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키스 (흰색표지)
두상달.김영숙 지음 / 가정문화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사춘기에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때, 누구나 다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서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런 저런 항목을 죽 늘어놓고, 이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였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나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갖추어야 할 것도 동반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에 살짝 절망(?)하기도 했다.
 
  지금은 결혼해서 두 명의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지만, 종종 이상한 나라의 폴이 시간을 멈추어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가끔 어느 한 장면이 시간이 멈추어진 채로 떠올려질 때가 있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신부 입장을 할 때,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남편 손을 잡기 전에 걸어가는 그 길에서 멈추곤 한다.  결혼 후에 살다보니, 그 길이 가끔은 행복을 위한 길이었다고 생각이 되었다가도, 사형수들이 마지막에 걷는 그린마일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었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들렸는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다보면, 정말 인생의 희.노.애.락이 무엇인지 절절히 세포 하나 하나가 배워가는 것 같다.
 
  아침 키스라는 책을 읽는 동안, 한편으로는 킥킥 거리면서 웃음을 짓다가도, 한편으로는 나와 남편을 생각하면서 지난 일에 대해서 반성하고,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가정 경영의 CEO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도 이런 류의 서적을 읽었던 책은 MBTI를 통한 가정경영하는 방법을 읽으면서 상대와 나의 차이를 잘 알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을 읽는 동안 네~네~하다가 요즘 내 생활을 돌아보면, 어째 다시 으르렁거리는 암사자가 되어있지 않나 생각해 봤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꾸준함이 받쳐줘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공감할 만한 예를 들어 아내와 남편의 역할과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서 재미있으면서도 구수한 농담처럼 하지만, 가끔은 따끔하면서도 간결한 표현으로 조언해주는 카운셀러를 만난 것 같았다. 결혼 6년인 나에게 이런 카운셀러가 신혼때 만났었더라면 조금 더 내가 너그럽게, 조금 더 덜 싸우고, 조금 더 덜 아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연애할 때, 콩깍지가 단단히 씐 내게 남편과의 결혼은 일사천리에 진행되었고, 결혼이 무엇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갈 때에는 왠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 들었다. 결혼을 한 후, 여자가 겪어야 하는 불평등적인 요소들이 다분히 많은 현실에서, 여자이기에 더 양보해야 하고, 더 희생해야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그 분위기... 시댁과 친정에 대해 느껴지는 미묘한 요소들... 결혼 후에 변했다고 느껴지는 남편의 행동들...결혼 전에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상황들... 그렇다고 남들에 비해 내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비극적인 결혼생활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겪는 가슴앓이들 속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끼어있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했더란 것이다.
 
  큰 아이를 낳고 난 후, 남편과 참 많이 다투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다분히 가부장적인, 그리고 유교적인 사고방식에 잡혀있었던 남편이었기에, 친정보다는 시댁에 더 관대했다. 내가 시댁에 잘 하면, 남편도 우리 집에 잘 해주겠지 하며 처음엔 묵묵히 참았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도와주기 보다는 나를 지시하고 내 말에 귀기울이기보다는 날카롭게 지적하는 검사의 모습으로 날 아프게 했다. 그런 남편과 끝도 없는, 다양한 소재로 싸우면서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서 결혼에 대해서 참 회의적이고, '아이만 아니었다면... 저 사람만 안 만났다면... 저 웬수같은 남자가 내 발목을 이렇게 잡아놓지 않았다면... 나는 파랑새가 되어 훨훨 무지개를 찾아 떠날 수 있었을 텐데....'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했었다.   

  '저런 남자를 내가 왜 선택했을까... 내게 주어진 기회까지 다 포기하고, 난 저 남자와 결혼해서 내 발전을 뒤로 미루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저 사람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남편이 한없이 미워지고, 세상에서 나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가장 나쁜 해적같은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반지 하나 나눠끼고 시작한 결혼식에 둘의 힘을 모아 같이 시작했으나, 시댁과 친정에 대하는 것이 너무 차이나는 남편에게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고운 말로 나가기 보다는 공격적이고, 남편에게 가슴 아픈 상처를 남겨주었고, 그것때문에 남편 또한 나에게 혹평을 늘어놓고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크게 화내기 바빴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남편과 나의 이야기가 나와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볼이 빨개지면서 창피하면서도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공감가는 표현들에 웃음이 나왔다. 나도 저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조금 나아진 나이기에 이런 여유로운 혼잣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20점과 30점이 만나 100점을 만들어가는 중이기에 내가 고쳐야 할 것에 대해서 노력해야 함을 다짐해 본다.
 
  결혼 6년.... 내 가슴을 설레이게만 했던 연애시절의 멋진 남편과의 애로틱한 사랑보다는 이제는, 친구처럼, 인생의 좋은 길동무라는 생각에 서로를 더욱더 의지하고, 더 이해하며 더 안스러워해주는 사이가 되었다. 뭔지 모르게 한 대 치고 나면, 내가 더 아픈 것 같고, 전쟁터같은 일터에서 일하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한없이 고맙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 남편 또한, 결혼 후에 가졌던 사고방식에서 많이 벗어나, 가정을 먼저 생각하고, 아내를 따뜻하게 배려해주며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멋진 남편이요, 아빠가 되어있다.
 
  왜 그렇게 죽자 죽자 싸웠나 생각해보니,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자기만 손해보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에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서로 조용히 대화를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하며 양보하고 배려하다보니, 으르렁 거리던 우리 사이가 어느 새, 세상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소울메이트가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나이차이가 1살 차이더라도 서로 경어를 쓰면서 지내자고 한 후로 부부 관계가 평등해지고, 서로 존중하게 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지극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책에서 말해주는 조언들을 읽어보면서, 아직도 내가 실천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본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싸우는 것이 좋고, 싸워도 잘 싸우라고 말씀하시는 두 분의 저자들... 지금까지 싸우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에, 적당히 적당히 좋게 생각해야지 했었는데, 앞으로는 잘 싸워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링 안에서 반칙하지 않고, 공소시효를 24시간 이내로, 잠들기 전에, 관객없이 예쁜 몸차림으로 싸우겠다는 규칙을 꼭 지켜야 겠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에 대해서 초반에 언급한 것을 보면서, 결혼 전에 읽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을 읽으면서 아하~그렇구나~했었는데, 역시 그때는 실제가 부족했던 이론 뿐이었나부다. 결혼 후에도 깜빡 하는 남편의 남자다운 특성들...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를 연상케하는 일상 속의 부부들의 모습들 속에 가끔 우리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그러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은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허락된 '내 남편'이다. 남편과 만나 결혼을 하면서 인생의 제 2장을 새로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이젠 서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임을 알았기에 더욱더 서로를 배려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과 나... 가끔은 툭탁툭탁 싸우기도 하지만, 플러스 사랑 가계부를 만들어내기 위한 싸움이 더 많다는 것에 행복한 결혼 생활의 가능성이 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질없이 지나간 과거를 붙들고 후회했던 시간들도 있었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남탓으로 돌리며 원망하던 시간도 있었다. 아직도 서로가 아직 해결해야 할,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할 숙제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마음 가짐을 가지며 살아간다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부생활지침서는 문제가 있는 부부만이 읽는 것이 아니라, 결혼한 사람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은 '가정 경영'이고 프로답게 사랑하며 지켜내야 할 것이 바로 내 울타리 '가정'이다. 저자가 말한 대로, 가정 행복을 위한 책이나 세미나 참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참여해서 우리 가정 행복을 리모델링해야 하겠다. 책을 읽는 동안, 재치있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웃음을 주시고, 가끔은 따끔한 금언일침으로 정신차리게 해주신 가정문화원 두상달, 김영숙 저자님께 감사드린다.
 
남편과의 아침키스로 행복한 노후를 마련하겠습니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