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무작정 따라하기 - CEO를 꿈꾸는 당신의 선택! 쉬운 경영학 원론! 길벗 MBA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1
미아자키 데츠야 지음, 이우희 옮김, 고욱 감수 / 길벗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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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은 오늘날 모든 사회적 과제들이 대규모 조직들 안에서 그리고 대규모 조직들을 통해서 해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1960년대에 이루어진 YMCA 경영자 워크숍의 한 강연에서 이처럼 경영을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역설하였다. 그는 또한, 약간은 극단적이지만 경영 관리를 할 수 있는 국가는 그 순간부터 미개발 국가가 아니며, 빈곤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오늘의 우리나라에서도 경영에 익숙하지 못한 개개인들이 경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임을 생각하면 드러커의 혜안은 시간의 간극을 넘는 것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기가 끝났고, 고용없는 성장 속에 어려움을 겪는 이 시기에,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경영학 관련 지식으로 무장하여 최소한의 비교우위를 갖추고자 하는 시도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경영과 관련된 입문서를 표방하는 서적이 많지만, 실제로 실무에 종사하는 이가 가볍게 읽어보기에는 무게가 과도한 책들이 많았다. 미야자키 데츠야의 경영학 무작정 따라하기는 이러한 Need에 부합하는 소수의 책들 중 가장 부담없이 권할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의 저자는 마케팅 전문 연구자로 일본의 대학 교수로 재직중인데, 다른 분야에서도 종종 보이는 현상이지만 출판 강국 일본이라는 말을 새삼 확인하게 해주는 것은 일본인이 집필한 입문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상아탑에 몸담고 있는 학자라는 무게감은 벗어버리고 책 전반에 걸쳐 가벼운 문체로 개념 설명을 진행하며 중요 개념은 대체로 도해를 곁들여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특히 경영학을 공부하며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부분인 경영관리이론 파트나 재무관리 파트에서 이 책의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간결한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경영 전반의 개념에 대한 것을 통독할 수 있다는 점은 실무자를 위한 보조서로써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일본의 독자적 경영 사례가 간혹 매우 강조되는 부분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생경하게 보이기도 하고, 책의 분량이 약간 늘어나더라도 좋으니 약간의 추가 설명이 아쉬운 면들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영이 무엇인지 이제부터 알아가고자 하는 대다수에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권할 수 있는 공부방법은 이 책의 통독이 아닌가 싶다. 쉬운 이해가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발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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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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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지침서가 난립하는 시절이다. 곳곳에서 이 책의 저자는 경영의 구루이며, 경영의 이 이 책을 내놓았노라고 목청껏 외쳐댄다. 효율성은 경영학의 모토인데, 정작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껴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영서는 보이지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거칠게 분류하자면 소위 경영에 참고할만한 서적의 종류를 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학문적인 소위 전공서적이나 교과서에 가까운 책이다. 이런 책은 참고문헌의 정리가 꼼꼼하고, 많은 양의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독서의 본래 목적에 잘 부합하기는 하지만 독서에 드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실무 응용에 있어서는 막막한 감이 있다. 또다른 하나는 소위 교양 내지는 실용 경영서라 부를 수 있는 책이다. 문체가 쉽고 내용이 적어 순식간에 읽어내릴 수 있지만, 내용이 두서가 없는 경우가 많거나 저자의 이야기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갈 때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새로나온 하드 씽은 실용 경영서의 범주에 드는 것 같다.

 

하드 씽의 저자는 벤 호로위츠라는 성공한 기업가인 동시에 블로거라고 한다. 인기리에 작성하였던 블로그의 글들을 가공하여 하나의 서적으로 내는 것은 이미 국내에서도 흔한 방식이 되었기에 새로울 것이 없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인터넷 세상에서의 승자일 뿐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승리한 투자자의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본인의 경험을 책으로 만들기 전에 그는 이미 서문에서 성공적인 위기극복의 공식은 없다는 표현을 2페이지 사이에 무려 7번이나 사용한다. 저자의 약력과 서문의 분위기가 이 정도라면 대충 책의 성격은 바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경영서를 자주 읽는 효율적인 독자라면 본인의 취향에 따라 이 시점에서 책을 더 읽을지, 접을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기는 하다.

 

일단 실용서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은 단시간에 통독이 가능해야 한다. 실용서의 독자는 독서에 장시간 투자하기 보다는, 신속하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검색하려는 목적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이 책을 살펴본다면 즉시 확실한 합격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기도 하다. 책의 P.143페이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보인다.

<“고객 이탈률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용자 기반을 대상으로 이메일 마케팅에 주력하면 고객들이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아하,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저버리고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그들에게 스팸 메일을 충분히 발송하지 않아서 그런 거군. 거 말 되네. 염병할, 말이 되긴 뭐가 돼. 도대체 이런 거짓말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비속어 사용을 불사하면서까지 단도직입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시도한다. 독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부정적인 반응을 한 독자라도 관련 내용은 분명히 머릿속에 남을테니까.

 

문학서가 아닌 책의 문체도 하나의 특징으로 본다면, 이 책의 장점은 거기서도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보통의 경영학 입문서가 요약된 내용을 아주 단조로운문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많은 도표와 사례 제시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면 이 책은 거의 전체가 대화체 내지는 강의에 가까운 문체이기 때문에 별다른 도표나 삽화 등이 없어도 눈을 뗄 틈이 없다. 아직 원서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번역서가 이런 종류의 문체로 집필되었다면 이를 제대로 분위기를 살려 번역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은 조금만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알만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한국어판이 훌륭한 가독성을 갖는 것은 번역자인 안진환에게 그 공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번역서는 대체로 번역자를 먼저 살펴야 책의 가독성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이미 번역의 질과 관련된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됨을 보여준다.

 

경영 관련서에서 다양한 사례의 예시는 기본적인 편집 전략이다. 그런데, 여타 교양서 수준의 책을 들여다보면 주제와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또는 저자가 그런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독자에게는 사례가 나열식으로 배치된 것으로 보이게 되어 이해를 돕기 위해 배치되었던 내용들에 의해 오히려 집중력이 저하된다. 이 책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순전히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것들이 많고, 약간은 난잡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만 각각의 사례들이 저자가 무엇을 위해서 예를 들었는지 여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내용상의 연결점이 드러나 있어 독자가 읽는 중에 내용에서 유리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일은 없다. 또한, 각각의 사례들 자체가 피상적이지 않고, 마치 악전고투를 거쳐 살아남은 전쟁 용사의 경험담같은 조언으로 가득하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편집상의 단점은 어느 정도 용서가 되지 않을까?

 

저자는 본인의 사례를 자랑삼아 늘어놓는 것으로 책의 내용을 모두 채우지는 않는다. 책의 전반부가 주로 저자의 경험과 관련된 내용 위주였다면, 후반부는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수업 요약과 같은 업무의 지침이 제시된다. 이를테면 책의 191페이지는 업무의 적임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와 관련된 챕터이다. 여기서 저자가 제시한 내용은 정확히 3가지 단계이다. 첫 번째는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정할 것, 두 번째는 적임자 판단을 위한 프로세스를 실행할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책임자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것. 이와 관련된 사이사이의 내용에 갖가지 조언 자신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깨닫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해당 직책을 맡아 보는 것이다.. 등과 같은 과 매뉴얼에 가까운 실무 방법론이 매우 세심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런 장점은 이후 책의 다른 부분에서 설명하는 성공적인 직원 피드백의 비결이나 ‘CEO가 갖추어야 할 점등과 같은 중요 주제에 대한 설명에서도 비슷하게 발휘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독자는 숙련자의 경험을 11 지도를 통해 사사받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분명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한계는 한계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먼저 이 책은 어찌되었든 Blog에 올린 글을 재정리한 책이다. 물론 서적을 출간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 글의 수정과 편집에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지적 엄밀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글들이다. 특히 Keyword에 해당하는 중요 사례에서 보다 넓은 범위의 신뢰도 부여를 위한 statistical data를 인용한다던지, 선행연구 논문과 본인의 언급을 비교한다던지 하는 스칼라쉽은 이 책에서 찾으면 안되는 것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reference의 체계적 제시같은 것도 없다. 이런 한계점 때문에 높은 가독성과 함께 명쾌한 결론 및 방향성을 보여주는 경영전략 지침서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에 따라서는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는 그저그런 자기자랑일 뿐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는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순전히 자기 생각만으로 한 이야기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책의 내용 속에는 몇가지 reference가 언급되며, 그들 중에는 경영과 관련된 권위있는 저작들도 눈에 띈다. 다만, 저자가 가장 자주 인용하는 서적의 저자는 앤디 그루브인데, 저자의 개인적 평가 이외에 아무런 객관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인용은 blog의 메시지일때는 허용이 되는 것이겠지만, 출판물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좀더 성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깔끔하게 잘 정리된 또 한권의 경영 교양서이다. 가독성, 내용의 명료성, 실용성 모두를 만족시키며 번역의 질 또한 우수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겠다고 한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용서로써의 약점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는 책이기 때문에 내용을 금과옥조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도 꼭 덧붙이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 책이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때는 스스로가 경영의 이론/실무에 관하여 최소한의 지식이 확립된 유경험자가 참고를 하는 경우일 듯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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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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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여러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이는 뇌과학의 성과들을 경영전략에 접목한 책. 어느 정도의 학문적 엄밀성이 뒷받침 되었는지가 이 책의 가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신선한 시도에 그칠 뿐인지, 유의성있는 결론을 바탕으로 독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인지 기대가 된다.

 

 

 

 

 

 

 

 

 2. unmarketing 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개념을 제시한 스콧 스크랜튼의 저서. 기존의 marketing 전략과 이론을 충분히 검토하였지만, 현장에서의 실무 적용에 문제를 느꼈던 독자들이라면 전략 변경을 위한 검토 자료로써 상당히 어필할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경영 컨셉을 뒷받침하는 raw data 들이 몇가지 case와 개인의 경험 수준에 그치는지, 아니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확보한 신뢰도 높은 통계 자료에 기반하는지 궁금하다.

 

 

 

3. 혁신이 반영된 제품만이 살아남는 오늘의 시장 현실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방어수단 중의 하나는 특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R&D 부서와 관련된 업무 종사자들이나, 벤쳐 및 중소기업 간부들이 한번쯤 펴볼만한 책일 것으로 생각된다. 목차의 내용을 보면 다양한 사례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 외에 실무 적용과 관련된 내용도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는지 여부가 궁금하다.

 

 

 

 

 

4. 관심 분야에서 노대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든 가치있는 일이다.  평생에 걸쳐 경제학에 투신해온 일본인 교수의 경제논리에 대한 반성은 다른 이들의 날선 비판보다도 훨씬 무게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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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컨셉의 법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끌리는 컨셉의 법칙 - 세계적 히트상품 속 정교한 컨셉의 비밀 17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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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제출할 기획안을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이 가장 괴로워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기획안을 기획하는 단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남들의 생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모순적이다. 이런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는 체계적인 방법을 대학에서 배운 적은 없는 것 같고, 선배나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별 뾰족한 수도 없다는 대답 뿐이다. 이럴 때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한번쯤 집어들어볼만한 책이 이번에 출간된 끌리는 컨셉의 법칙이 아닌가 싶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컨셉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로 컨셉의 법칙과 사례를 다루는 교양서임을 밝히고 있다. 본서에서는 마케팅 상황에서 동기는 구매동기이고 인식은 소비자 인식이고 행동은 구매행동이며 컨셉은 사야 할 이유일 구매동기를 자극하여 구매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밝힌 서문의 내용은 바로 이러한 책 자체의 개념정의에 충실하다.

 

컨셉 크리에이터라는 선행 저서의 저자이며, concept이 마케팅에서의 중요 요소임을 강조하며 김근배 교수의 강의답게, 목차를 살펴보면 오직 컨셉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양서 수준의 경영서적은 흔히 다양한 사례를 나열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가운데 결론을 도출하는 편집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실제로 읽다보면 방향성을 잃은 사례의 나열에 피로감이 생기거나, 책의 내용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강조하는 하나의 focus에 따른 밀도있는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어 효율적인 독서가 가능하다. 또한, 각각의 법칙에 대한 강의 내용 다음에 ‘concept cafe’라는 항목을 따로 제시하여 보다 심도있는 개념 설명을 재차 진행하여 이해의 깊이를 도모하는 편집은 기타 경영서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서적의 내용 중 한 부분의 예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네 번째 컨셉 법칙은 키워드를 강조하는 챕터인데, 이 챕터는 김춘수 시인의 저 유명한 시로 도입부 설명이 시작된다. 이런 경영서답지 않은 독특한 도입만으로도 이미 관련 주제에 대한 활발한 연상이 이루어지고, 집중도는 배가된다. 이후 하나의 keyword로 컨셉을 언어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과, 유한킴벌리의 성공적인 여성용품인 화이트(브랜드명)’ 의 마케팅 사례가 등장한다. 이에 이어지는 concept cafe에서 저자는 우리는 언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대로 현실을 인식한다.”는 철학자 훔볼트의 말을 인용하여 앞의 내용에 인문학적 기반을 부여한다. keyword라는 개념과 그와 관련된 경영사례의 내용만으로는 매우 전형적인 전개지만 이에 따르는 철학적 개념을 원용하는 추가 설명은 경영서를 펴든 독자가 예상하기 힘든 것이다. 꾸준히 다량의 독서와 연구를 거듭한 강단의 학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지적 월경은 독자에게 품위와 흥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자극적 경험으로 다가온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여러 종류의 자극을 통하여 직관적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부가적 이점이라고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인문학을 마케팅에 적용할 경우 기존의 마케팅 이론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왔다.”는 의견을 피력하여 책의 성격을 규정하여 두었다.

 

입문서, 교양서의 타이틀을 단 책에서 흔히 참고문헌 서지정보를 누락하고는 하는 실수를 이 책에서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평가할만한 점이다. 덕분에 책의 설명에서 제시되는 여러 선행연구나 깊이있는 개념과 관련된 추가 독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테면 켄트 나카모토 교수가 ‘meaningless diferentiation’ 전략을 처음 제시한 1996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의 논문이나, 피터 골드의 선두주자 시장 점유율 관련 2003년 논문 등의 경우 추가적인 자료검색을 해볼 가치가 있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내용들이다. 그러나 경영학 비전공자로써는 저자가 간단한 연구의 요약 제시에 그치고 그에 따른 성실한 참고문헌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추가적인 논문 확인 등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서적에 인용된 각종 인문학적 개념과 관련된 참고서적도 매우 잘 정리되어 있어, 과연 이 유명한 인문학자가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남겼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특히 이런 장점은 저자의 서적에 가해질 수 있는 비판을 방어하는데에도 유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적의 내용중 大學財取則民散, 財散則民取구절을 기업과 고객의 관계로 바꾸어 마케팅 격언으로 치환한 설명이나, 칸트의 감각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감각은 맹목적이다.”라는 말을 마케팅의 스토리텔링에 대입하는 부분 등은 독자에 따라서는 고전의 견강부회식 인용이라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어보인다. 이와 같이 어느정도 전개상으로 무리가 있어보이는 내용을 접하더라도 그들이 저자의 식견을 의심할만한 것이라기보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고전의 구절을 실용적으로 응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지적 성실성이 책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독자라면 전혀 무관해보이는 고전의 구절조차도 마케팅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재료로 응용하는 책의 서술 방식자체를 발상의 전환을 위한 재료로 사용할 여지도 있어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사업 전반을 기획하는 관리자 수준의 직장인으로부터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하는 신입사원 수준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의 실무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양질의 입문서 겸 컨셉 사례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와 개념들에 익숙해진 직장인이라면 적어도 마른걸레를 짜내듯 아이디어를 생산해야 하는 오늘밤 재털이에 꽂히는 담배 꽁초의 양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담배 가격은 배로 올랐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는 오늘의 이 팍팍한 현실에서  독서가 정말로 나에게 그런 기여를 해줄 수 있다면 다른 어떤 경영서적보다도 경제적인책이 아니겠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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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식투자 100년사 - 역사가 보여주는 반복된 패턴, 그 속에서 찾는 투자의 법칙
윤재수 지음 / 길벗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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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에 증권회사에서 나온 주식관련 서적을 처음 접했을 때, ‘상투와 같은 주식용어나 광화문 곰과 같은 과거 증권가의 전설 등을 읽으면서 주식의 세계에 흥미를 가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주식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가지 서적들을 섭렵하여왔으나, 딱히 주식 초보를 위한 좋은 입문서를 만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길벗에서 나온 대한민국 주식투자 100년사라는 서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주제를 공부할 때 해당 주제와 관련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던 터라 좋은 기획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주식과 증권시장의 역사를 이야기책 읽듯이 읽다보면 주식관련 기초적 정보가 맥락적으로 이해된다는 점입니다. 주식과 관련된 개념들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꽤 생소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단편적인 기술로 접하면 대체로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때도 앞뒤 사정을 알지 못하면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예컨대, 투자지표인 ‘PER’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이 책은 주가/예상순이익이라는 개념정의에 이어 ‘1992년 외국인에 대한 최초 직접투자 허용 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첫 번째 종목 선정 기준이 해당 종목의 PER’ 라는 도입 배경을 함께 설명해줌으로써 관련 개념의 중요성과 증권시장에서의 쓰임새를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다고 실전서의 성격을 갖는 이 책이 단지 증권시장의 역사적 흐름에 의한 이해만을 도모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경우 단순 명료한 개념정리와 주석을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 중요개념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인식되도록 도와줍니다. 310페이지부터 주식 투자기준인 ROE, PER, PBR, PSR 등의 개념을 마치 수험서의 형식처럼 깔끔하게 요약한 부분은, 이전의 내용에서 간혹 강조되던 관련 내용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넘어가게 해준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장점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사례 중심의 편집입니다. 책의 곳곳에 풍부한 그래프와 도표 등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인용해두었고, 해당 데이터와 직접 관련된 증권시장의 사례가 매 꼭지마다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읽어나가다 보면 주식의 초심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주식투자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지도받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장기간에 걸친 저자의 실무경력과 그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실질적 지침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458페이지 이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주식투자의 원칙론들이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단순히 이론적 설명으로 일관한 후 주입식으로 원칙을 강조하는 주식서적들과 비교할 때 이 책은 팩트에 대한 한 적절한 분석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주식투자의 원칙을 유도해내기 때문에 신뢰감이 배가됩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책은 주식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싶은 초심자는 물론이고, 이미 여러권의 주식서적을 읽어보고 실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다시금 읽어볼 것을 권해보고 싶은 양서입니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이들 중에서도 근현대 한국 경제와 관련된 미시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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