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럼에도, 나는 말했습니다 - 직장맘·대디 11인의 인터뷰집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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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이 2024년 기준 0.55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책은 첫 문장부터 무겁고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 인구소멸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최근 시청한 한국관련 외국 유튜브 댓글에서 “북한은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남한의 인구소멸로 한국을 자동적으로 접수할 수 있다”라는 농담같은 조롱글도 보았다. 지금 당장 인구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출산율이 극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고통을 향후 몇 십년간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출산과 관련한 육아휴직에 인색하다. 낮은 출산율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책을 읽으면서 직장맘들이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기업으로부터 받는 억울함과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육아휴직을 꺼리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너무 치열한 경쟁구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비용으로 처리되는 시대에 기업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의 연속성과 인건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근무자를 단기간 고용하는 문제라든가, 특히 책에서 이야기하는 육단축(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업무승계나 업무량의 조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국가를 생각하면 걱정스럽지만 당장 우리 회사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이기주의도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대책은 탁상공론의 대표적인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직장맘과 기업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미진한 것 같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어도 그 제도를 사용하는 직장맘이나 기업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재정등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주어도 경제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투자는 훗날 충분한 가치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장맘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법정 투쟁을 불사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라는 책의 메시지는 물론 필요하지만 공허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표지를 보면 한 여성이 한 손에는 육아휴직과 관련된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굳게 쥔 채 무언가 굳게 결심한 모습이 보인다.

책을 읽고 나면 그 표지의 여성의 그 순간 느끼고 있는 긴장이 그대로 느껴져 온다. 빗방울이 떨어지다보면 바위도 부순다고는 하지만, 그러기엔 직장맘들의 감당해야 할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렇게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것을 고려해 좀 더 세밀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육아휴직과 관련된 직장맘들의 고충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직장에서 받는 은근한 괴롭힘이나 따돌림, 혹은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으로 인한 고통,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등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같이 출산과 육아를 비롯해 겪는 어려움을 법률적인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이 육아휴직으로 고민중인 직장맘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책이 주는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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