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 온전한 나를 만드는 니체의 자존감 회복 수업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니체의 이름만 알았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도 단순히 신을 부정하는 소린가, 하고 깊이 들여다 볼 생각도 없었다. 책은 니체가 남긴 문헌과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주는데 본격적으로 그 말에 귀 기울인건 니체가 한평생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정신착란 속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였다. 아버지가 유전병으로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본인도 몹시 아파 교수직에서 물러났으며 대중과 학계의 비판 속 자비출판으로 사상을 알렸다는 그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었던건지 궁금했다.

감당하기 힘든 시련과 절망 속에서 우리는 부수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우리의 진실한 욕구와 새로운 눈,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다.(30쪽)

책은 니체의 문헌을 온갖 철학적 용어를 앞세워 기계식으로 해석하는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니체의 사상을 고찰할 수 있도록 굉장히 쉬운 단어로 풀어주었다. <즐거운 학문>, <힘에 의한 의지> 등 우리가 끝까지 읽기 어려운 문헌 일부를 발췌하여,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지배논리로부터 좌지우지되지 않는 진짜 내가 되라는 이야기, 위기를 회피하는 '하나의 값'이 되지 말라는 이야기, 내 안의 숱한 감정을 상대에게 이입하지 말고 수용하라는 이야기. 문헌의 한정된 활자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교훈을 누구든 알기 쉽게 눈높이를 낮춰주었다.

우리는 결과라는 근거에 따라 모든 원인을 날조한다.
결과야말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힘에의 의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물론 보이는대로 해석이 가능하나 '날조'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자칫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란 해석에만 갇힐 수 있다. 그러나 책은 이 문장을 통해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보다 현재와 미래를 바꾼다면 그 해석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며 삶에 활기를 주는 긍정적인 교훈을 전달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니체가 굉장한 분이라고 느낀 건 '영원회귀 사유'였다. 지금 괴로운 생을 포기하고 다음 생을 산다고 상상했을 때 그때도 지금처럼 똑같은 좌절을 겪는다는 설정을 해보자. 무한히 반복되는 시련에 치를 떨기보다 지금 이 삶을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역경을 극복한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가. 난 이 부분에서 크게 감동 받았고,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영원회귀 사유를 통해 힘내자는 다짐을 했다. 이렇듯 이 책의 뜻깊은 해석은 두고두고 볼 가치가 있었고, 니체의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나는 물론 여전히 니체를 전부 알지 못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사상이 내 삶에 체득되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