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9
플라톤 지음, 이기백 옮김 / 이제이북스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소크라테스가 이 책에서 갖고 있는 원칙을 보면 다음과 같다.[1) 판단 가운데 어떤 것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되, 어떤 것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2) 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사는 것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 3) 훌륭하게 사는 것과 아름답게 사는 것과 정의롭게 사는 것은 같다 4) 결코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5) 정의롭지 못한 짓을 당하더라도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6) 남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7) 해를 입더라도 보복으로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8)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 합의한 것들이 정의롭다면, 그는 그것을 이행해야 한다.]


작품 해설을 보면서 죽음에 처한 소크라테스가, 그동안 갖고 있던 자신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주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찰학을 금하는 법률 명령에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상위의 명령으로서 철학할 것을 지시하는 신의 명령에 복종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서 주저없이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쪽을 택하고자 했다. 소크라테스에게는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의 명령이란 단순히 종교의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언급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종교 신념을 위해 법률 명령에 불복하려고 했다기보다, 철학함이라는 보편으로 가치있는 활동을 위해 그렇게 했다. 기르기 그가 지켜 내고자 한 철학 활동의 자유는 곧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이기도 하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적은 없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한 것은 악법도 법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크리톤 후반부에서는 의인화한 법률이 법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연설을 하지만, 이것은 법의 명령과 신의 명령이 상충할 때에도 오직 법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변론이나 크리톤에서 볼 때 그 두 명령이 상충할 때는 상위 명령인 신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작품 해설 이후 크리톤 본문을 보면, 거의 하나의 사상을 갖고 이렇게 저렇게 변주하는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변론술이 나온다. 학교다닐때 산파술이니 하는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어진 이 방법을 통해서 소크라테스는 상대의 무지를 깨우치게 했음은 그 유명한 사례다. [나는 이제 처음이 아니라 언제나, 추론해 볼 때 내게 가장 좋은 것으로 보이는 원칙 logos 이외에는 내게 속해 있는 다른 어떤 것에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네. 그러니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말한 원칙을 지금 내던져 버릴 수는 없네. 그것들은 내게 이전과 거의 같아 보이며, 나는 바로 그 동일한 원칙을 이전처럼 우선시하고 존중하네]


그런데 이런 친구가 옆에 있을때 과연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넓은 그릇을 갖고 있기가 쉬울까? 소선생님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말이 갖고 있는 맛의 깊이가, 그 내용의 묵직함으로 인해 되씹기를 수없이 해야 하는 그런 내공보다는, 뛰어난 말빨로 내말 들어봐. 맞지? 아님 더 생각해봐. 거봐!’과 같은, 조금 과하게 말하면 지식 폭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더없이 훌륭한 친구여, 우리는 다수의 사람이 우리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인지에 그토록 크게 주목할 게 아니라, 정의로운 것들과 정의롭지 못한 것들에 관해 전문 지식을 가진 한 사람과 진리 자체가 뭐라고 말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하네. 그러니 우선, 자네가 정의로운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 좋은 것들 그리고 이것들과 상반된 것들에 관해 다수의 판단에 주목해야 한다고 권고를 할 때 자네는 옳게 권고하는 것이 아니네] 그리고 이렇게 끝없는 설파를 통해 결국 [소크라테스, 나는 할 말이 없다네]라는 항복의 말을 받고 자신의 최후를 향해 더 나아가면서 이 책의 끝을 마무리한다 [그러면 이쯤 해 두게, 크리톤. 그리고 신께서 이렇게 하시니, 그대로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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