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풀스 데이 - 상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데이먼은 선천적으로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였다. 거기다가 설상가상 에이즈까지 감염되어 24년이란 짧은 생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다. 그에 관한 기록이 담겨진 이 책을 통해 불치병을 앓게 된 아이와 또 그 부모가 겪게되는 심리적인 고통을 볼 수가 있다. 직접 격어보지 않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말이다. 

그가 걷지 못해서 침대나 아니면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출혈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무릎이나 발목이 잘못되었고 그가 얼마나 많은 통증을 거의 끊임없이 견디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는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선풍기를 꺼달라고 했다. 무릎을 스치는 바람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싫어요, 아빠, 제발이요. 다시 병원에 가는 건 견딜 수가 없어요. 요즘은 병원에 가면 죽음이 생각나요. 엄마, 제발 , 아빠가 저를 병원에 보내지 않게 해 주세요!

이제는 거의 한 순간도 통증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몇 가지 약들은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대여섯번씩 먹어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4시간마다 약을 먹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했기에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보아야 했던 아버지의 독백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다.

유산이 가능한 상황에서 데이먼이 혈우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내가 유산에 찬성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태아에 대한 기형아검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한다. 그러나 기형아도 아닌, 멀쩡한 사고와 생각을 그대로 지닌, 그러나 치명적인 불치의 병으로 결국 짧은 인생으로 삶을 마감해야만 한다면..... 과연 그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까? 아마도 나 또한 유산에 대해 조심스런 찬성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바로 뒤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하지만 지금은 데이먼이 없는 우리의 인생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삶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높여 주었고 우리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그는 성인은 아니었지만, 우리 너머에 있는 삶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삶을 조금씩 갉아먹는 불치의 병을 가진 아이에게서 이처럼 커다란 가치를 발견하다니....... 삶이란 심하게 불공평하다. 하지만 신은 가끔씩 불공평속에도 보석같이 아름다운 삶의 가치와 추억을 주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비록 불치병을 가지고 태어난 데이먼이지만 병마가 본격적으로 그의 삶을 습격하기 이전까지는 그래도 꽤 낙천적이며 살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다. 자신에게는 HIV양성반응이 에이즈로 옮길 것이라고 믿지 않았으며 여자친구 세러스트와 보금자리를 꾸민 후 시내에서 직장을 풀타임으로 잡고 일을 하는 가하면 집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출판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병마의 기운은 어쩌지 못했다. 몸이 망가지더니 정신마저 흔들렸다. 우울증과 조울증, 거기에 과대망상증까지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아마 신체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선택한 마약류가 그의 정신까지 피폐하게 파먹어 들어갔을 것이다. 데이먼은 죽기전에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꼭 책으로 써 달라고 부탁한다.

아빠, 아빠가 그 사람들에게(에이즈감염자)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라고 책을 써야 해. 그냥 걸리는 병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병은 병일뿐 그것이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고....... 그것에 부끄러워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죽어가는 마당에, 다른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데이먼은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조용히 떠나갔다. 이 책을 출판한 이유 중 하나는 데이먼이 살았던 이야기, 세러스트와의 불멸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은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혈우병이나 에이즈등 불치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들, 또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으로 가득찬 사회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담담하며 비교적 객관적 시각을 유지한채 데이먼의 짧은 24년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의지, 운명, 불공평, 가치..... 이런 것들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그의 짧은 생이 남긴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것들을 생각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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