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우먼 - 즐기면서 성공하는 여자
이은미 지음 / 거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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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세수하면서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볼 때,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내 자신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질 수가 없다.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때문에 잠깐 일을 쉬는 상태이긴 하지만, 화장기없는 얼굴에, 기미와 주름이 듬성듬성 수놓아져있고, 꼭 쪼맨 머리꽁지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가도, 그 초췌한 모습에서 괜시리 도태감과 긴장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만 왠지 푹 퍼져있는 고장난 차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분...
 
  결혼을 하면서 육아, 가사, 직장, 시댁 등.. 내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분야는 엄청 늘어났고, 나를 보살펴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느낌이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결혼의 불평등적인 요소로 인해서 여러 모로 혼자서 속으로 갈등도 심했었고, 가끔씩 울컥하며 치밀어오르는 듯한 울분에 며칠씩 끙끙 가슴을 매여잡고 앓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기분 속에 잠시 머물렀던 내게 상큼한 허브의 향을 느끼게 해주며, 시원시원하게 조언해주는 친구처럼 내게 일침을 가해준 '허브 우먼'을 읽게 되었다.
 
  한의사로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여성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여러 시야에서 조망하며 마치 상담자처럼 독자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느낌의 책을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슈퍼우먼'이 되려고 애쓰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욕심이 많았고, 뭔가에 한 번 빠져들면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내가 맡은 것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고 싶은 생각에 이리 저리 동분서주하며 에너지가 바닥을 칠 때까지 나를 혹사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아이들에게도... 난 뭐든지 잘 하려고 하는 슈퍼우먼이 되려고 했던 것일까? 하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허브 우먼(Herb Woman)의 뜻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음미해본다. 마치 작은 화분에 담긴 허브향을 느끼는 것처럼 허브 우먼이라는 의미에서부터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초록빛이 나오는 듯 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Hub가 되기도 하고, 싱그러운 허브처럼 밝은 초록빛을 내는 Herb Woman...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30대 여자들 중 허브 우먼은 얼마나 될까?
 
  내 나이 삼십대 중반... 일과 가정의 중심에 선 나에게 현명한 지혜가 필요함을 느낀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 했다가 가끔식 내 체력의 한계를 보고, 몸이 힘들어 마음까지 우울해지는 때가 있곤 했다.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을 잘 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의 강점을 더 살려서 그쪽에 에너지를 분산하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으라고 말한다. 맞벌이 육아독립군으로 타지에서 혼자 아이 둘 키우면서 살아가는 나에게 참 생각해봐야 할 포인트였다. 모든 것을 내가 싸매고 하려는 무한 책임감에서 이젠 벗어나서 나 자신에게 가끔은 여유로움을 터주는 지혜를 내가 담아와야 할 것 같다.
 
  허브우먼의 마음 가짐에 대해서 저자가 여러 가지의 예를 들어서 조목 조목 친절하게 제시한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렵고, Hidden Card를 쥐고 있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되는 패전병이 되는 이 분위기에서 마음을 열어주는 지혜를 가져야 함을 말해주는 이 책. 실력도 중요하지만, 지혜로운 언행과 사랑이 담긴 배려가 즐기면서 성공할 수 있는 허브우먼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도중, 난 마음이 아픈 일이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누군가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돌아온 것은 내가 이용당했다는 느낌, 억울함, 울분, 불평등, 몰양심, 몰염치한 언어들이 내 마음을 후벼팠다. 그래서 며칠을 끙끙 앓고, 그동안 내가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진심으로 대하며 살았던 내 패턴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나 스크린해보며 괴로워했었다. 내가 틀린 것인지, 그들이 틀린 것인지... 이런 내 반응이 예민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가끔 누군가가 짠~하고 나타나서 시원하게 내 마음을 털어갔으면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허브우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지는 마음 가짐에 대해서 솔직히 머리로는 이해됐지만, 가슴으로는 튕기면서 얼른 책을 지나치고 싶었지만, 내 마음 속의 거울이 말해줬다. 그들이 내게 잘못한 것이고, 내가 화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들같지 않고, 그들의 잘못된 언행은 언젠가는 내가 화내고 가슴끓지 않아도 되돌려받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하낟. 난 그저 즐기면서 잘 살면 되는 것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내 내면의 소리... 책 속의 저자와 마주 앉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으면서 내 내면의 아픔을 조금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우같은 '경제관리 전문가'인 허브우먼... 이 장을 읽는 동안, 나는 우리 가족의 경제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꼼꼼하게 미래를 내다보며, 중장기적으로 잘 설계를 하고 있었는지 이것 저것 살펴보게 되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인생에서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는 비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돈을 잘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함을 느낀다. 쓰다 안 쓰다 하는 가계부를 이제부터 마음잡고 지속적으로 써야 겠고, 재테크와 투자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싱그러운 초록 허브처럼 허브 우먼의 몸 또한 친환경적이 되어야 함을 단언하는 저자. 신비한 소우주인 여자의 몸은 소중한 것이며, 자기 몸의 반응에 민감하게 귀기울여주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먹거리부터 우리에게 유해한 현실에서 먹거리부터 자기 몸을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재료를 골라서 먹어야 하고, 자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관리를 잊지 않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머릿 속에 새겨두는 시간이 되었다. 복잡한 도시 속의 생태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봤더니, "단순하게, 느리게, 자연스럽게, 더 많이 베풀면서, 더 오래 쓰고, 멀리 내다보면서... 내 자신이 믿는 대로 실천하는 것"이었다.
 
  말미에 제시된 허브의 종류와 더불어 허브우먼의 성향을 비유한 것은 참 인상적이었다. 허브의 종류와 각 허브의 효능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허브에 빗대어진 허브우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허브를 집 안에 꼭 놓고 볼 때마다 명심하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한 허브우먼이 되기 위해서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주의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절감하면서 나 또한 허브우먼이 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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