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한을 만나다]
“전 보르한이라고 합니다.  여긴 위험한 곳이니 일단 제 차에 타시죠”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지독한 안개속에서 만난 이 범상치 않은 낯선 남자의 출현에 모두들 어리둥절해 하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안개속에 서 있는 이 남자는 그들이 올 줄 알았던걸까? 아니면 안개속을 뜷고 가기 힘들어서 잠시 안개가 걷힐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이 새낀 또 뭐야”

 뒤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던 도박사가 몸을 건들거리며 앞에 있던 지루한을 밀치고 그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툭 밀쳤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남자가 도박사의 팔을 확 비틀어 버렸다.  도박사는 그 남자의 손아귀에서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덤비는 하룻강아지처럼 꼼짝도 못한 채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잠시 뒤 보르한은 그의 몸을 죄고 있던 팔을 풀며 침착하게 말했다.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으니 어서 차에 타시죠.  여긴 괴물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 속히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도박사는 자기의 팔을 만지며 그의 기에 한 풀 꺽인 듯 또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지만 기분나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보르한이 차 문을 열며 차에 탈 것을 재촉하자 일행은 그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어떻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지금 어디서 개수작 부려 어?  꺼져”

도박사가 갑자기 뒷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그 남자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

“그만둬요 어서 그 칼 치워요”

의사가 도박사의 돌발행동에 놀라 소리를 쳤다.  도박사의 그런 행동에 많이 놀랐지만 가죽 자캣의 그 남자 또한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던 나머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저지 시킬수 없었다.  도박사의 행동에도 그 남자는 아랑곳 하지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칼 장난 할 때가 아닙니다.”

그가 어떻게 한 건지 순식간에 도박사는 손에서 칼을 떨어트리더니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퍽 쓰러지고 말았다.  순간 보르한의 행동에 놀란 일행은 뒤로 물러섰다. 

“놀라지 마십시오 잠시 기절한 상태니까요.  이렇게 자꾸 시간을 끌면 여러분만 위험해질 뿐입니다”

 검은 선글라스 넘어 그의 눈이 일행의 행동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뜩 그를 따라나서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모두들 똑같은 생각이시라면 할 수 없군요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보르한은 돌아서서 차에 타려고 문을 열었다. 

"당신을 믿어도 됩니까?”

반신반의 하던 의사가 어이없는 질문을 던지며 떠나려는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보르한은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 보았다. 

“지금 여러분이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방법이 있습니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당신 말이 맞는지 아닌지도 우린 모르지 않습니까”
“저를 믿고 안 믿고는 당신들 마음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말하는 것은 모두 진실입니다.”

의사는 일행들과 눈빛 교환을 했다. 

“일단 당신을 믿어 보기로 하죠”

그들끼리 이 곳을 빠져나가는 것도 자신이 서지 않았던 일행은 일단 그를 믿어보기로 하고 차에 오랐다. 그에 대해 완전히 경계심을 풀지 못한 일행은 긴장하고 있어서인지 한동안 아무런 말없이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긴장들 푸십시오. 전 여러분들을 돕고 싶을 뿐입니다”

한쪽 눈을 가린 늘어뜨린 머리칼, 매끄럽게 빠진 콧날, 굳게 다문 입, 왠지 모를 믿음직스러운 모습이 그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전 보단 약간이나마 풀게 했다.   

“차안이 완전 최첨단이네요 이런 차는 처음 봐요  와~ 이게 다 얼마짜리야”

누가 자동차 판매원아니랄까봐 지루한은 차안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더니 연이어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데 차 안에 왠 무기가 이렇게 많아요?”
“여긴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준비를 해 두는 겁니다”

그때 정신이 돌아온 도박사가 머리를 짚으며 힘들게 몸을 일으키더니 주위를 살폈다.

“여긴.. 아니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의 차안인 것을 확인한 도박사는 아주 불쾌해하며 화를 버럭 냈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두고 가고 싶었지만 이 분들이 당신을 데려가자고 해서 태운 거니 고맙게 생각하시고 조용히 가시죠”

보르한의 말이 끝나자 의사가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우리끼리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뭐야! 누구 맘데로?”
"지금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것 같아요"
"이 멍청이들!! 미쳤어?  저 놈 얼굴에 딱 나쁜놈이라고 씌여 있잖아"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지루한이 눈치없이 더욱 도박사의 화를 돋구었다.  

"사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을 똑바로하라고 얼굴로 봐서는 형씨가 더 나쁜놈 같아요"
"근데 새끼가 진짜" 

지루한의 말에 도박사의 얼굴이 더욱 불그락불그락 하더니 지루한의 멱살을 확 휘여 잡곤 불끈 쥔 거친 주먹을 한방 날리려는 순간 보르한이 갑자기 키이익 하고 차를 세웠다. 차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도박사의 주먹이 빗겨가 사기군의 얼굴을 쳤다.

"아아!"
"왜이래요? 진짜 아! ..저리 비켜요"

사기군은 얼굴을 최대한 구긴채 불쾌함을 드러냈다.

"뭐야?"
 
차 뒷 자석에서는 자기들끼리 난리법석이었다.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내려드리겠습니다"

보르한의 가시 돋힌 말에 그를 인식해서인지 도박사는 억지로 감정을 누르곤 일행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내리라는 눈짓을 보냈다.  

"뭐해? 전부 빨리 안 내리고”

그러자 모두들 그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릴 분이 없는것 같습니다. 혼자 내리시죠"
"뭐해? 빨리 안내려?"
"안개 숲을 빠져나갈 때 까지만요. 그때까지만 그냥 같이 가죠”
 
그때 동물이 울부짖는 듯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약간 겁먹은 도박사는 할 수없이 지루한의 말에 그냥 못 이기는척 하며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으으음..그럼 안개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만이니 그때 가서 딴 소리 하면 그땐 확!. 내 성질 알지? 알아서들 하슈”
'웃겨 정말.  자기가 뭐라고'

금반지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비아냥 거렸다.

“아니 뭐야? 이 년은 왜 계속 시비야?  아주 오늘 년,놈들이 쌍으로 성질 건드리네"
“왜 이래요? 모두 그만들 하세요”

의사가 둘을 말렸다.

“지금부터 싸우는 사람은 이곳에 내려놓고 갈 겁니다.  누가 먼저 괴물의 밥이 되고 싶습니까”

보르한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근데 어이 까만 안경.  도대체 뭣하는 놈인데 아까부터 이래라 저래라야?”

도박사가 침묵을 깨며 건방지게 물었다.

“전 그냥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해?  이 숲만 빠져나가면 일차적으로 널 죽여주지"
"네 좋을 데로 하십시요. 하지만 이 숲을 빠져나갈때 까진 제 말에 따르시죠"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듯하자 의사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여행을 하신다고요. 그러면 혹시 우리 말고 다른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으신지”
“아뇨”
“마지막 문에 대해 들어본 적은요?”
“잘 모릅니다."
“아.네에.. 그렇군요”

단호한 그의 말에 사기군이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보르한이 말을 이었다.

“그 마지막문이란 걸 왜 찾으시려고 합니까?”
“그게.. 그 문을 찾아야 우리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그런 얘기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왜죠?”

일행은 모두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숨을 죽였다.

“이제껏 그 문을 찾은 사람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들 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실망은 하지 마십시오. 제 말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보르한의 차는 앞도 재대로 볼 수 없을 만큼 자욱한 안개 속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때 차가 아주 커다란 바위 같은 것에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일행의 몸이 심하게 쏠리며 차에 부딪혔다.  지루한의 머리에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 보르한이 비장한 얼굴로 무기를 들더니 차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금반지가 차 밖을 내다보곤 사색이 된채 비명을 질렀다. 앞에 몸은 커다란 뱀처럼 생겼고 머리가 여러개 달린 푸르스름한 비늘을 가진 징그럽게 생긴 괴물이 공격을 시작했다.  괴물은 높은 괴음을 내며 시뻘건 눈으로 보르한을 노려보더니 입에서 붉은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괴물을 본 일행도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그를 향해 불을 뿜던 괴물의 다른 머리가 일행이 탄 차로 눈을 돌리더니 길고 징그러운 긴 목이 빠른 속도로 차를 향해 다가와 머리로 차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차는 그 괴물의 공격을 받아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지더니 이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차안은 도망갈 사이도 없이 꼼작없이 갇혀버린 일행의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그때 보르한이 번쩍이는 검을 들고 날쌔게 날아 괴물의 긴 목을 내리쳤다.  순간 괴물의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끈적끈적해보이는 시퍼런 피가 공중으로 뿜어져 나오며 목이 잘려 날아갔다. 

이 기회를 틈타 몸을 피하기 위해 일행은 부리나케 차 문을 열고 한명씩 차를 빠져 나가는데 숨막히는 긴장감에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자욱한 안개가 괴물에게서 자신들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어 주길 빌며 각자 숨을 곳을 찾아 들어갔다.  괴물은 곧 보르한의 차를 목으로 둘둘 감아 세게 집어 던졌다
차는 어디론가 날아가더니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그리고 더욱 흥분한 괴물은 이번엔 보르한의 몸을 감아 죄기 시작했다. 보르한은 그 괴물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점점 더 조여 오는 괴물에게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안개속을 뚫고 들려오는 보르한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에 일행은 견디기 힘든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괴물이 그의 몸을 계속해서 조여오자 견디다 못한 보르한은 조금씩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히드라 문양을 가진 그의 목걸이에서 괴물의 눈을 향해 강한 빛이 발사됐다.  순간 주위가 환해지더니 그 강한 빛에 괴물은 눈을 뜨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며 보르한을 집어 던지고 말았다.  보르한은 어디론가 날아가 땅으로 떨어졌다. 

“안돼!!”

숨어서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금반지는 그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빠르게 뛰고 있던 그녀의 심장은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왜이래요? 지금 미쳤어요?”

사기군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며 그녀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하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금반지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사기군이 일어나 금반지를 억지로 앉히려 했다. 하필 그때 그의 눈이 괴물의 날카롭고 붉은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둘을 발견한 괴물은 몹시 굼주린양 흘러내리는 침을 혓바닥으로 낼름거리더니 닦더니 날카로운 이빨을 드려내 번뜩이며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내가 미쳐. 뛰어요”

사기군은 금반지의 손을 잡고 괴물을 피해 죽을 힘을 다해 힘껏 달렸다.  그러자 괴물은 소리를 지르며 더욱 빠르게 뒤쫒아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들의 뒤를 바짝 쫓아온 괴물의 두껍고 무시무시한 발톱이 있는 커다랗고 넙적한 발에 곧 밟히고 말것 같았다.   끝내 괴물의 공격을 받은 사기군이 소리를 지르며 땅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괴물의 날카로운 발톱에 그의 팔이 찢어져 흰 양복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빨리 가요. 어서”

땅에 쓰러진 사기군은 고통스러워하며 그녀에게 빨리 피하라고 손짓을 했다.

“어서 일어나요. 이러다간 죽어요”

금반지는 사기군을 일으켜 세우려고 애를 썼다.  쓰러져 있는 그를 괴물이 덮치려는 순간 사기군는 양복 주머니 안에서 빛나고 있는 자신의 카드를 꺼내 괴물을 향해 던졌다.   카드가 빙글빙글 돌며 점점 커지더니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괴물의 목의 관통했다.   검푸른 액이 사방으로 튀며 괴물의 목이 잘려 땅에 떨어져 굴렸다.  

사기군은 다친 팔을 움켜진 채 금반지의 부축을 받으며 바위에 몸을 숨겼다.  고통스러움에 그는 숨을 쉬기조차 힘겨워하는것 같았다.

"조금만..힘내요"

반지가 갑자기 자기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더니 옷을 벗는 것이었다. 그녀의 매끄럽게 빠진 어깨선과 가느다란 몸을 본 사기군은 눈을 뗄 수 없엇다.  

“뭘 봐요? 고개 돌려요”

블라우스를 벗은 금반지는 울상을 지으며 과감하게 자기의 블라우스를 힘껏 쭈욱 찢었다.

'이게 얼마짜린데’
“팔 내밀어요”

그는 약간 부드러워진 그녀의 말투에 약간 놀라며 고개를 돌려 그녀가 하라는데로 팔을 천천히 내밀었다.  금반지가 사기군의 팔을 칭칭 감아 묶자 사기군은 팔의 통증으로 괴로워했다.

“아~ 이런식으로 지금 복수하는거에요?"
“엄살은..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그녀를 응시하던 사기군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그녀의 가슴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그의 부담스러운 눈빛과 마주쳤다. 

‘찰싹’
“이 응큼한 인간”

부끄러워하며 그녀는 얼른 찢어진 브라우스를 다시 주워 입었다.

“고마워요”

그녀의 그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사기군은 응큼한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날렸다.

“아직 살만한 모양이죠”

금반지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의 부담스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좀 전 보다 조용해진 분위기는 둘 사이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  왠지 괴물의 공격이 잠잠해진 것 같아 그녀는 얼굴을 내밀고 정황을 살폈다. 괴물이 어디론가 가고 있어서 도망을 가나 싶었는데 입에 누군가를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유심히 보니 괴물의 입에 괴물의 공격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던 보르한이 의식을 잃고 몸이 축 늘어져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급격히 뛰기 시작했고 그가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것을 목격한 사기군이 괴물에게 잡혀 가는 그를 구하기 위해 뛰쳐나갔다.  그녀의 가슴은 더욱 쿵쾅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괴물을 향해 힘껏 던진 사기군의 지팡이는 괴물의 등에 깊숙히 꽂혔다.  괴물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사기군을 향해 입을 벌려 불을 내뿜었다.   괴물이 입을 벌리는 순간 보르한은 땅으로 떨어졌고 주위의 모든 것들을 태워버릴것 같은 붉은 뜨거운 화염이 주위를 휘감았다. 

땅에 떨어진 보르한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기군을 뒤 따라 온 금반지를 목격한 괴물은 그녀를 휙 낚아챘다.   굵고 뽀족한 손톱을 가진 괴물의 손아귀에 잡힌 그녀는 죽을 듯이 비명을 질렀다.  화염에 휩싸였던 사기군도 쓰러져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구해줄 사람은 없었다.  이미 그녀의 몸은 괴물의 날카로운 이빨이 있은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살려줘요’

[이곳에서 이렇게 결혼도 못해보고 허무하게 죽는구나]

그녀의 머릿속에 영화 필름처럼 온갖 영상들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그녀는 두려움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뜬 느낌이 들더니 이상한 두근거림을 느꼈다.겁에 질린 그녀는 도저히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아 한 쪽 눈을 천천히 떠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죽은 줄만 알았던 보르한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의 포근한 품에 안긴 그녀는 그의 멋진 모습에 점점더 빨려 들고 있었다.  보르한은 그녀를 안전한 곳에 내려다 주곤 다시 괴물과 맞서 싸웠다 아직도 그 황홀함에 젖어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를 향해 의식을 되찾은 사기군이 뛰어왔다.

“괜찮아요?  다친데 없어요?”

놀라 달려온 사기군이 자신보다 그녀가 다치진 않았는지 그녀의 온 몸을 살피고 있는 와중에도 얼 빠진 그녀의 눈은 보르한을 향해 있었다.

“정신 좀 차려봐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괴물 때문에 너무 놀란 탓이라 생각한 사기군은 그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지켜줄게요.. 꼭 그럴게요]

보르한의 번쩍이는 날카로운 칼날에 마지막 남은 괴물의 머리가 땅에 떨어져 굴렀다.  보르한이 던진 검은 괴물의 심장을 관통했고 곧 괴물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그때서야 어디에 잘도 숨어 있었는지 좀 전까지도 보이지 않던 지루한과 의사, 도박사가 ㅅ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괴물을 처치한 보르한은 모두 무사한지를 살폈다.

“살아있었군요”

“아..네에..우리도 죽을 뻔 했는데 보르한씨가 구해주셨어요”

금반지는 보르한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신을 믿지 못했던거 사과드립니다."

의사가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닙니다. 모두들 무사한것 같고 이제 괴물도 사라졌으니 전 이만 떠나겠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가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그는 일행과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 옆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금반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고마워요. 제 목숨의 은인이세요.”

금반지는 그와 헤어진다는게 내심 무척 안타까웠다. 

“저도 아가씨를 구하게 돼서 기뻣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멋진 미소에 그녀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 부터 그를 지켜보고 있던 도박사가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칼을 뽑아 들자 얼굴이 햐얗게 질린 금반지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도박사의 칼이 보르한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곤 보르한의 몸을 비켜 날아간 칼은 뒤에 있던 괴물의 눈에 꽂혔다.  순간 놀란 보르한이 뒤를 돌아보았다.  괴물의 머리 하나가 눈에 칼이 꽂힌채 땅에 떨어져 있었다. 

"뒤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건 모르는 모양이군'

도박사는 우쭐대며 그를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
 
보르한과 헤어진후 안개 숲을 무사히 빠져나온 일행은 환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그들의 앞날에도 그렇게 햇살이 비춰주길 바라며 길을 걸었다.  아직도 금반지의 머릿속은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보르한은 자기의 부서진 차를 몰고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던 중 반대방향으로 뭔가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달리던 보르한의 차에 뭔가 이상한 물체가 점점 많이 잡히고 있었다.  보르한은 그것이 뭔지 자세히 보기 위해 기계를 작동시켰다. 그것은 일행이 가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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