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하죠 깰 때까지 기다려야 될까요”
"글쎄요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방법 말고는 없을것 같네요”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원인 모를 일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방도가 떠오를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기군의 머리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았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급기야 답답함을 느낀 금반지는 먼저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괜시리 말을 걸었다가 그가 응큼한 수작이라도 걸어올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정적속에 오랫동안 그가 입을 떼지 않자 혹시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앉아서 잠이 든 건 아닐까라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그를 슬쩍 쳐다봤다. 그의 시선은 어떤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도 그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려 보았지만 특이할만한건 없었다. 줄곧 그의 눈은 그곳에 있었지만 그는 그곳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눈을 둘만한 곳이 필요했던 뿐 정신은 이미 다른 곳을 떠돌고 있었다.

평소에 전혀 생각이라곤 하고 살것 같지 않던 지금 그의 모습은 약간 의외였다. 그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 있어 정신이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어떤 주문이 필요해 보였다.

"정말 알 수 없는 곳이죠?"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 대답도 없는 것으로 보아 더 강력한 주문이 필요했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의 사색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지만 무작정 이렇게 기다리는것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 비친 뭔가로 인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꺄~~~"

고막이 찢어질듯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그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봤다.

"왜요? 무슨일인데요?"

그녀의 몸과 얼굴은 경직 되어 꼼짝도 못한채 눈은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치마 위에 얼룩덜룩한 무늬와 울퉁불퉁한 피부를 가진 싱그럽게 생긴 개구리 한 마리가 큰 눈을 껌뻑 껌뻑거리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어서요 제발 이것 좀 치워줘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손으로 개구리를 잡았다.  그 징그러운 생물체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녀는 그제서야 인상을 있는데로 찌푸린채 치마를 툭툭 털어내며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으~윽  그 개구리 저~쪽으로 저어쪽으로 멀찌감치 지워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징그럽게 생긴 개구리가 그의 손바닥 안에 있긴 했지만 그녀의 가시권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위협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그는 개구리를 손바닥에 위에 올려 놓고 강아지를 쓰다듬듯 쓰다듬고 있었다.

"난 귀여운데"
"뭐라구요? 얼른 치워요"

그는 그녀를 약올리기라도 하듯 개구리를 만지작거리며 수상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웃음속에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에요? 설마 그걸로 날 겁주려는건 아니겠죠? 만약 그걸 내게 던지기라도 했다간 당신 얼굴도 개구리처럼 만들어 버릴거에요"
"누가 뭘 어쩐다고 그래요? 난 아무짓도 안 했는데.. 참 이상한 여자라니까"
"그러니가 빨리 멀리 보내란 말이에요"
"난 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닐건데요"
"뭐,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발 잘못 들었길 빌었다.

"아직 귀 멀 나이는 아닌것 같은데 ...내 가 갖 고 다 닐 거 라 고 요"

그는 그녀가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것 같아 몸을 약간 그녀 쪽으로 기울여서 또박또박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나 귀 안 먹었어요. 아니 이거봐요 사실 난 개구리 공포증 있단 말이에요. 게다가 심장이 안 좋기 때문에 그 개구리 땜에 심장마비 걸릴지 몰라요. 그러니 생사람 잡지 말고 잘 판단하세요"

그녀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약간 고민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싫은대요"
"뭐요??"

그녀는 황당함을 감출길이 없었다 . 이젠 정말 결단을 내려야 할때라 생각한 그녀의 얼굴은 곧 비장함으로 바뀌었다.

"할 수 없죠.  당신이 개구리를 버리지 못하겠다면 제가 떠나죠"
 
얼른 자신의 가방을 챙겨 들고 떠나려는 그녀의 손목을 그의 손이 덥썩 잡아챘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몸은 그의 두 팔에 잡혀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놀란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눈앞이 번쩍거림과 함께 어질어질함을 느꼈다.

"야~"

그녀는 들고 있던 가방을 미친듯이 마구 휘두르며 그를 두들겨 팼다. 그는 한마디 말도 못한채 무방비 상태에서 원없이 얻어 맞았다.
점차 가방을 휘두르는 그녀의 동작이 느릿해지는 걸로 봐서 그녀도 힘이 빠진 모양이었다.

"어디다 그 더러운 입을 갖다 대. 한번만 더 그런짓 했다간 정말 뼈도 못 추릴줄 알아"
"뭐~ 더러운?..뼈도 못추려?"
"그래"
"와~ 이거 뭐 위 아래도 없고..내가 댁보다 몇살 위인것 같은데. 그리고 무슨 여자가 그렇게 무식하게 때려"
"나 원래 무식해. 무식하기만 한 줄 알아? 성질도 더러워서 화나면 물불도 못 가려. 그러니 앞으로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그녀는 획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런데도 그런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자신을 그도 알지 못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도록 일행이 깨어나지 않자 금반지는 일행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몸을 세게 흔들어 보았다. 모두 다 죽은 시체마냥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어깨가 축 쳐진 채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녀가 안스러웠는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사기군은 그녀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려 놓으려다 움찔하며 얼른 손을 뒤로 숨겼다.

"저리가요"
"아니! 나 정말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런사람이고 이런사람이고 간에 50미터 접근 금지에요"

어쩔수 없이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 본 적 있어요?’
"..."

그녀는 대답 대신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봤다.

"없죠? 나도 없어요. 우리가 여길 오지 않았더라면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그냥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게임이라 생각하고 즐거요. 우린 그냥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게임에서 지면 다시 하면 되요 그리고 결국 게임은 이기게 되어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그들이 깨기만을 기다리는 둘의 눈 앞에 공중에 ’문카드’ 한 장이 빛을 내며 공중에 빙빙 돌고 있었다.

"이건?"
“도박사가 가지고 있던 거랑 같은 거네요. 왠지 기분 나빠요"
"왜요?"
"음흉하게 생겼던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보이는 건 분명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견이 아닐까요.”

그 말을 내뱉던 그녀는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길함에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달 카드는 불확실성이나 불안정을 뜻하는데’

불길한 예상이 맞은 건지 잿빛구름이 파란하늘을 삼키더니 곧 그들의 머리위로 억수같은 비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얼른 근처 나무 밑으로 몸을 피한 두 사람은 근심에 찬 얼굴로 잠든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납게 내리는 비는 쉽게 그칠것 같지 않았다.  사납게 쏟아 붓는 비속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진 잠든 일행의 온몸을 굵은 빗줄기가 강타하곤 팅겨 나갔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빗물에 잠든 일행을의 몸이 점점 잠겨 이젠 얼굴까지 잠길 상황이었다. 더이상 애만 태우고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 금반지와 사기군은 그들에게 뛰어가 다시 한번 그들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고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둘은 이리저리 분주히 왔다갔다 했다.

비를 맞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 미역처럼 얼굴에 달라붙어 성가지게 했고 물을 배부르게 먹어 늘어진 옷은 그녀의 몸을 더욱 무겁게 했다. 오랫동안 빗속에 있던 그녀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한기를 느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을 움츠리며 팔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좀 일어나란 말이야! 왜 자꾸 안 일어나. 흑흑 지금 안 일어나면 정말 죽든 말든 나두고 갈거라고’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것 같은 금반지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제껏 참아왔던 마음속의 두려움을 토해냈다.

"이 사람들을 끌고라도 저 나무 근처에까지 데리고 가야해요. 여기 이렇게 놔 두면 다 죽고 말 거에요"
"이제 곧 물이 여길 덮칠 거에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어떤 행동도 부질없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그녀는 모든걸 포기한 사람처럼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를 따라 불어나는 물을 피해 근처의 조금 높은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기군은 자신의 양복를 벗어 떨고 있는 그녀의 몸에 덮어주고는 그들에게로 다시 뛰어가 그곳에서 끌어내오기 위해 애를 썼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나 주길 바라며 지켜보는 그녀의 눈에 슬픔이 밀려왔다. 물은 이제 그들을 거의 덮어버렸다. 

그때 지루한의 손가락이 조금씩 꿈틀대더니 약간의 반응을 보였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아 얼떨떨한 상태였지만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지루한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엔 일행이 물 속에 파묻힌채 누워있었다. 사기군은 지루한의 옆으로 가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어서요. 여길 피해야 해요.  곧 물이 덮칠거에요 도와줘요"

지루한도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기군을 도왔다. 

"일어나요  이거봐요. 안 일어나면 죽는단 말이에요 어서 눈을 떠요"

그들은 잠든 일행을 깨우려고 안간힘을 쎴다. 그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한명씩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요? 어서 일어나요"
"어떻게 된거에요"

그들의 머리위로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정신이 든 의사는 일단 사기군의 말대로 그 곳을 피하기로 했다.

지루한은 아직 깨지 않는 도박사의 얼굴을 여러번 세게 후려쳤다.

"이것봐요 정신 좀 차려요. 이 나쁜 놈아"
 
그때 코와 입으로 물을 토해내며 도박사가 눈을 떴다. 순간 지루한은 움찟하며 그가 자기의 말을 들었을 까봐 약간 두려웠다.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지루한은 기뻐하며 도박사를 부축해 그를 끌고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하늘이 뚫린것 같이 쏟아지던 비는 곧 일행이 서 있는 발밑으로 큰 강물이 되어 거세게 흘렀다. 그런데 나무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금반지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이 강이 두 번째 강인 통곡의 강이 아닐까요” 
“아까 우리가 건너온 강은 슬픔의 강이었으니까 그럼 이건 신화에 나오는 5대강 중의 하나인 그 코퀴토스 비통의 강?”

의사는 사기군의 말에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건가 그럼 우린 어떻게 강을 건너죠?”

사기꾼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의 타로카드를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왜 내가 이 카드를 뽑았을까’
"점술가가 우리가 뽑은 카드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했잖아요.”
“맞아요 우리의 내면세계이기도 하고”
“그럼 이 카드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 카드속의 마법사가 지팡이가 공중에 떠 빛을 내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진 사기꾼은 그 지팡이를 쥐고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 몰라 이리보고 저리 보고 했다.

‘지팡이니 땅을 짚고 가란 뜻인가’

사기꾼은 지팡이로 땅을 쿡쿡 내리쳤다.   그러자 큰 강물이 소용돌이치더니 회오리가 되어 사라지고 강물이 흐르던 길을 따라 황금길 펼쳐졌다.  

‘내가 어떻게 한 거지’

그 광경에 놀란 일행은 멍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기꾼도 또한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은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에 펼져진 황금으로 된 길을 보고 또한번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도 걸어본 적 없는 황금으로 된 길을 밟으며  지루한은 세상에서 최고의 갑부가 된 것 같았다. 

‘이 황금만 있으면 그 꼴 보기 싫은 부장 코를 납작하게 해 주는데’

부장한테 금덩이로 한방씩 때리며 던져주는 상상을 한 지루한은 혼자 정신나간 사람처럼 실실 웃었다.  황금이 가득 담겨 있는 상자를 발견하는 상상을 하며 걷던 도박사는 그림의 떡인 이 황금길이 사라져가자 발을 떼지 못했다. 점차 황금길은 사라지고 고운 모래로 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박사가 자기의 얼굴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옆에 걷고 있던 지루한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갑자기 도박사가 지루한의 멱살을 잡자 그는 놀란 토끼눈처럼 휘둥그레졌다.

"아 아  왜 이래요?"
"너 아까 날 때렸어?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에요?"

지루한이 기분나쁘다는듯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던 도박사의 손을 떼어 놓으며 말했다.

"이상해 왜 얼굴이 얼얼하지?"

도박사는 자기의 얼굴을 문지르며 의심스런 눈으로 지루한을 쳐다보았다.  
 
"..그야..어쨌든 나 아니였으면 벌써 죽었을 거에요.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할 판에 무슨 짓이에요?"
"지금 한 말은 정말이에요"

사기군이 한 몫 거들며 지루한의 말을 증명해주었다.  그제서야 도박사는 꼬랑지를 스스륵 내리고는 멋쩍어 하더니 다시 길을 걸어갔다.

"나 참... 그때 그냥 내버려두는 건데"

도박사보다 조금 뒤떨어져 걸던 지루한은 그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며 자기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허름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사람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없는 이곳에서 집을 발견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혹시 자기들과 비슷한 여행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반쯤 떨어진채 바람에 덜컹거리는 창문만이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걸 봐서는 분명 사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다시 문을 두드려 보았다.  여전히 묵묵 부답이었다. 

할 수 없이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날 것 같지  않자 답답함을 참지 못한 도박사가 문손잡이를 다시 세게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렸다. 

집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가 보니 천장과 벽에는 거미줄이 군데군데 쳐져 있었고 물건이라고 해봐야 식기 몇 개와 탁자,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는 책장과 낡은 침대뿐이었다.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식탁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사기꾼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의사와 금반지가 방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도박사가 음식을 먹으려고 음식에 손을 갖다댔다 . 주인도 없는 집에 들어와 음식에 손을 데는게 깨름직한 지루한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도박사가 음식을 집으려고 하자 음식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가  다시 다른 음식을 집으려는 순간 또 음식이 사라져버리자 둘은 서로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의사와 금반지는 책장이 있는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먼지가 뿌혛게 쌓여 있고 색이 바래 있었다.

“이 집 주인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집을 둘러보던 의사가 옆에 있던 금반지에게 말하자 그녀는 그 이유를 물어 봤다.

“여긴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먼지도 많이 쌓여있고 식기도 모두 한 개씩뿐인 걸로봐서 사람들의 왕래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금반지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 조금 깨끗해 보이는 책을 꺼내 책장을 넘겨보았다. 책 속에는 일행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일들이 적혀 있었다.  의아한 생각이 든 그녀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얼른 책장을 넘겨보았다. 하지만 뒷장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었다.

“이것 보세요 이 책에 우리가 지나온 일들이 모두 적혀 있어요.”

그녀는 미심쩍은 얼굴로 옆에 있던 의사에게 책을 보여주었다.  의사는 금반지가 내미는 책을 읽어 보더니 얼른 다른 책도 꺼내 펼쳐 보았다.  하지만 그 책에는 아무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다.  또 다른 책을 빼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 왜 우리 이야기가 적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집 주인은 우리가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었을까요”

의사와 금반지는 수수깨끼 같은 일들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금반지가 책을 다시 책장에 꽂으려는 순간 책 사이에서 카드 한 장이 떨어졌다.  금반지는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주워 뒤집어 보았다.  그 카드는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에요”

의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지고 있었다.

“여기서 무엇들 하십니까?”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사기꾼이 금반지에게 윙크를 날리며 느끼한 웃음을 지었다.

“아름다운 아가씨 그리고 의사 선생님! 주인도 올 것 같지 않은데 이만 가실까요.”

의사는 다시 보던 책을 책꽂이에 꽂았다. 사기군은 다시 한번 느끼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보더니 돌아갔다.

’정말 기분나쁜 사람이야’
"누구요? 저 사람요?"
"네.  아! 그리고 이 얘길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더 두고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길을 떠나기 위해 도박사가 문손잡이를 돌리자 문이 쿵 하고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문을 살짝 세워두고 가려는데 저쯤에서 누더기 옷을 걸친 텁수룩한 수염이 난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손님이 오셨군요. 오실 줄 알고 급하게 온다고 왔는데 좀 늦었네요.”

모두들 그 노인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영감 집이요?”

도박사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네 그렇답니다. 잠깐 들어 가시죠”
“근데 영감!  식탁에 먹지도 못하는 음식은 왜 올려 났수?”

도박사의 음식이란 말에 옆에 있던 사기꾼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더니 말했다.

“음식이 있었어요?  아! 진짜 난 여태껏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도박사가 틀림없이 혼자 먹었을 거라고 생각한 사기꾼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환상을 보셨군요”

노인은 도박사가 환각을 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환상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오”
"따라 들어오시죠"

노인은 일행을 안으로 안내했다.  식탁에 앉은 일행에게 노인은 오래되 보이는 딱딱하게 굳은 빵과 쟁반에는 쪼그라든 무화과, 뽕나무 과일인 오디와, 우유를 내 주었다.  도박사는 노인이 내 놓은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껏 아무것도 못 먹은 사기꾼과 금반지에게는 맛있게 느껴졌다  오디를 먹은 금반지의 혀는 금세 검게 물들었다. 

“계속 여기서 사셨습니까?”

의사가 노인에게 물었다.

“네 전 여기서 쭈욱 살고 있습니다”
“혹시 여기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았나요”
“네 아주 오래전에 여기에 몇 분이 다녀갔지요”
“혹시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전 잘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음..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 생각이 잘 나진 않군요”

의사는 좀 실망스런 눈치였다.

“아까 이 곳에서 영감님의 책을 봤습니다. 그 책에 우리가 지나온 얘기들이 적혀 있더군요”

예상외로 노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셨군요. 여기엔 많은 책이 있는데 이 집에 들른 분들의 일들이 책에 기록이 됩니다.  아마 그 책을 보신 모양입니다”
“그러면 저번에 여기 온 사람들의 내용이 적힌 책도 있을 것 아니에요?”

궁금함에 마음이 급해진 금반지가 질문을 했다.

“네 있었죠”
“그럼 그 책은 어디에 있죠?”
“어떤 분이 사 가셨습니다.”
“영감 지금 어디서 수작을 부려?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해. 그리고 왜 우리 얘기를 책에 기록하는지도”

계속 듣고만 있던 도박사가 노인에게 다가가 식탁에 걸터앉더니 눈에 힘을 주며 더러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그 책을 찾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게 누구야?”
“저도 모릅니다. 그냥 그 분은 어쩌다 한번씩 오셔서 그 책을 사 가십니다”
“이 영감이 죽고 싶어? 빨리 말해 그 놈이 누구야”

결국 본성을 들어낸 도박사가 노인에게 칼을 들이대며 협박을 했다.

“전 정말 모릅니다.”

도박사의 무례한 행동을 하자 의사가 그를 말렸다.
의사는 죄송하다는 말과 이 집을 거쳐 간 사람 중에 마지막 문을 찾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제가 아는 건 그 분이 가져갈 때까지 끝이 난 책은 없었다는 겁니다."

 마지막 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간혹 지옥의 신이 사는 궁전에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말이 맞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만약 그곳에 있다고 해도 그곳은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마지막 문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노인의 말에 모두들 마지막 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럼 우린 여기서 나갈 수가 없단 얘기잖아.  뭐 이런 개 같은 여행이 다 있어?  그 여자가 우릴 속인 거야”

흥분한 도박사가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   

“하지만 포기는 하지 마십시오.  행운이 여러분을 따를 겁니다.”
“영감! 지금 불난 집에 기름 부어”
“우린 이미 여행을 시작했고 이젠 그 문을 찾을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에요. 그러니 조금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생각을 해 보자구요.”

사기군이 도박사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어떤 길로 가시든 위험이 따를 겁니다. 특히 한번 길을 잃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는 곳곳에 함정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럼 길을 찾을 방법은 없나요”
“별을 찾으십시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별을요”
“그럼 하늘에 떠 있는 북극성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도 잘 알진 못하지만 그 별이 여러분을 지켜줄 겁니다.”

일행은 노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길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또한 앞으로 일어날 위험에 모두들 마음이 무거워졌다.  곧장 앞만 향해 걸어가던 일행은 숲이 우거진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런데 그 곳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했다. 모두 흩어지지 않게 위해 손을 잡고 가기로 하고 조심해서 걸어가는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아!”

지루한이 어딘가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다시 천천히 한 발 한발 내딪으며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동차 소리가 나더니 멀리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모두들 두려움과 궁금함을 참고 한참을 걸어 빛이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그 곳에는 검은 가죽재킷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검정색 차를 세워두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