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투자 100년사 - 역사가 보여주는 반복된 패턴, 그 속에서 찾는 투자의 법칙
윤재수 지음 / 길벗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980년대 후반에 증권회사에서 나온 주식관련 서적을 처음 접했을 때, ‘상투와 같은 주식용어나 광화문 곰과 같은 과거 증권가의 전설 등을 읽으면서 주식의 세계에 흥미를 가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주식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가지 서적들을 섭렵하여왔으나, 딱히 주식 초보를 위한 좋은 입문서를 만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길벗에서 나온 대한민국 주식투자 100년사라는 서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주제를 공부할 때 해당 주제와 관련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던 터라 좋은 기획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주식과 증권시장의 역사를 이야기책 읽듯이 읽다보면 주식관련 기초적 정보가 맥락적으로 이해된다는 점입니다. 주식과 관련된 개념들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꽤 생소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단편적인 기술로 접하면 대체로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때도 앞뒤 사정을 알지 못하면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예컨대, 투자지표인 ‘PER’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이 책은 주가/예상순이익이라는 개념정의에 이어 ‘1992년 외국인에 대한 최초 직접투자 허용 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첫 번째 종목 선정 기준이 해당 종목의 PER’ 라는 도입 배경을 함께 설명해줌으로써 관련 개념의 중요성과 증권시장에서의 쓰임새를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다고 실전서의 성격을 갖는 이 책이 단지 증권시장의 역사적 흐름에 의한 이해만을 도모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경우 단순 명료한 개념정리와 주석을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 중요개념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인식되도록 도와줍니다. 310페이지부터 주식 투자기준인 ROE, PER, PBR, PSR 등의 개념을 마치 수험서의 형식처럼 깔끔하게 요약한 부분은, 이전의 내용에서 간혹 강조되던 관련 내용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넘어가게 해준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장점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사례 중심의 편집입니다. 책의 곳곳에 풍부한 그래프와 도표 등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인용해두었고, 해당 데이터와 직접 관련된 증권시장의 사례가 매 꼭지마다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읽어나가다 보면 주식의 초심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주식투자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지도받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장기간에 걸친 저자의 실무경력과 그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실질적 지침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458페이지 이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주식투자의 원칙론들이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단순히 이론적 설명으로 일관한 후 주입식으로 원칙을 강조하는 주식서적들과 비교할 때 이 책은 팩트에 대한 한 적절한 분석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주식투자의 원칙을 유도해내기 때문에 신뢰감이 배가됩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책은 주식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싶은 초심자는 물론이고, 이미 여러권의 주식서적을 읽어보고 실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다시금 읽어볼 것을 권해보고 싶은 양서입니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이들 중에서도 근현대 한국 경제와 관련된 미시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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