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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리셋 - 무너진 호흡만 바로잡아도 만성 통증이 사라진다
신효상 지음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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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숨의 근간은 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은 먹지 않아도 꽤 오래 생존할 수 있지만 숨은 몇 분만 멈춰도 죽음에 이른다. 성경에도 신이 사람을 만들고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었다고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숨 쉬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왜냐하면 숨 쉬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고 쉬운 것이어서,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통해서 제대로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저자에 따르면 숨은 자율신경과 깊이 관련이 있다. 가령 갑자기 화가 솟구치면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분노라는 감정이 일어난다. 그럴 때 화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우리는 보통 크게 심호흡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감정을 느끼는 데는 0.2초 밖에 걸리지 않지만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6초가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숨을 내쉬는 것은 감정이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지연시킨다. 이처럼 숨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 비교감신경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체에 나타나는 여러 불편한 증상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올바른 호흡이 중요한 것이다.

 

잘못된 호흡법으로는 과호흡, 구강호흡, 상부흉식호흡이 있다. 과호홉은 1분에 15회 이상 호흡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구강호흡은 입으로 숨쉬는 것을 말한다. 상부흉식호흡은 배로 숨쉬는 복식호흡이 아닌 가슴으로만 숨을 쉬는 것을 말한다. 잘못된 숨쉬기로 인해 우리 몸은 여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잘못된 호흡은 심장과 폐질환을 악화시키고 어지럽거나 시야가 흐려지고 일시적으로 마비가 오게 할 수도 있다.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오는등 각종 통증을 유발시킨다. 심지어 스트레스와 두통, 불면증, 척추측만, 불안이나 공항장애도 호흡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호흡이 우리 몸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병원을 전전하면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만성통증의 원인이 잘못된 호흡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호흡만 제대로 해도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호흡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가로막을 이용한 호흡법이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복식호흡인데 숨을 들이마시면 배가 앞으로 나오는 형태의 호흡법이다. 몸 전체를 이용하는 호흡법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올바른 호흡법으로 바꾸고 나서 변화된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밖에도 호흡과 관련하여 좋은 팁도 많이 소개해준다. 대표적으로 구강호흡을 막기위해 테이프로 입을 막고서 자는 것은 너무나 유익한 일이다. 건강에 유익한 스트레칭 동작도 알려주며 손톱밑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야기중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올바른 자세나 호흡등 근본적인 변화가 병행되지 않는 이상, 병원치료는 일시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호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관련된 인간의 진화과정, 우리 몸의 신체구조, 생리학적인 여러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려준다. 때로는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호흡하라는 것인지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잘못된 호흡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습관화시키기까지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들여다보면 백번, 천번이라도 올바른 호흡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호흡법을 바꾸는데는 신체적인 고통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고, 돈도 들지 않는다. 단 신경만 조금 더 써 주면 된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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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송태은 지음 / 이오니아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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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보면 국가간의 치열한 다툼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병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것이 아닌, 계략과 모략, 기만과 속임수, 가짜 정보를 흘리는등 승리하기 위해서 비겁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서동요도 따지고보면 백제의 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기위해 거짓소문을 퍼트리는 기만전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도 심리를 이용하여 상대를 뭉개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은 늘 있어왔다. 그렇지만 오늘에 와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뇌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의 심리기제가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보통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들을 속이는 기술이 정교해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로 인해 과거에 비해 우리의 삶이 한층 더 취약해 졌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점점 더 가속화되어가는 심리 전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개인의 심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후반부에는 국가간의 심리전술 혹은 인공지능등 IT기술이 만들어 낸 어두운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중 가장 강력한 것은 분노라고 말한다. 분노는 자신을 망치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분노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분노는 자기통제를 잃어버려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통제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사람이 트럼프인데 특정 상대에게 분노하고 대노를 하면서 결국 분노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도구로 쓰고 있다.

 

이 밖에도 개인의 여러 심리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초두효과다.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이론이다. 첫 직감이 맞을 때도 있지만 아마 틀린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저자는 첫인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대해야 잘못된 결정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이스피싱이나 영업에 있어서도 설득 대상 상대에게 다른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붙여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초두효과를 끝까지 밀고나간 전략일 것이다. 한편 현대에는 다양한 설득 기제중 가장 강력한 것은 정보의 양이라고 한다. 잘못된 정보나 뉴스라도 다양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면 결국 거짓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웹사이트의 검색창에 특정 단어나 문장 일부를 입력할 때 문장 전체가 자동완성되는 것도 일종의 정보조작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미묘한 작업에 의해서도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IT 및 뇌과학의 발달은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판독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례로 인공지능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은 뇌 스캔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가하면 일본의 뇌과학자들은 꿈 분석 연구를 통해 꿈에 나오는 대상을 60~70%의 정확도로 알아맞춘다고 한다. 또한 바이오피드백을 센서에 부착해 개인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은밀한 개인적인 신체활동이나 생각마저도 여지없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특정 의도에 맞춰 조작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해서 한편 두려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간의 경쟁에 있어서도 심리조작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들이 많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멀찌감치 멀어진 러시아는 대안으로 샤프파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미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강력한 통제방식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프파워는 국가 권력을 우선시하고 검열과 정보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키는등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통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의 발달로 하이브리드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있다. 하이브리드전에는 화학, 생물, 화학, 핵무기등 고전적인 방법뿐 아니라 사이버공격, 심리전, 인지전, 그리고 범죄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국가간에도 기만과 속임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더욱 구별할 수 없게 만들고 전술, 선전, 선동으로 인해 우리도 모르는 채 우리의 의식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종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이, 내 생각이 때로는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게 해 주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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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본 백제사 순간들 - 히스토리텔러 이기환 記者의
이기환 지음 / 주류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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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톺아보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샅샅이 훓어 가며 살피다라고 나온다. 저자는 <톺아본 백제사 순간들>이라는 책을 통해 690년동안 이어져 온 백제의 역사를 왕성이나 유물의 발굴을 통해 독자들에게 마치 당시에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먼 과거의 일들을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알아내고 해석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백제의 웅장하고 화려한 문화에 대해 찬탄하게 되었다. 사실 백제는 만주벌판을 차지한 고구려만큼 대영토를 지닌 강대국도 아니었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만큼 인상에 남는 국가도 아니다. 그래서 두 나라에 비하면 조명되지 않은 역사, 그저 조용히 존재하다가 사라진 역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유물이나 백제 예술의 정수라고 하는 금동대향로의 정교하고 복잡 기묘한 조각을 보면 백제의 높은 문화 수준과 위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저자인 이기환은 원래 스포츠를 담당하는 기자였다. 어느날 난데없이 편집국장으로부터 문화부로 발령을 받게 된 후,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관련된 여러 권의 책도 출판했다. 우연으로 바뀌게 된 저자의 인생 여정은 문화재 발굴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은 곳에서 뜻밖에 왕릉이나 보물급 유물을 발굴하는 우연의 순간들이 모여 개인과 국가의 역사를 층층이 쌓아 올린다. 1992년 부여 능산리고분군의 주차시설 확충공사를 위해 사전 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별다른 유구, 유물이 나오지 않았고 주차장공사는 강행될 태세였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찜찜하니 한 번 더 파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발굴구덩이에서 국보중의 국보라 불리는 백제금동대향이 발굴되었다. 무령왕릉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돌덩어리를 치우고 들어가보았더니 그곳이 백제 무령왕이 잠든 고분이라니,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워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 순간은 고고학자로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무령왕릉 발굴과정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한다. 발굴자들이 너무 놀라고 전국의 기자들이 총출동하여 주변이 난리가 난 현장은 마치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송을 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무려 1,450년동안 잠들어 있던 무령왕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그날 하루 11시간동안 무려 1083,000여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무령왕릉 발굴현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제대로 현장을 보존하고 관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는 1971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될 만 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노력한 고고학자 및 관계자들이었다. 풍납토성이나 몽촌토성등 백제의 주요 문화재는 아파트등 개발과정을 통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개발논리에 막혀 우리의 옛 역사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을 막아선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찬란한 백제의 유물들을 박물관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백제의 유물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살펴보고 주변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세세하게 분석하는 이 책은 자칫 따분해보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유물들을 발굴하게 된 계기와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버무려 흥미진진한 책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발굴현장과 유물등 다양한 사진을 통해 천년이 넘는 옛일을 상상하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 아래에는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고대의 유물들이 아직도 많이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한편 일제 감정기에 귀중한 백제의 유물들을 마구 훼손한 가루베라는 일본인이 있다. 아마추어 도굴범이었던 가루베는 백제의 고분들을 여기 저기 들쑤셔 훼손하는가하면 일본이 패망하자 무려 1톤 분량의 유물을 가지고 도망을 쳤고 그중 상당분은 일본으로 밀반출했다. 책을 통해 나타나는 가루베에 대한 적개심(?)은 저자가 백제의 유물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통해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알게 된다.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 이 땅에는 우리 조상들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살아갔다. 그리고는 모두 죽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 무덤과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고서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적 위인들이나 당대 사람들도 한때는 우리와 똑같은 살과 피를 지닌 채 한반도 곳곳에서 실제로 살았었음을 느끼게 된다. 100년 의 사람들에게 우리들은 잊힌 존재일 것이고, 200년 후의 사람들에게는 전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유한한 한계성으로 먼 과거나 미래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당대 사람들, 생각들, 역사들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라진 고리들은 상상을 통해 메꾸는 즐거움도 좋았다. 백제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껴 볼 수 있는 이 책은 역사가 단지 고서속에 묻힌 고리타분한 활자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조상들을 우리들과 연결시켜주는 소중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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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 왜 지금 노무현인가
이장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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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좌우진영에 따라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18년동안 장기집권을 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발전과 독재라는 양극단의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공과 과, 어느 하나만 존재하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공은 공으로 인정하고, 과는 과대로 반성을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자신의 논리에만 사로잡혀 특정 대통령에 대해 찬양일색이거나 비난일색인 경우가 많다. 바야흐로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주관적 잣대가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고 인물을 평가하고 거기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뽑아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점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돌아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만큼 존경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참여정부였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일어났던 커다란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당시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관련된 주변 정치인들과 정당들의 역학관계, 경제상황, 그리고 요동치는 국제정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한 주제의 마무리는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치인들의 대담을 통해 그 시대에 내린 결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많은 정치인들중에 일부는 오늘날까지 정치판에서 오르내리는 인물들인지라 그들의 과거행적을 통해 정치는 정권에 따라 단절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연속적인 흐름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치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그 시대가 정확히 구분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다수의 정치인들이 꾸려 나가는 것이므로 정치인 하나 하나의 의식이 시대흐름을 만든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책에서 눈에 띄었던 부분은 노무현의 개혁에 대한 생각이었다. 과대해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한다. 당정을 분리해 대통령의 당무개입을 금지한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일을 맞추고 국회의원은 중선거구제를 통해 선출한다.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의의 중심에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십년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었더라면 오늘날 정치판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양당체제속에서 비생산적인 소모전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제3당이 살아남아 극단적인 갈등을 줄이고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계엄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더라도 정치판을 바꿔 보고자 하는 노무현의 시도는 결국 무위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신념은 있지만 그것을 구체화시켜나가는 노련한 기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내편으로 만드는 인고의 마음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당정분리를 통해 하향식, 수직적 정치문화를 타파하고 돈 안드는 투명한 선거를 만들고자 했지만 노무현 자신은 정작 당정분리로 인해 당정이 유리되고 고립무원에 빠지는 처지가 되었다.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정치상황에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세심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던지고 보는 정치를 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자신의 성정과 더불어 대통령 자리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 저자는 실제로 노무현은 인권 변호사로 시작한 정치 여정에서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지만 국제,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식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연유로 미국이나 기업, 노사에 대한 생각들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많이 변화되었는데 이러한 부분은 상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채 링에 오른 권투선수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재조명해 볼 때 한미FTA, 깨끗한 선거, 행정 전산화등은 시비의 여지가 없는 노무현의 업적이라고 말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노무현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고졸이라는 한계를 끊임없는 독서와 토론으로 극복해 나갔다. 잘 해보고자 하는 열정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았다.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여유롭게 살 수도 있었지만 부림사건으로 인권변호사로 전향한 이후에는 없는자의 편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삶은 극단에서 극단을 오갔다. YS의 추천으로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판에 들어섰지만 명분과 대의를 기치로 여겼고 소신정치를 이어나갔다. 5공화국을 청산하는 청문회에서 일약 스타국회의원으로 주목받았다. 국회의원 당선에 따놓은 지역을 스스로 던져 버리고 험지로 가서 낙선했다. 그리고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극적으로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은 명분과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를 실천하지 못할때는 고뇌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덕성과 명분을 중요시 여긴 노무현의 말로가 가족의 비리로 인해 비극적으로 끝났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노무현 정신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은 자신을 내던지더라도 정치를 바꿔보고자 했던 마음,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순수한 이상, 그리고 소탈했던 행적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다. 오늘 노무현을 다시 소환해보는 것은 대의를 생각하지 않고 너나없이 정파의 이익과 진영의 논리를 가지고 싸움박질이나 하는 정치판에 국민들이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도 많지만 서툴고 과도 많은 대통령이었다. 이제는 공과 과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이 가졌던 정치에 대한 대의를 기성정치인이나 국민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새정권의 미래를 열어가려는 즈음에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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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성인 - 파리민수 정일영의 인생썰
정일영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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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저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우연히 침착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송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유명해졌고 이 기세를 몰아 저자는 프랑스 유학생활등 지금껏 살아왔던 일상의 에피소드를 모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저자는 자신을 가리켜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인 극내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 맞나 싶게 세상을 좌충우돌하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세상 기준에서 보자면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쎄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썰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이런 부분이 책에서는 유머코드로 등장한다. 또한 솔직하고 인간적이기도 하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다. 출근길 저자는 버스에 앉아서 무거운 가방을 둘러멘 여학생의 짐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거절하는 여학생에게 오기가 생겨 가방을 억지로 당기다가 그만 버스에서 넘어지고 만다. 이 상황만으로도 웃음이 나는데 저자는 이 여학생을 그날 다시 강의실에서 조우한다. 서로 놀라고 창피하고 멋쩍어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강의실에서 갑자기 생각난 노래를 흥얼거린다. 다른 학생들은 이게 무슨 영문인지몰라 어리둥절했을 것이고 저자나 여학생에게는 오랫동안 잊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비롯해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프랑스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라서 더 그러하겠지만 우리나라처럼 획일적인 교육과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는 아니다. 프랑스는 하나의 답만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답이 여러개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관용적인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획일적인 문화에서 점차 변화되고 있지만 저자의 학창시절인 80년대는 교육에서도, 인생에서도 오로지 하나의 정답을 인정하는 출구없는 사회였다. 이와 관련된 저자의 친구 이야기도 웃음이 나왔다.

 

중학교 때 과학시간에 친구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급강하하는 상황에서 바닥에 부딪치기전에 공중으로 점프를 하면 충격을 피해 살 수 있지 않는냐는 질문을 던진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충분히 과학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일인데 친구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얻어맞았다. 더 웃긴 상황은 호기심 많은 친구가 다음 과학시간에 기차가 충돌하면 기차 안에서 공중으로 뛰어 오르면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비슷한 버전의 질문을 또다시 던져 복도 밖으로 나가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안에는 하나의 길에서 벗어난 곁가지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곁가지가 더 성장에서 다른 분야의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자신의 흑역사까지 솔직가감하게 늘어놓는 저자의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대학과 인강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사실 자신은 학창시절 공부를 꽤 못했는데 운이 좋아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솔직함과 자신의 창피했던 일들도 웃음의 코드로 소화시키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잔잔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은 프랑스의 관습과 문화도 엿보면서 저자의 개그 코드에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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