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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쟁이, 루쉰
왕시룽 엮음, 김태성 옮김 / 일빛 / 2010년 3월
평점 :
책을 접하면서 떠 오른 생각하나.... 생전에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함의 진리에 감동했다. 또한 성철스님이 입적하셨을 때 많은 신문들이 그 말씀를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한 아무개씨가 성철스님과 똑같이 이야기했다면, 아무도 그 말을 가지고 회자하며 가슴에 담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 그림쟁이 루쉰은 위대한 사상가, 작가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흥미로움은 있지만, 루쉰이 아니었다면 이런정도 그림은 그저 재능있는 미술가 정도의 그림으로써 크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위대한 사람은 그 사상이나 행적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것조차 커다란 의미가 부여되는 법이다. 물론 책에 실린 루쉰의 그림은 아마추어수준을 벗어난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말이다.
다재다능함.... 이 책을 보노라면 저절로 드는 생각이다. 문화재를 보고 그대로 옮겨그리는 솜씨부터 판화, 동화책 표지, 학교 휘장등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폭넓은 관심과 열정, 그리고 그림솜씨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의 작품중 인상깊었던 것은 <조아투강도>란 작품이다. 그림 자체의 섬세함도 있지만 작품에 어린 사연이 인상깊었다.
아버지가 강물에 익사한 것을 슬퍼한 딸인 14세 소녀는 강물로 뛰어들었다. 결국 아버지와 딸의 시체가 같이 물위에 떴는데 아버지와 딸이 꼭 안은채였다.
인용 :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이렇게 어린 처자가 어떻게 노인네를 껴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두 시신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잠시 후 다시 떠 올랐는데 이번에는 서로 등을 진 상태였다.
중국 예의지국에서는 죽은 사람의 체위까지 바꿀 수 있다니 우습기도 하고 맹목적인 유교문화의 폐단을 볼 수 있다.
루쉰은 무척 섬세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숙소를 옮기고서 숙소를 간단히 스케치한 후 남긴 글을 보자.
인용 : 평지로 내려가기 위해 지금은 스물 두 계단만 걸으면 되기 때문에 전보다 일흔 두 계단을 덜 걸어도 된다는 것이오.
숙소에서 나오는 계단이 몇 계단인지 일일히 세어보고 그것을 편지로 남기는 것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작은 일 하나하나에 세심한 마음을 기울이는 성격인 듯 하다.
또한 루쉰은 열정을 가진 그림쟁이였다. 다방면에 그렇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니 말이다.
그림은 또 하나의 분신이다. 루쉰에게도 그림은 또 다른 분신이었을 것이다. 그림을 통해서 바라보는 루쉰, 루쉰을 통해 바라보는 그림.... 일맥상통하며 서로를 이어주는 루쉰과 그림 이야기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