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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만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 -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김헌경 박사가 알려주는 건강자립의 비밀
김헌경 지음 / 비타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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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제목에서 넘어지지만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노인이 넘어지면 대퇴골 뼈가 부러지기 쉽다. 대퇴골뼈는 허벅지에 있는 큰 뼈다. 대퇴골뼈에 손상이 생기면 보행이 불가능해 오랜기간 누워서 병실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활동이 줄어들어 근감소증은 점점 가속화되고 몸이 약해진다. 설상가상 음식섭취량도 줄어들고 음식도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 폐렴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다가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특히 몸이 쇠약한 노인은 낙상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저자가 넘어지지만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래전 대퇴골이 부러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가족을 통해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책의 제목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근육량을 급속히 감소시키는 낙상에 대해서 아직까지 나이로 볼 때 먼 이야기기는 하지만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먼저 노화와 노쇠를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노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나 인지기능이 저하되면서 생기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노쇠는 적절한 운동과 식단조절등의 관리를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저자는 노쇠란 일상생활기능이 떨어지는 허약한 상태로 건강 수명의 마지막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노쇠가 더 진행되면 신체 기능장애가 발생하며 장기요양보험을 받고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쇠가 되지 않도록 운동이나 식단조절등을 통해 관리를 해 주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노쇠에서 장기요양 단계로 접어들면 혼자서 지낼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지는데 이는 자신도 힘들지만 주변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주게 된다. 그래서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 것처럼 몸의 신체자립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걷기가 나이가 들면 중요해진다는 것이었다. 노인이 되면 보폭이 좁아지고 뒤꿈치 들기도 작아진다. 그래서 자꾸 무엇엔가 걸려서 넘어지게 되고 그것이 대퇴골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보행 기능 저하는 인지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깊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의 보폭에서 10cm 더 보폭을 넓게 걷고 3분정도는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인터벌 운동이 노쇠를 막는 방법이라고 한다. 저자는 책에서 노쇠를 극복하는 여러 스트레칭 방법에 대해서도 그림을 통해 알려주는데 동작도 간단해서 노쇠가 걱정되는 노인들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 더 젊은 중년층이라면 뇌쇠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전반에서 저자는 계속해서 근육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근육 연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연금을 들면 노후가 걱정이 없는 것처럼 꾸준히 운동과 식단조절, 그리고 정신건강이라는 건강연금을 들어두면 노쇠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노인들에게는 건강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중장년층에게는 뇌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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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럼에도, 나는 말했습니다 - 직장맘·대디 11인의 인터뷰집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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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이 2024년 기준 0.55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책은 첫 문장부터 무겁고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 인구소멸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최근 시청한 한국관련 외국 유튜브 댓글에서 “북한은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남한의 인구소멸로 한국을 자동적으로 접수할 수 있다”라는 농담같은 조롱글도 보았다. 지금 당장 인구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출산율이 극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고통을 향후 몇 십년간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출산과 관련한 육아휴직에 인색하다. 낮은 출산율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책을 읽으면서 직장맘들이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기업으로부터 받는 억울함과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육아휴직을 꺼리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너무 치열한 경쟁구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비용으로 처리되는 시대에 기업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의 연속성과 인건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근무자를 단기간 고용하는 문제라든가, 특히 책에서 이야기하는 육단축(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업무승계나 업무량의 조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국가를 생각하면 걱정스럽지만 당장 우리 회사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이기주의도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대책은 탁상공론의 대표적인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직장맘과 기업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미진한 것 같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어도 그 제도를 사용하는 직장맘이나 기업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재정등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주어도 경제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투자는 훗날 충분한 가치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장맘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법정 투쟁을 불사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라는 책의 메시지는 물론 필요하지만 공허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표지를 보면 한 여성이 한 손에는 육아휴직과 관련된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굳게 쥔 채 무언가 굳게 결심한 모습이 보인다.

책을 읽고 나면 그 표지의 여성의 그 순간 느끼고 있는 긴장이 그대로 느껴져 온다. 빗방울이 떨어지다보면 바위도 부순다고는 하지만, 그러기엔 직장맘들의 감당해야 할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렇게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것을 고려해 좀 더 세밀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육아휴직과 관련된 직장맘들의 고충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직장에서 받는 은근한 괴롭힘이나 따돌림, 혹은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으로 인한 고통,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등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같이 출산과 육아를 비롯해 겪는 어려움을 법률적인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이 육아휴직으로 고민중인 직장맘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책이 주는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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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리셋 - 무너진 호흡만 바로잡아도 만성 통증이 사라진다
신효상 지음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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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숨의 근간은 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은 먹지 않아도 꽤 오래 생존할 수 있지만 숨은 몇 분만 멈춰도 죽음에 이른다. 성경에도 신이 사람을 만들고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었다고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숨 쉬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왜냐하면 숨 쉬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고 쉬운 것이어서,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통해서 제대로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저자에 따르면 숨은 자율신경과 깊이 관련이 있다. 가령 갑자기 화가 솟구치면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분노라는 감정이 일어난다. 그럴 때 화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우리는 보통 크게 심호흡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감정을 느끼는 데는 0.2초 밖에 걸리지 않지만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6초가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숨을 내쉬는 것은 감정이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지연시킨다. 이처럼 숨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 비교감신경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체에 나타나는 여러 불편한 증상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올바른 호흡이 중요한 것이다.

 

잘못된 호흡법으로는 과호흡, 구강호흡, 상부흉식호흡이 있다. 과호홉은 1분에 15회 이상 호흡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구강호흡은 입으로 숨쉬는 것을 말한다. 상부흉식호흡은 배로 숨쉬는 복식호흡이 아닌 가슴으로만 숨을 쉬는 것을 말한다. 잘못된 숨쉬기로 인해 우리 몸은 여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잘못된 호흡은 심장과 폐질환을 악화시키고 어지럽거나 시야가 흐려지고 일시적으로 마비가 오게 할 수도 있다.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오는등 각종 통증을 유발시킨다. 심지어 스트레스와 두통, 불면증, 척추측만, 불안이나 공항장애도 호흡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호흡이 우리 몸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병원을 전전하면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만성통증의 원인이 잘못된 호흡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호흡만 제대로 해도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호흡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가로막을 이용한 호흡법이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복식호흡인데 숨을 들이마시면 배가 앞으로 나오는 형태의 호흡법이다. 몸 전체를 이용하는 호흡법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올바른 호흡법으로 바꾸고 나서 변화된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밖에도 호흡과 관련하여 좋은 팁도 많이 소개해준다. 대표적으로 구강호흡을 막기위해 테이프로 입을 막고서 자는 것은 너무나 유익한 일이다. 건강에 유익한 스트레칭 동작도 알려주며 손톱밑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야기중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올바른 자세나 호흡등 근본적인 변화가 병행되지 않는 이상, 병원치료는 일시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호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관련된 인간의 진화과정, 우리 몸의 신체구조, 생리학적인 여러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려준다. 때로는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호흡하라는 것인지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잘못된 호흡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습관화시키기까지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들여다보면 백번, 천번이라도 올바른 호흡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호흡법을 바꾸는데는 신체적인 고통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고, 돈도 들지 않는다. 단 신경만 조금 더 써 주면 된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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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송태은 지음 / 이오니아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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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보면 국가간의 치열한 다툼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병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것이 아닌, 계략과 모략, 기만과 속임수, 가짜 정보를 흘리는등 승리하기 위해서 비겁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서동요도 따지고보면 백제의 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기위해 거짓소문을 퍼트리는 기만전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도 심리를 이용하여 상대를 뭉개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은 늘 있어왔다. 그렇지만 오늘에 와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뇌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의 심리기제가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보통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들을 속이는 기술이 정교해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로 인해 과거에 비해 우리의 삶이 한층 더 취약해 졌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점점 더 가속화되어가는 심리 전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개인의 심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후반부에는 국가간의 심리전술 혹은 인공지능등 IT기술이 만들어 낸 어두운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중 가장 강력한 것은 분노라고 말한다. 분노는 자신을 망치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분노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분노는 자기통제를 잃어버려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통제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사람이 트럼프인데 특정 상대에게 분노하고 대노를 하면서 결국 분노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도구로 쓰고 있다.

 

이 밖에도 개인의 여러 심리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초두효과다.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이론이다. 첫 직감이 맞을 때도 있지만 아마 틀린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저자는 첫인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대해야 잘못된 결정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이스피싱이나 영업에 있어서도 설득 대상 상대에게 다른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붙여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초두효과를 끝까지 밀고나간 전략일 것이다. 한편 현대에는 다양한 설득 기제중 가장 강력한 것은 정보의 양이라고 한다. 잘못된 정보나 뉴스라도 다양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면 결국 거짓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웹사이트의 검색창에 특정 단어나 문장 일부를 입력할 때 문장 전체가 자동완성되는 것도 일종의 정보조작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미묘한 작업에 의해서도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IT 및 뇌과학의 발달은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판독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례로 인공지능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은 뇌 스캔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가하면 일본의 뇌과학자들은 꿈 분석 연구를 통해 꿈에 나오는 대상을 60~70%의 정확도로 알아맞춘다고 한다. 또한 바이오피드백을 센서에 부착해 개인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은밀한 개인적인 신체활동이나 생각마저도 여지없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특정 의도에 맞춰 조작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해서 한편 두려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간의 경쟁에 있어서도 심리조작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들이 많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멀찌감치 멀어진 러시아는 대안으로 샤프파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미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강력한 통제방식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프파워는 국가 권력을 우선시하고 검열과 정보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키는등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통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의 발달로 하이브리드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있다. 하이브리드전에는 화학, 생물, 화학, 핵무기등 고전적인 방법뿐 아니라 사이버공격, 심리전, 인지전, 그리고 범죄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국가간에도 기만과 속임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더욱 구별할 수 없게 만들고 전술, 선전, 선동으로 인해 우리도 모르는 채 우리의 의식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종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이, 내 생각이 때로는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게 해 주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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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본 백제사 순간들 - 히스토리텔러 이기환 記者의
이기환 지음 / 주류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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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톺아보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샅샅이 훓어 가며 살피다라고 나온다. 저자는 <톺아본 백제사 순간들>이라는 책을 통해 690년동안 이어져 온 백제의 역사를 왕성이나 유물의 발굴을 통해 독자들에게 마치 당시에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먼 과거의 일들을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알아내고 해석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백제의 웅장하고 화려한 문화에 대해 찬탄하게 되었다. 사실 백제는 만주벌판을 차지한 고구려만큼 대영토를 지닌 강대국도 아니었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만큼 인상에 남는 국가도 아니다. 그래서 두 나라에 비하면 조명되지 않은 역사, 그저 조용히 존재하다가 사라진 역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유물이나 백제 예술의 정수라고 하는 금동대향로의 정교하고 복잡 기묘한 조각을 보면 백제의 높은 문화 수준과 위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저자인 이기환은 원래 스포츠를 담당하는 기자였다. 어느날 난데없이 편집국장으로부터 문화부로 발령을 받게 된 후,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관련된 여러 권의 책도 출판했다. 우연으로 바뀌게 된 저자의 인생 여정은 문화재 발굴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은 곳에서 뜻밖에 왕릉이나 보물급 유물을 발굴하는 우연의 순간들이 모여 개인과 국가의 역사를 층층이 쌓아 올린다. 1992년 부여 능산리고분군의 주차시설 확충공사를 위해 사전 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별다른 유구, 유물이 나오지 않았고 주차장공사는 강행될 태세였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찜찜하니 한 번 더 파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발굴구덩이에서 국보중의 국보라 불리는 백제금동대향이 발굴되었다. 무령왕릉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돌덩어리를 치우고 들어가보았더니 그곳이 백제 무령왕이 잠든 고분이라니,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워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 순간은 고고학자로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무령왕릉 발굴과정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한다. 발굴자들이 너무 놀라고 전국의 기자들이 총출동하여 주변이 난리가 난 현장은 마치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송을 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무려 1,450년동안 잠들어 있던 무령왕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그날 하루 11시간동안 무려 1083,000여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무령왕릉 발굴현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제대로 현장을 보존하고 관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는 1971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될 만 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노력한 고고학자 및 관계자들이었다. 풍납토성이나 몽촌토성등 백제의 주요 문화재는 아파트등 개발과정을 통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개발논리에 막혀 우리의 옛 역사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을 막아선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찬란한 백제의 유물들을 박물관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백제의 유물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살펴보고 주변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세세하게 분석하는 이 책은 자칫 따분해보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유물들을 발굴하게 된 계기와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버무려 흥미진진한 책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발굴현장과 유물등 다양한 사진을 통해 천년이 넘는 옛일을 상상하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 아래에는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고대의 유물들이 아직도 많이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한편 일제 감정기에 귀중한 백제의 유물들을 마구 훼손한 가루베라는 일본인이 있다. 아마추어 도굴범이었던 가루베는 백제의 고분들을 여기 저기 들쑤셔 훼손하는가하면 일본이 패망하자 무려 1톤 분량의 유물을 가지고 도망을 쳤고 그중 상당분은 일본으로 밀반출했다. 책을 통해 나타나는 가루베에 대한 적개심(?)은 저자가 백제의 유물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통해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알게 된다.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 이 땅에는 우리 조상들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살아갔다. 그리고는 모두 죽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 무덤과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고서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적 위인들이나 당대 사람들도 한때는 우리와 똑같은 살과 피를 지닌 채 한반도 곳곳에서 실제로 살았었음을 느끼게 된다. 100년 의 사람들에게 우리들은 잊힌 존재일 것이고, 200년 후의 사람들에게는 전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유한한 한계성으로 먼 과거나 미래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당대 사람들, 생각들, 역사들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라진 고리들은 상상을 통해 메꾸는 즐거움도 좋았다. 백제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껴 볼 수 있는 이 책은 역사가 단지 고서속에 묻힌 고리타분한 활자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조상들을 우리들과 연결시켜주는 소중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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