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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평점 :
근래에 출간되는 경영서적들을 둘러보면, 전문서와 일반 교양서를 막론하고 계량적 분석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일반 인문학 서적에서도 현상의 객관적 분석을 위해 통계적 기법과 빅 데이터를 동원하는 추세인만큼, 이러한 흐름은 경영서에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경영학’의 영역이 아닌 실무자들에게 있어 경영이란 살아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이 때문에, 경영 실무를 위한 공부에 있어서는 엄격한 양적 분석만큼이나 다양한 사례를 접함으로써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 출간된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은 이런 용도의 쓸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경영서와 달리 경영 이론에 따른 사례 배치가 아니고 개별적 제목이 달린 12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음이 이채롭다. 이는 이 책이 애초부터 경영학의 학문적 이론 설명에 딸린 부교재로 기획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인 존 브룩스의 약력을 살펴보면 경영 관련 전공자나 실무자가 아니며, 유려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기자였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특징이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각각의 에세이들은 그대로 경영학 교과서에서 분석해도 될만한 중요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책의 첫머리인 ‘에드셀의 운명’에서는 T형 포드의 판매고를 바탕으로 20세기 초반 세계 자동차 시장을 제패했던 포드사가 가장 처참하게 실패한 ‘edsel’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보통의 경영 사례집에서 실패 사례는 잘 다루어지지 않거나, 지극히 피상적으로 다루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에서 edsel의 실패사례는 대상을 해부하듯 자세히 서술된다. 동시에 서술자의 어조는 너무나도 객관적이어서 그림으로 따지자면 정물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흔히 이런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서술은 비난과 교훈으로 뒤섞인 문장으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경영학적 기준을 들이댄다면, 성공 사례는 ‘어떤 원칙을 견지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겨운 가르침이 반복되고, 실패 사례는 ‘어떤 이론에 근거하여 무엇을 하면 안되는가’에 대한 평가로 재단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미 목차가 경영학 이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여주듯 학문적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회사가 파멸로 굴러떨어지거나 유명 기술자가 소송에 처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그저, 순간 순간의 오판 – 당시에는 분명 최선의 판단이었을 – 몇가지와 상황이 맞닥뜨릴 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 뿐이다. 저자는 이를 마치 ‘탐사보도’에 몰입한 기자처럼 그저 최대한 자세히 묘사한다. 이는 중요한 경영사례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생각의 여유를 주는 크나큰 장점이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평가해보는 과정에서 경영 실무자의 감각이 트레이닝 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경영 이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정말 경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이 책을 접한다면 일견 불친절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서술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책은 근래에 보기드문 전문 실무자를 위한 사례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경영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도 서술된 정보를 샅샅이 검토하여 자신만의 해결방식 도출 및 이론에의 연결을 도출해본다면 책을 펼때마다 얻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깊이있게 만나고자 하는 독자는 반드시 원서를 함께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책의 곳곳에서 번역자조차도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