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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며 빵을 굽다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쓰카모토 쿠미 지음, 서현주 옮김 / 더숲 / 2019년 1월
평점 :
일본 효고현의 소도시에는 달의 주기에 따라 빵을 굽고 여행을 떠나는 제빵사, 쓰카모토 쿠미 씨의 작업실 ‘히요리 브롯’이 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빵집 ‘히요리 브롯’의 브랜드 가치만 홍보하여 이윤을 노리는 전략서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시선으로 책을 가둬두기엔 ‘히요리 브롯’이 실현하는 가치가 아름다웠다. 물론 달의 주기에 따라 일하고 여행하는 제빵사의 생활은 비현실적이고 자칫 소수의 특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제빵사로 성장하기까지 쓰카모토 쿠미 씨가 쏟은 노력을 보면 감히 그 삶을 대신한다는 말은 못 할 것이다. ‘히요리 브롯’은 단순히 경쟁업체와 다른 차별성을 승부하기 위하여 제빵의 조화로운 삶을 보여주기식 하는 쇼윈도가 아니다. 제빵사 쓰카모토 쿠미 씨에게는 ‘철학’이 있다.
함께 빵을 만드는 생산자들과의 인연
자신이 일하고 머무는 단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빵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
쓰카모토 쿠미 씨는 직접 만나고 만날 수 있는 생산자들과 거래하여 함께 빵을 굽고 있다. 그녀는 평판과 단가로 재료를 선별하지 않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직접 발견한 재료들로 빵을 굽고 생산자들에게도 정당한 이윤이 돌아가도록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늦은 나이에 제빵을 시작해 어디든 배움을 쫓던 힘의 근원은 악바리가 아니라 인연과 가르침을 소중히 간직하는 밝은 심성에 있었다. 한잔의 커피처럼 여유롭게 보이는 그 삶 속에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고단함이 있는 것이다. (2018년에는 결혼하셨지만) 혼자 하루에 정해진 주문을 처리하고도 밀린 주문 중 대기만 5년짜리인 게 있다. 그리하여 받은 수많은 문의는 고객과 생산자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높여 여행은 쉼을 넘어 제빵의 한 과정이 되었다. 빵을 굽는 그녀 역시 한가지 재료로서 여행을 통해 발효돼 제빵과 혼연일체 되는 것이었다. 맛있는 빵을 많이 굽기보다 단 하나의 빵도 고객이 맛있게 드시는 가치를 실현한 ‘히요리 브롯’의 비결에는 빵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함께 성장하려는 쓰카모토 쿠미 씨의 순수한 열정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