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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첫 페이지는 누군가가 쓴 일기로 시작된다. 이 일기는 아주 긴박한 상황에서 쓴 것 같은 긴장감과 공포, 분노, 처절함이 뒤범벅된 느낌이 강하다. 한편으론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 놓은 듯 하지만 어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 책은 일본 신인작가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으로 32회 요쿄미즈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잔인하면서도 스릴있는 스토리 전개와 충격적인 내용이 읽는 동안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ㅡ사건ㅡ
도쿄 어느 아파트에 머리가 없는 시체가 장기 보존액이 담긴 욕조에서 발견.
머리가 없어 육안으론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비슷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남.
지금까지 살해된 총 6구의 시체는 신체 각 한 부위가 절단되어 없고 모두 장기보존액에 잠긴 채 발견.
살해된 사람들은 모두 20대.
도쿄에서 일어난 이 살인 사건은 사람들을 공포와 충격에 휩싸이게 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살인을 저질렀는지.
이 사건을 해결할 특별 수사본부가 결성되고 가부라기 형사를 중심으로 많은 수사관들이 총동원된다. 단서라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몇 올의 머리카락과 발자국뿐. 하지만 이 또한 죽은 사람의 것도 범인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살인범과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어 혹시 범인이 사이코패스나 파렴치한 장기 매매업자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이 회괴한 사건은 형사들까지도 멘붕에 빠트리고 갖가지 추측만 남긴 채 오리무중이다.
그러던 중 가부라기 형사 앞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한통의 수상한 메일이 도착한다. 메일 속 그냥 흘러버릴 수 있었던 단어 하나. 그것은 데드맨도 모르는 데드맨의 정체를 애타게 말하고 있었다. 스토리가 전개 되면서 하나씩 벗겨지는 사건의 전말과 그 속에 가려진 진실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도입부의 의미심장한 일기 내용으로 초반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있는 이 소설은 20고개를 넘어야 비로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스무고개놀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얽히고 설킨 미스테리한 이 사건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여기서 이 소설의 몇 가지 매력 요소를 찾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현재 일어난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 서로 일면식도 연관성도 없어 살인 이유가 불분명하고 단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살해하려 했던 사람은 7명 그런데 왜 6명만이 살해되었는가?. 세 번째, 현장에 떨어져 있던 머리카락은 누구의 것인가?. 네 번째, 죽은 시체에서 왜 한개씩의 신체 부위만 잘라내 가져갔는가?. 이런 여러 의혹들은 독자의 궁금증 최대로 끌어올린다. 그렇지만 최고의 화룡점정은 데드맨의 정체라 할 수 있다. 죽은 시체로 데드맨을 만든다는 발상은 정말 소름끼칠 만큼 충격적이고 놀랍다.
사회 부조리를 파해치려는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조금의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뻔뻔하고도 잔악무도함과 그런 사람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승승장구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법조차 지켜주지 못한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의 억울함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범죄로 이어지지만 범인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건 지금도 곳곳에 힘없는 사람을 상대로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지만 사회가 그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미스테리 같은 사건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한 조각 한조각 퍼즐이 맞춰지고 큰 그림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낼 때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시체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믿는 데드맨과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단 한사람인 범인, 데드맨이 사랑했던 여인의 정체가 드러나며 또 한번의 반전을 일으키는데 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오랜 세월 동안 복수를 다졌왔던 한 사람의 잔혹하고 비참한 비밀이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