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는 정석 따윈 없다 - 별일 있어도 떠나는 남자의 리얼 여행기
차영진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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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처럼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있을까.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어디를 가장 가보고 싶어 할까.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아마 예술과 낭만의 도시, 많은 유명한 예술가와 철학자, 음악가를 탄생시킨 유럽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를 풍경 삼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혼자만의 낭만을 즐기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보았던 멋진 곳을 거닐며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즐거운 상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을 여행하기란 아직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행사가 정해 놓은 코스를 빠듯한 일정에 맞춰 둘러보기 때문에 수박 겉 핧기 여행이 되기 싶다. 그렇다고 배낭여행을 하거나 말도 안 통하는 곳을 혼자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도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용기있게 혼자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그의 여행길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어느 곳이든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 좋은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여행 중에 서툰 영어와 동양인이기 때문에 약간의 차별을 받기도 하고 짖꿋은 사람들로 인해 곤역을 치르기도 하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며 꿋꿋히 여행한다. 여행을 통해 각 나라의 문화와 그 곳 사람들 속에서 느꼈던 감상과 에피소드를 사진과 함께 담았다. 말도 재대로 통하지 않는 곳을 가이드 없이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각 나라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소통함으로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처럼 언제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그의 용기가 부러웠다

여행에서는 얻는 것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고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항공권을 구하는데 애를 먹다가 다행히 구한 러시아 항공은 사람들에게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순간 암담했지만 앞으로 자신의 눈으로 볼 세계에 대해 기대하며 모든 것을 좋게 해석하고자 하는 것을 보며 예전에 내가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여전에 신혼여행으로 괌을 가게 되었는데 여행사의 실수로 대한 항공기를 놓치고 영문도 모른채 그들이 시키는 데로 짐 가방을 들고 공항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 적이 있었다. 그날 괌에 도착해야 했지만 결국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하고 근처에서 하루를 지내야 했다. 그날 하루 종일 굶은 상태에서 걱정으로 인해 잠까지 설쳤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괌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공항에 갔다. 어쩔 수 없이 타게 된 외국 비행기. 비행기 타면 뭐라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국 비행기라 기내식도 입에 맞지 또 굶어야 했던 일과 승무원이 영어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듣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뭔가 작성하라고 준 종이에 영어로 대충 적어서 냈던 기억이 있다.

어찌어찌 해 드디어 괌에 도착했더니 갑자기 후덥지근한 열기가 온 몸을 덮쳤다. 늦가을이었던 우리나라에 맞춰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입국 심사를 받았다. 또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에 무조건 예스라고 말했던 것과 셔틀버스를 놓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몰라 당황했던 일을 지금도 생각하면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아무튼 돌아오는 날까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거의 굶다 시피해야 했다는 사실. 34일 길지 않는 시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그 대신 돌아가면 얘기해 줄 꺼리들이 많이 생겼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그 말이 그렇게 가슴 깊이 와 닿은 것은 처음이었다. 말이 통하고 음식만 맞으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이었지만 자꾸 집이 그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잊지 못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줬고 가지 않았더라면 말로만 듣던 하얀 백사장, 조용한 거리와 멋진 자연 풍경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생인줄 알지만 사람들은 또 여행 계획을 세우며 즐거워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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