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과 유럽의 탄생 - 세계의 중심이 이동한 천 년의 시간
피터 히더 지음, 이순호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피터 히더의 역사 책들은 신선한 주장과 그 주장을 떠받치는 알찬 증거들로, 여타 저자의 책들과는 다른 설득력을 지닌다. 그런 글쓰기 태도가 학계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30페이지 분량의 논문과는 달리 900페이지 다되는 분량 속에서 그런 태도를 유지하며 기하학같은 논증을 펼쳐내는 모습을 보면, 책 읽을 때도 그런 진지함에 반응되어 집중이 된다.

비슷한 시기(로마제국 쇠퇴부터 유럽이 탄생할 때까지)의 여러 소재를 다룬 여러 관점의 책들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바바리안들이 유럽을 탄생시키는 모습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서양 중세사>는 개론서답게 큼직큼직한 사건들로 시간과 공간이 잘 나열된 역사를 보여준다. 게르만족 이동은 보통 훈족에 쫓겨 일어났다고 보고, 그 원인으로만 훈족을 다루고는 하는데, <훈족의 왕, 아틸라>에서는 훈족의 지도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훈제국을 번영시키고 그뒤 쇠퇴하게되었는를 속도감이 느껴지는 분량으로 잘 짚어준다. <바바리안>은 약간 색다른 방향으로 가는데, 실제 부족들을 현실감있게 다가가려고, 고고학 성과를 바탕으로 '바바리안'들을 소개한다. 담긴 내용은 가볍지 않으며, 스스로 발품을 팔아 기존에 잘 소개되지 않은 그들의 면면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피터 히더의 책은 이주로 생긴 정치사회적인 결과보다는 이주과정 자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게르만족, 훈족, 슬라브족 이동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때로는 공통점을 보이고 때로는 고유함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춰가며 이성적이고 설득력있는 주장을 펼쳐간다. 일반적인 유럽사에서 소홀히 다루기 쉬운 여러 빈틈들을 훌륭히 메꿔가며 유럽의 탄생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응원하는듯한 모습이다.

켈트족의 나라 영국에 게르만족이 이주하는 모습, 서로마 제국 멸망 후 게르만족 왕국들이 이주와 함께 자리잡는 모습, 동로마 제국 멸망 후 민족 이동 모습, 로마제국 쇠퇴와는 다른 게르만족 제국들의 쇠퇴과정 등, 생각해보면 궁금증이 날만한 유럽사 빈틈을 날카롭게 메꾼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늘날 유럽의 모습과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중세 직전 유럽 각국(부족)의 개성있는 모습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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