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쟁이, 루쉰
왕시룽 엮음, 김태성 옮김 / 일빛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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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접하면서 떠 오른 생각하나.... 생전에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함의 진리에 감동했다. 또한 성철스님이 입적하셨을 때 많은 신문들이 그 말씀를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한 아무개씨가 성철스님과 똑같이 이야기했다면, 아무도 그 말을 가지고 회자하며 가슴에 담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 그림쟁이 루쉰은 위대한 사상가, 작가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흥미로움은 있지만, 루쉰이 아니었다면 이런정도 그림은 그저 재능있는 미술가 정도의 그림으로써 크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위대한 사람은 그 사상이나 행적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것조차 커다란 의미가 부여되는 법이다. 물론 책에 실린 루쉰의 그림은 아마추어수준을 벗어난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말이다.

다재다능함.... 이 책을 보노라면 저절로 드는 생각이다. 문화재를 보고 그대로 옮겨그리는 솜씨부터 판화, 동화책 표지, 학교 휘장등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폭넓은 관심과 열정, 그리고 그림솜씨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의 작품중 인상깊었던 것은 <조아투강도>란 작품이다. 그림 자체의 섬세함도 있지만 작품에 어린 사연이 인상깊었다.

아버지가 강물에 익사한 것을 슬퍼한 딸인 14세 소녀는 강물로 뛰어들었다. 결국 아버지와 딸의 시체가 같이 물위에 떴는데 아버지와 딸이 꼭 안은채였다.

인용 :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이렇게 어린 처자가 어떻게 노인네를 껴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두 시신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잠시 후 다시 떠 올랐는데 이번에는 서로 등을 진 상태였다.

중국 예의지국에서는 죽은 사람의 체위까지 바꿀 수 있다니 우습기도 하고 맹목적인 유교문화의 폐단을 볼 수 있다.

루쉰은 무척 섬세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숙소를 옮기고서 숙소를 간단히 스케치한 후 남긴 글을 보자.

인용 : 평지로 내려가기 위해 지금은 스물 두 계단만 걸으면 되기 때문에 전보다 일흔 두 계단을 덜 걸어도 된다는 것이오.

숙소에서 나오는 계단이 몇 계단인지 일일히 세어보고 그것을 편지로 남기는 것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작은 일 하나하나에 세심한 마음을 기울이는 성격인 듯 하다.

또한 루쉰은 열정을 가진 그림쟁이였다. 다방면에 그렇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니 말이다.

그림은 또 하나의 분신이다. 루쉰에게도 그림은 또 다른 분신이었을 것이다. 그림을 통해서 바라보는 루쉰, 루쉰을 통해 바라보는 그림.... 일맥상통하며 서로를 이어주는 루쉰과 그림 이야기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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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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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힘든 책이었다. 어느정도 국사, 세계사, 신화, 풍속등에 대한 기본지식이 깔려있지 않다면 소화해내기 힘든 책이다. 나의 독서이력이 짧은탓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관련 학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전문가용책처럼 느껴진다. 즉, 일반 대중을 독자로서 고려하고 집필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의 신간이  소개된 신문도 인터넷으로 찾아가 읽어보았는데 솔직히, 글을 쓴 기자도 책을 끝까지 읽고 쓴 것인지 조금 의문이 간다. 왜냐하면 기자가 정말 책을 읽었다면 일반인이 읽고 소화해내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소감도 분명 독자를 위해 고지해 주었으리란 생각에서다. 그것이 기자의 의무가 아닐까?

책 내용이 무슨 말을 하려고하는지 큰 그림은 이해가 될 듯 한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자꾸 잡념이 떠 오른다. 본문내용중 20%가까이 생소한 용어로 채운탓이다. 익숙치 않은 용어들을 따라 무대를 한반도에서 중국, 만주, 중동으로 옮겨가고, 시간을 요순임금, 수메르, 히타이트문명등까지 넘나들며 신화에서나 보아오던 길가메쉬와 성서내용까지 차용해서 하는 이야기들은 현기증나기에 딱 알맞다.

그래서 솔직히 아쉽다. 역사책은 사실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그 근거들을 저자가 해박한 지식으로 자세히 설명한 것은 이해하나, 대중의 다수 독자를 염두해 두었다면, 그리하여 조금 더 쉽고 간단한 내용을 가지고, 상세적인 용어를 대폭 삭제한채, 소설적 구성을 가미했다면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말하자면 전문가판, 일반대중판으로 나누어 두가지 책으로 출판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일뿐..... 현실은 다르겠지.

어쨌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책으로 들어가보자.

- 아시아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서양사는 변두리 역사다
- 영토, 민족, 주권이라는 근대 역사개념을 벗어나야 고대사의 실체가 보인다
- 샤머니즘은 미신이 아니라 제국을 다스리던 이념이자 정치체계였다.

책의 맨 마지막장을 장식한 문구다. 이 대담한 발상만큼 책 내용은 충격적이다. 충격적이다 못해 사실 믿기지 않는다. 이 책은 오래된 환단고기에 대한 논란의 연장선같은 느낌마저 든다. 환단고기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화려한 고대사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러한 논란거리를 주고 있다.
 

책에 의하면 우리가 신화라고만 생각했던 단군, 박혁거세, 옥황상제등이 모두 실제했던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 고대사의 중심엔 샤먼이 자리잡고 있다. 그 증거로 전세계 고인돌의 90%가 한반도에 존재한다고 한다. 한반도는 전세계 부도(천문을 연구하기도 하며 샤먼제국을 다스렸던 돔)의 중심이었다. (어쩐지 우리 민족만큼 점술이나 운명에 열광하는 민족이 있을까? 이 또한 유전적 기질인가?)

더 놀라운 사실은 신라가 지금의 경주지방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그 시작은 지금의 중국본토 땅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신라의 왕을 지칭하는 용어는 태양신과 관계가 있는 말이라고 한다. 또 그 세부적인 역할을 한 것이 마한,진한,변한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왕검은 그 태생이 중동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우리역사는 곧 고대 세계역사의 중심지에 다름아닌 것이다.

사실 여부는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무지한 독자가 논할 바 아니다. 단지, 이러한 책이 불분명한 우리의 고대사를 선명하게 밝혀줄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이 되어 주길 기대해본다. 분명 세계사는 문명간 교류를 통해 발전되어 왔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이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찼지만 전혀 신빙성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쨌거나 이 책은 새로운 역사를 밝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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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출판사 2010-09-0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강연이 있어 소개드리고자 방문했습니다.

진정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진실인지, 저자의 방대한 사료 및 문헌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여러분이 가지고있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역사관을 재정립해 볼 수있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강연장에오셔서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 또한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진일보 시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청강연]와우북페스티벌 저자와의 만남 - [샤먼제국] - 박용숙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준비하였습니다.
http://blog.daum.net/sodongbook/12
http://blog.daum.net/sodongbook/9


샤먼제국은 지중해에서 시작된 샤먼 제국의 중심세력이 점점 동쪽으로 이동해온 경로와, 그리스 민주주의 이후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 등이 각국의 이익에 따라 역사를 어떻게 왜곡 서술했는가를 추적한다. 이 책한권으로 동서양 고대사의 얼개를 잡을 수 있음은 몰론, <사기>와<삼국사기> 등 고전도섭렵할 수 있다. 우리 역사와 중국사,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저자의 학문적 깊이, 인문적 상상의 힘을 보여준다.


"한반도 반만년의 역사는 허구다!"
* 샤머니즘, 동서양 고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 책 : 샤먼제국

* 강연 : 박용숙(샤먼제국 저자)

* 강연일시 : 9월11일(토) 오후 5시 30분

* 강연장소 : 마포평생학습관(마포도서관) 4실

* 초대인원 : 25명



*** 알라딘 [문화초대석] 참가 신청

*** http://blog.aladin.co.kr/culture/category/25330380?communitytype=My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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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반만년 역사는 허구다!-샤먼제국, 동서양 고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이번 9월 10일부터 열리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샤먼제국>의 저자 박용숙선생님의 초청강연(9월11일 오후 5시30분 마포평생학습관)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꼭 한번 저자를 만나고 싶었던 분,

책 내용을 묻고 싶었던 분,

책 내용을 항의하고 싶었던 분,

사마천과 김부식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궁금한 분,

샤머니즘에 관심이 있는 분,

환단고기에 대해 할 말 많은 분

그리하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

모두 환영합니다.



<샤먼제국>은 단군은 시리아의 왕?

진시황제와 알렉산드로스가 같은 인물?

신라의 왕관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었다?

아시아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서양사는 변두리 역사?

샤머니즘은 미신이 아니라 제국의 통치 이념?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진시황이 아니라 흉노가 쌓았다?



<샤먼제국>은 광범위한 동서양의 역사적 유물을 바탕으로 사마천과 김부식의 방대한 역사서를 재분석과 검증합니다.

그리고 오류를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세계사 속에서 호흡하는 우리 역사를 되살립니다.

그렇지만, 민족 중심의 사관을 지양합니다.



박용숙 선생님과의 만남은 9월 11일 오후 5시 30분, 마포평생학급관 강연실 4실에서 있으며,

참가 신청은 아래와 같이 와우북페스티벌 카페로 가셔서 신청하셔도 되고,

sodongbook@naver.com 으로 심청하셔도 됩니다.

연락처와 이름은 꼭 적어주시고요!



성공회대 교수이자 신학자인 김민웅 선생님이 경이롭다고 한 책, <샤먼제국>의 저자,

박용숙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젊은 역사관을 호흡해 보세요.~~ ^^



참고로 인터넷서점과 알라딘의 대표적인 서평 두 개를 링크해놓습니다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5277890#MyReview



http://www.yes24.com/24/goods/3713072?scode=032&srank=1#ReviewTop1



와우북페스티벌과 강연에 오시면 <샤먼제국>을 축제 특별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강연현장 및 축제 부스(인문사회과학 출판인협의회 부스 A-2 소동출판사에서 거리도서전 위치 : http://blog.naver.com/sodongbook/90094707344


 
에이프릴 풀스 데이 - 상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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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먼은 선천적으로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였다. 거기다가 설상가상 에이즈까지 감염되어 24년이란 짧은 생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다. 그에 관한 기록이 담겨진 이 책을 통해 불치병을 앓게 된 아이와 또 그 부모가 겪게되는 심리적인 고통을 볼 수가 있다. 직접 격어보지 않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말이다. 

그가 걷지 못해서 침대나 아니면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출혈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무릎이나 발목이 잘못되었고 그가 얼마나 많은 통증을 거의 끊임없이 견디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는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선풍기를 꺼달라고 했다. 무릎을 스치는 바람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싫어요, 아빠, 제발이요. 다시 병원에 가는 건 견딜 수가 없어요. 요즘은 병원에 가면 죽음이 생각나요. 엄마, 제발 , 아빠가 저를 병원에 보내지 않게 해 주세요!

이제는 거의 한 순간도 통증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몇 가지 약들은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대여섯번씩 먹어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4시간마다 약을 먹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했기에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보아야 했던 아버지의 독백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다.

유산이 가능한 상황에서 데이먼이 혈우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내가 유산에 찬성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태아에 대한 기형아검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한다. 그러나 기형아도 아닌, 멀쩡한 사고와 생각을 그대로 지닌, 그러나 치명적인 불치의 병으로 결국 짧은 인생으로 삶을 마감해야만 한다면..... 과연 그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까? 아마도 나 또한 유산에 대해 조심스런 찬성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바로 뒤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하지만 지금은 데이먼이 없는 우리의 인생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삶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높여 주었고 우리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그는 성인은 아니었지만, 우리 너머에 있는 삶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삶을 조금씩 갉아먹는 불치의 병을 가진 아이에게서 이처럼 커다란 가치를 발견하다니....... 삶이란 심하게 불공평하다. 하지만 신은 가끔씩 불공평속에도 보석같이 아름다운 삶의 가치와 추억을 주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비록 불치병을 가지고 태어난 데이먼이지만 병마가 본격적으로 그의 삶을 습격하기 이전까지는 그래도 꽤 낙천적이며 살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다. 자신에게는 HIV양성반응이 에이즈로 옮길 것이라고 믿지 않았으며 여자친구 세러스트와 보금자리를 꾸민 후 시내에서 직장을 풀타임으로 잡고 일을 하는 가하면 집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출판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병마의 기운은 어쩌지 못했다. 몸이 망가지더니 정신마저 흔들렸다. 우울증과 조울증, 거기에 과대망상증까지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아마 신체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선택한 마약류가 그의 정신까지 피폐하게 파먹어 들어갔을 것이다. 데이먼은 죽기전에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꼭 책으로 써 달라고 부탁한다.

아빠, 아빠가 그 사람들에게(에이즈감염자)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라고 책을 써야 해. 그냥 걸리는 병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병은 병일뿐 그것이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고....... 그것에 부끄러워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죽어가는 마당에, 다른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데이먼은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조용히 떠나갔다. 이 책을 출판한 이유 중 하나는 데이먼이 살았던 이야기, 세러스트와의 불멸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은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혈우병이나 에이즈등 불치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들, 또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으로 가득찬 사회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담담하며 비교적 객관적 시각을 유지한채 데이먼의 짧은 24년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의지, 운명, 불공평, 가치..... 이런 것들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그의 짧은 생이 남긴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것들을 생각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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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하늘보다 넓다 - 의식이라는 놀라운 재능
제럴드 에덜먼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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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뇌는 하늘보다 넓다 > 매혹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내용은 술술 읽힐만큼 편하지는 않다. 뇌과학에 대한 많은 전문용어와 복잡한 설명을 듣다보면 머리가 지끈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분명하다.그것은 우리의 ‘의식’이 결코 형이상학적인 세계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물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의식은 인류가 진화를 통해 얻은 뇌활동의 소산일 뿐이지  영혼, 사후세계, 유체이탈같은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동일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주어진 모듈안에서 명령된 기능만을 수행하지만, 뇌는 명령을 조절하는 뉴런의 역할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컴퓨터의 부팅을 관장하는 것은 오직 주기억장치에 의해서다. 또한 응용프로그램을 돌릴 경우도 해당 프로그램의 실행파일은 실행에만 역할을 두고 있다. 그러나 뇌는 특정 명령을 처리하거나 사고할 때 개별화된 특정 영역에서 일처리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뉴런이 오로지 똑같은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뉴런은 컴퓨터와 같이 지정되어 있는 하드와 이어링 방식이 아니라 신경 활동의 패널에 의해 인도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함께 점화하는 뉴런들이 같이 배선된다. 개별 뉴런들의 이동과 사망은 통계상 가변적이고 확률적이다.

뇌는 (컴퓨터와 같은) 모듈방식이 아니다. 뇌는 특정 과제를 수행할 때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지만 뇌 활동은 뇌 전체에 걸쳐 통합과 분화과정을 거쳐서 진행된다.

그런데 ‘의식’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의식’이 만들어지려면 먼저 ‘기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별적 기억은 누적이 되어 그 사람만의 고유의 성질을 만들뿐더러 특정 사물을 분류하고 범주화하는 능력이 생기게 한다. 그렇기에 ‘의식’을 위해서는 기억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부분이 손상되면 인간은 장기기억의 능력을 잃어버린다. 현재의 순간만을 기억할 뿐이지 과거의 기억을 파노라마처럼 재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의 소리가 바뀌고 햇빛이 약해지는 것을 감지한 동물은 즉각 도망을 칠 것이다.  그 동물의 과거사에 형성된 입력물들의 조합이 호랑이 같은 포식자의 출현과 관련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장면을 구성할 능력이 있는 동물은 새롭고 복잡한 환경에서 반응할 때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 생존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동물이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의 형성된 기억의 조합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과거를 재조합하지 못하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적은 것이다. 따라서 진화의 법칙은 생존가능성이 높은 ‘기억’의 기능을 만들고 이러한 ‘기억’들이 모여 ‘의식’이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경 세포의 분열과 발달과정에 있어서 경험 선택에서 시냅스의 연결강도에 변화가 일어나 어떤 경로는 촉진되고 어떤 경로는 약화된다. 경험의 반복은 시냅스군의 강도를 변하게 만든다. 이러한 반복작용으로 뇌 지도들을 점진적으로 완성해 나간다. 고등한 뇌에서의 시냅스 단위는 재유입 상호작용으로 연결된 뉴런 집단이라는 개념의 증거들이 갈수록 많이 제시되어왔다.

그런데 저자는 기억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을 하위의식과 상위의식으로 분류한다. 하위의식이란 위에 설명한 동물처럼 단순한 지각이나 느낌같은 것을 의미한다. 반면 상위의식은 자아, 자기정체성, 스스로를 의식하는 것과 같이 인간의 고도화된 정신세계를 말한다. 그럼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1차적인 하위의식 위에 어떻게 상위의식을 만들었던 것일까?

인간의 경우 어의적, 언어적 능력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형성되어 상위의식이 발달할 때 뚜렷한 자아가 발생한다. 즉 자아, 과거, 미래에 대한 명확한 개념들은 어의적 능력에 기초하여 상위 의식이 진화했을 때 출현한다. 동물이나 신생아는 자아와 관련된 장면을 경험하지만 내면에 꼬집어 말할 수 있는 뚜렷한 자아가 없다. 동물에게는 어의적 능력이 없다. 그들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다른 시간대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기호를 사용하지 못한다.

인간이 지닌 어의적 능력은 상위의식인 자아와 자기정체성을 낳고 자신을 스스로 의식하는 고도화된 ‘의식’을 낳았다는 것이다.

정교한 분별능력을 그 분별에 대한 소통과 연결시켜 적응도를 높인 동물 종이 한결 유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어의적 능력위에 인간의 언어가 상위의식을 형성하는게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정교한 분별능력은 소통의 기본도구인 언어에 의존하는바 크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내 리뷰는 다소 두루뭉실하다. 약간의 전문적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함으로서 ‘의식’의 진화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책이라고는 하지만 쉬운 책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 ‘의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의 뇌속에서 생겼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의식’이 오로지 뇌의 화학작용에 의한 물질적인 세계인지, 아니면 ‘영혼’을 담고 있는 형이상학적인 세계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독자의 몫이 아닐까? 과학의 잣대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세계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의식’ 조차 뇌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그처럼 ‘의식’은 신비하고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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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 - 미술과 철학의 공통먹이, 사물 이야기
조광제 지음 / 안티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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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읽기가 수월하지 않고 그 안에 쌓인 작가의 내공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은 것은 우선 제목에서 드러난다. "발기하는 사물들이라니" 드러나는 사물들이나 나타나는 사물들이라고 표현해도 좋을텐데 굳이 발기라는 성적인 암시를 집어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도발적인 제목속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

내용에 들어가면 더 숨이 막혀온다. 사물을 온갖 사유와 추상의 세계로 재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사물들 가령 꽃, 책, 의자, 핸드폰, 돌..... 그 하나하나에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저자는 왜 이렇게까지 치열한 것일까?

그 이유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밝혀진다. 저자는 세잔의 <과일그릇, 유리잔, 사과가 있는 정물>이라는 그림을 보여준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정물화.... 그러나 저자의 치열한 분석은 무섭기까지 하다. 세잔의 그림은 사물과 사물사이에 가로놓인 색의 경계를 허물어 뜨린다. 빨간 사과위에 덧 입혀진 푸른빛, 그리고 물컵의 투명함을 통과해 뿌려지는 조화로운 색의 배치..... 마찬가지로 세잔의 <대수욕도>라는 여자들이 목욕하는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과 사물사이에 놓인 경계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다. 작가는 왜 이렇게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과의 사이에 놓인 경계를 무너뜨린 것일까? 그것은 저자가 사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독자들에게 되묻기 위함이다.

우리가 사물이라고 통칭해 부르는 것의 실질적인 실체는 존재하는 것일까? 모든 것은 변한다. 자연도 인간도 영구적일 수 없다. 이러한 존재와 비존재, 영속성과 비영속성에 대한 만만치 않은 삶의 질문을 그림의 화폭속에 담아내 그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리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기만 한다.

그런데 세상은 이처럼 사물과 사물사이의 경계만 허물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물이 이리저리 비틀리고 쪼개지며 분리되기도 한다. 이제 저자는 우리를입체파 화가이ㅡ 대명사인 피카소의 세계로 안내한다.

책에 소개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칸바일러의 초상화> <등나무가 있는 정물> 작품을 보면 사물이 여지없이 조각조각 해체되고 인물과 배경의 구분도 무너지며 거기다가 다중적인 시각과 구조를 하나의 화폭에 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사물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에서 더 발전되어 사물이 조각조각나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천재들은 자고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으며 그것을 예술작품속에 녹여 놓았던 것이다.

뒤이어 마르셀 뒤샹 또한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라는 작품을 통해 사물을 갈기갈기 조각내었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나체의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작품에 대해 마르셀 뒤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실제 인물이 실제 계단을 내려오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필요가 없다. 근본적으로 운동을 그림에 삽입한다는 것은 관객의 눈이다"

그림속에 움직이는 운동에 능동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바라보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는 말이다. 관객의 참여가 작품의 한 구성이 되는 작품..... 이는 사물과 인간과의 또 다른 조우가 아닐까?

자, 여기서 잠깐 정리를 해 보고 넘어가자. 과연 사물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그토록 집착한 사물이란 무엇이며 그것과 연계한 미술작품, 철학.... 그 심연의 세계속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발견한 것인가? 그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책 제목이기도 한 <발기하는 사물들>이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화장실의 변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변기를 그대로 옮겨 놓다니.... 아니, 그런것도 작품이 되는 것일까?

<샘>이라는 변기의 작품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특정 예술작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 주변에 있는 핸드폰, 책상, 의자, 자전거는 작품이 될 수 없는가? 마르셀 뒤샹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작품의 세계를 조롱하면서 동시에 사물의 무너진 경계속에 진정한 예술은 그냥 우리 주변에 있는 평이함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앤디 워홀의 <이백 개의 캠벨 수프 깡통들>같은 작품에서처럼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시대속에서도 그 하나하나의 의미에 주목해 보는 것이다. 익명의 버림받은 사물들 또한 똑같은 사물이 아니던가? 그 사물들도 주목받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수프 깡통들 하나하나 말이다. 그리고 주목받고 있을 때 바로 발기하는 사물들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발기하는 사물들은 결국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가 주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제목은 아니었을까?

이 어려운 책을 덮으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평범한 속에 깃든 비상함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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