법과 함께 이 영화를 더욱 빛나고 했고 문리버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카포티가 원했던 마를린 먼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였더라면 지금과는 느낌이 다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청초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가진 오드리햅번이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녀였기 때문에 영화 속 홀리는 더욱 빛이 났다. 그녀는 로마의 휴일에서 보여준 귀엽고 발랄한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와 같이 한 사람들 각자가 원했던 것을 이루어준 영화. 다른 사람들처럼 살기를 거부했지만 영화 속 두 남녀가 진정 원했던 것도 진실한 사랑이 아니였을까

                 

오래된 영화라 시각적이고 현란한 영상과 기술적으로 뛰어난 요즘 영화와는 차이가 있지만 예전에 그 영화를 가슴 설레며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직도 이 영화를 잊지 않고 그리워 할 것이다. 이제 그녀가 서 있던 티파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그녀는 영화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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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35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메디치 이야기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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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피렌체의 평범한 중산층 집안이었던 메디치가가 어떻게 유럽 최고의 부자로, 세계최고의 예술가들을 길러내는 후원자로 또 르네상스를 꽃피우고 교황과 왕비를 2명씩이나 배출한 피렌체를 통치하는 왕실가문으로 세계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을까. 권불십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34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메디치가를 주목하는 이유와 메디치가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기업경영과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의 역사는 작은 규모의 메디치 은행 점장이었던 조반니 디 비치에서부터 안나 마리아 데 메디치를 마지막으로 346년이란 긴 세월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들에게는 대대로 내려오는 기업경영의 원칙과 철학이 있었는데 옳은 일을 하는 것을 기업경영 원칙으로 삼고 유약겸하(겸손하여 자신을 낮추는 것), 여민동락(백성과 즐거움을 같이 하는 것)을 인생철학으로 여겼다. 메디치 사람들이 사람의 마음을 얻어서 부와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활용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메디치 사람들은 사람을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예술과 학문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재능 있는 인재를 후원하여 르네상스를 꽃 피우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메디치가도 리더십이 없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면서 선대가 보여주었던 리더십을 갖추지 못하고 가장 중요하게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았던 코시모 3세 때부터 메디치가는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비인기 학문이었던 인문학 열풍이 다시 일어나는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최초의 인문 경영자라 할 수 있는 코사모 데 메디치는 영혼을 잃지 않는 참된 행복을 추구하였는데 세상과 시대에 대한 통찰력 없이는 기업도 개인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플라톤 철학을 만나게 함으로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했다. 지금의 사회는 창조적인 생각, 생각의 틀을 깨고 다른 각도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고 있다. 메디치효과는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생각의 융합 즉 틀을 깬 다양한 사고와 기존의 서로 다른 생각을 융합하고 다른 분야가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본보기가 된다.  상품이나 음식에서도 이미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새로운 상품들을 내 놓음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광고에서도 개성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구나 광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메디치가는 또한 가능성을 지닌 인재를 볼 줄 아는 안목과 그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데 힘을 썼기 때문에 많은 유명한 화가와 문학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런점은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기업들은 학력보다는 재능과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채용하고 국가는 개인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누구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역사적인 내용들이 많아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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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물상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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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이철환 작가가 어린 시절 겪었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그는 자신이 쓴 책처럼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데 책 수익금은 연탄길 나눔터 기금으로 그늘진 곳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
춥고 배고픈 시절 철환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행복한 고물상과 식구들이 살고 있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이웃들과의 따뜻한 정과 친구와의 우정,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사연들이 온돌방처럼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빠르게 경제가 성장한 덕에 지금은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졌지만 내가 어릴적만해도  집에 텔레비젼이나 전화기가 있으면 부자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선풍기도 흔하지 않았던 때라 더위로 잠 못 이루던 여름철 저녁이면 사람들은 부채를 하나씩 들고 나와 동네 마루에 둘러 앉아 늦게까지 수다를 떨거나 텔레비젼이 있는 집이 있다하면 텔레비젼를 멀리서 라도 보려고 그 집에 빼곡이 몰려들었는데 주인의 싫은 눈치에도 배삼룡의 바보 연기에 빠진 사람들에겐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의 우스운 행동은 어른들에겐 온갖 시름과 고된 하루를 잊게 해주는 만병통치약과도 같았다.
 
장난감이 따로 없었던 아이들에겐 주위의 돌맹이나 모래, , 자연이 놀이터고 장난감이었다. 산으로 들로 강으로 놀러 다니며 개구리 잡고 풀로 피리 불며 놀았다. 그리고 과자도 흔하지 않았던 때라 엿장수 아저씨의 찰그락 찰그락 가위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엿을 사먹기 위해 집에서 못 쓰는 고물을 찾아 들고 나왔다.  그 중에는 집에서 쓰는 물건으로 엿을 바꿔먹다가 엄마한테 혼나는 아이도 있었다. 이렇게 모인 모든 버려지는 것들은 고물상으로 흘러들어갔다.
 
철환의 아버지가 꾸려가고 있는 행복한 고물상에도 없는 것이 없어 어린 철환이에게는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런 고물들 중에 장난감을 골라 깨끗이 손질해 12월이 되면 국화빵 아주머니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국화빵을 사러 오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것을 나눠 주었다. 크리스마스하고는 거리가 먼 가난한 아이들이겐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들어 준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물을 모아 판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혼자 사는 할머니가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힘들게 보내는 것을 알고는 고물상에 있는 선풍기를 닦아서 선물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아버지의 고물상은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이름 그대로 행복한 고물상이었다.  하지만 형편이 점점 안 좋아져 지금껏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던 행복한 고물상이 문을 닫았을 때 아버지는 많이 슬퍼하셨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철환이는 아버지한테서 고물이 아닌 새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매일 고물만 만져온 아버지에게도 처음으로 만져 본 새 물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식들의 정신적인 크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아이스께끼 파는 아저씨와 먹기만 하면 모든 병이 말끔히 나을 것 같았던 만병통치약 파는 아저씨의 외침에 몰려 들던 구경꾼들. 모기, 파리 살충제 뿌리는 아저씨의 자전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를 쫓아 동네를 뛰어다니던 옛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오래되 빛바랜 앨범 속에서 추억을 만나듯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살면서 가끔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정이 있었고 만병통치약 아저씨의 뻥을 그대로 믿는 순수함과 돈을 훔치다 잡혔다 해도 그 사람의 죄보다 그 사람의 안타까운 사정 이야기에 더 마음 아파하는 넓은 마음과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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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엄마의 첫 번째 편지
정옥숙.이이림 지음 / 웅진윙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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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온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톱스타 최진실, 그리고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생 최진영 두 남매의 가슴 아픔 이야기어머니 정옥숙 여사는 이 책을 통해 두 남매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고인이 된 딸에 대한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사람들의 오해가 풀리길 바라고 있다.
 
갑작스런 그녀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그 뉴스를 듣고 나도 또한 오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의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똑부러지고 악바리 같은 그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어린 아이와 자신이 사랑하는 엄마와 동생을 남기고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동안 그녀의 자살을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떠돌았다. 그녀의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우리는 재대로 알지 못했고 그녀의 죽음을 두고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가십꺼리로 전락해버린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녀는 살아있을 때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민 배우였는데 죽어서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파워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모든 CF를 거의 다 휩쓸고 드라마에 나왔다 하면 히트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고 닮고 싶어 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녀. 세상은 그녀에게 주목했고 작고 귀엽고 깜찍한 외모와 밝은 미소와 알뜰함, 그리고 솔직함으로 모두를 반하게 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것만큼이나 그녀에게는 말 못할 많은 아픔이 있었다.  진실이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며 루머에 시달릴때  엄마로써 더 적극적으로 지켜주지 못하고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이 자식을 잃은 엄마의 아픈 마음을 더욱 더 아프게 한다. “맘껏 내 자식 얼굴 볼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입니다라는 말에서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한이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만난 첫사랑의 남자에게 아이가 있는 것도 모른채 결혼한 진실 엄마는 신혼첫날부터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인편단심 기다리며 진실과 진영을 낳고 온갖 고생을 겪으며 살아온 엄마의 서글픈 인생. 무능하고 무책임한 남편을 대신해 두 아이를 책임져야 했던 최진실 엄마는 매일 전쟁 같은 날을 보내야 했다. 방 값이 밀려 아이 둘을 대리고 쫓겨나야 했고 먹을 것이 없어 굶기를 밥 먹듯 해야 했다. 가끔 집에 들어온 아버지는 엄마가 조금 모아 놓은 돈까지 긁어 가 버렸고 매일 끼니 걱정과 살아갈 걱정을 해야했다. 먹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 진실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먹는 빵이 먹고 싶어 엄마가 싸준 도시락과 빵 반개를 바꿔 그것을 진영과 같이 먹으려고 싸왔다. 아빠가 사준 냉면이 최고로 맛있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아빠와의 추억은 별로 없지만 항상 아빠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든 집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 연탄광에서 살면서도 식구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 그러나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렵기만 했던 그들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 죽으려고 했던 엄마의 손을 붙잡고 살고자 했던 진실. 그녀와 진영은 괴롭고 힘들때마다 엄마를 지탱해주는 존재였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든 살아야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엄마에게 자기가 나중에 엄마 호강시켜주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진실과 진영은 엄마의 마음을 항상 잘 이해해주고 엄마를 위해주는 든든한 효녀, 효자였다. 찢어질 듯한 가난과 어려움은 세 사람을 더욱 강하게 묶어 주었다.
 
그녀가 CF모델로 얼굴을 알리게 될 쯤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으로 7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이사한 날 세 식구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더 이상 돈 때문에 쫓겨날 걱정, 떠돌아다닐 걱정 안 해도 되고 뜨거운 물도 콸콸 나와서 좋아했다.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하지만 인기가 올라갈수록 그녀는 점점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외로움을 타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결혼은 그녀의 인생을 탈바꿈하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두 톱스타의 만남과 결혼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람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받으며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의 외도를 목격했고 이혼을 강요당해야 했다. 엄마처럼 꿋꿋히 가정을 지키며 살고 싶었던 그녀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 남편의 자살은 그녀를 또 한번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힘든 일을 겪었던 그녀는 친구의 불행을 자기 일처럼 너무 가슴 아파했었다. 그런데 그 슬픔이 가시기 전에 사채설까지 나돌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무니 없이 커져만 갔다. 연달은 충격적인 사건은 그녀를 절망의 늪에서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불행은 계속 식구들을 괴롭혔고 급기야 그녀는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존재로 세상의 왕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많고 내성적이었던 그녀는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가끔 혼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있기도 하고 갑자기 가게를 해 보겠다고 했다가 밤이 되면 잠도 못 자고 뜬 눈으로 지새우기도 했다. 세상이, 사람이 무섭다고 말할 때 그런 딸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엄마는 매일을 가슴을 치며 괴로워했다

이제껏 쌓아 온 모든 것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사랑과 관심은 저주와 질타로 변해버렸다. 세상사람 모두가 자기를 손가락질 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어떤 파렴치한 죄인보다 더 큰 죄인이 되어버려 밖으로 나오기조차 두렵게 만들어 버렸다. 한때 모든 것을 가졌었지만 어느새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는 괴로움과 외로움 두려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과의 이별을 선택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도 없이 자신을 죽음 속으로 내던지고 말았다. 그토록 힘든 세월을 꿋꿋이 이겨내며 진실되게 살고자 했던 그녀에게 그것은 가혹한 형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누나의 죽음은 진영에겐 떨칠 수 없는 슬픔이었고 누나를 그리워하던 그는 죽어서라도 같이 있고 싶었던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살아서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서 죽어서라도 꼭 누나를 지켜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죽음은 부모에겐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남겼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엄마는 손자 손녀들 몰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봄이 오면 진영이가 생각나서 봄나물도 먹을 수 없고 가을이 되면 진실이가 생각나서 단풍도 즐길 수 없는 엄마는 그리움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눈가가 마를 날이 없다. 그리운 진실이와 진영이를 만나 두 팔로 꼭 안아 줄 날을 기다리며 딸이 남기고 간 환희와 준희를 위해 오늘도 슬픔을 삼키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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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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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소비는 점점 증가하고 그로인해 넘쳐나는 쓰레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속에는 우리가 쓰다 싫증나서 버리는 물건도 많다.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던 예전에는 옷이 떨어지면 꿰매서 입고 그러다 도저히 못 입을 정도가 되어야 버렸지만 지금은 유행이 지나거나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멀쩡한 것들도 하루아침에 쓰레기로 전락해 버린다.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은 꽃섬이라는 예쁜 이름과는 사뭇 다른 쓰레기 매립장이 터전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욕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버린 욕망의 찌꺼들로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는 꽃섬. 그곳 사람들은 더럽고 심한 악취로 숨조차 재대로 쉬기 어려운 환경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쓸모없어 버려진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자 사람들이 만들어 낸 아주 낯익는 또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다.

아빠와 친구 되는 아저씨의 권유로 엄마와 함께 이곳에 들어오게 된 14살 딱부리는 엄마가 그 아저씨와 같이 살게 되면서 아저씨의 아들 땜통과 형제가 된다. 이름보다는 별명이 더 친숙한 이곳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보다는 부모의 일을 돕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딱부리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땜통을 통해 알게 된 빼빼네와 도깨비 김서방네 가족에게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술과 도박을 즐기던 땜통 아버지가 살인미수로 감옥에 가게 되자 딱부리는 사람들이 아저씨가 삼청교육대에 가게 될 거란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사람들 말로는 그곳에 갔다 오면 새 사람이 되어 온다는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리 없던 딱부리는 쓰레기장에서 골라 낸 쓰레기가 재생공장에서 새로운 물건이 되어 나오듯 그곳에 가면 사람도 새롭게 바른 사람이 되어 나오리라 생각한다. 꽃섬에 온 뒤로 딱부리도 언젠가부터 자신도 쓰레기가 되버린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되도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는 이곳. 크리스마스날 산타할아버지에게 모든 아이들이 선물을 받지만 꽃섬에 버려진 아이들과 땜통은 한번도 산타할아버지를 본 적도 선물을 받아 본적도 없다. 딱부리는 김서방네가 선물해준 쓰레기더미 속 돈을 갖고 땜똥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게임기를 사준다. 땜통은 이제껏 처음 받아 본 새 장난감에 너무 좋아한다. 매일 그것만 가지고 노는 땜통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딱부리. 둘의 형제애는 그들이 보낸 시간보다 더 빨리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자 쓰레기더미에서 튀어 오른 불통이 비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에 옮겨 붙어 큰 불이 되어 그곳을 뒤덮는다.  딱부리는 땜통의 게임기를 지키기 위해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고 화재가 진압된 뒤 죽은 채로 발견된 불쌍한 어린 땜통의 죽음은 딱부리에게 큰 슬픔을 남기게 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 곳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매일 위협을 무릅쓰고 살기 위해 쓰레기 산에 올라간다. 공장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높아지는 쓰레기더미 산. 쓰레기장에서 중기에 깔려 불구가 된 두더지의 형처럼 우리도 우리가 쌓아 올린 부질없는 욕망의 더미에 깔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 쓰던 물건을 내버리듯 우리는 버리는데 너무 익숙해져있다.  예전의 좋은 것들 까지도 따뜻했던 사람들간의 정도 사랑도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물건들처럼 편한대로 쓰고 버리면서 사람들은 욕망으로 점점 소중한 것들을 잃어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도 변하고세상도  모든 것이 변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우리는 쉽게 버리고 허물어 뜨리고 있는건 아닐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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