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무척 알고 싶은 분이어서, 다큐멘터리나 신문 기사로 종종 접하다가 이번에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분의 삶은 4대에 걸치는 우리 집안 사람들의 태어남과 겹치고 있어 내게는 흥미로운 꺼리로 다가온다. 연도가 명확히 겹치는 것은 아니나, 아옌데씨의 태어남-(의사로서) 사회에 적극 참여-쿠데타로 인한 죽음-(최근 칠레정치의) 우파 복귀는 할아버지-아버지--내 아이의 태어나는 시점과 꽤 맞닿아있다.


한 사람에 대해 드문드문 알았던 것들을, ‘전기라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꿰어지면서 그의 삶을 좀 더 완결성을 갖고 이해할 수 있었고, 막연히 Marxist로서만 알고 있었던 아옌데 씨가 꽤나 이상주의자로서 그 이상을 현실에 끊임없이 끼워보려는 끈질긴 고집, 그리고 중남미를 쥐고 흔드는 미국의 개입, 그로 인한 사회 혼란은 결국 이분을 최후로 몰고 갔다.


세계 어느 한 나라도, 지금까지 행운만, 반대로 불운만으로 채워지지 않듯이, 아옌데씨의 칠레도 아옌데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행운이 있었고, 그의 꿈을 그리 오래 펼치게 하지 못한 불운이 있었다. 칠레는 그 이후 지금까지 독재와 약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하는 중이다.


우리 집안에 이어, 우리나라와 아옌데씨의 칠레 사이에 비슷한 점은 군사 독재 이전에 민주주의가 꽃피우려다 군대에 의해 좌절되어 꽤 오랜 독재 시절을 거쳤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우리나라에는 아옌데에 필적할 만한 분이 4.19시기에 대선 후보급에서는 안보였다는 점이다.


좋은 머리와 뛰어난 운동 신경, 좋은 배경(집안, 직업)을 갖춘 분으로서 그의 정치 철학과 그가 마련한 사회개혁 프로그램(남녀동일임금제, 전국민 생활 임금제…), 토지 개혁, 미국과 불평등 조약 개선/폐지 등은 1970년대 초 중남미뿐 아니라 서유럽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어젠다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구의 근대화, 그리고 막시즘에 근거한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서유럽에서 추구했던 가치를 뛰어넘지 못하고, 여기에 민족주의와 라틴아메리카 동맹 등을 혼합한 그의 정치 관점에 약간의 아쉬움을 표한다. 또 하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바인데) 영미의 시각으로 본 중남미의 혁명주의자에 대한 글이 과연 얼마나 객관화? 중립성? 이런 가치를 담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초강대국인 미국 앞에서 항상 당당했고, 폭력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반감 등을 통해 그의 훌륭함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 사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그의 뜻을 기리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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