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론가 힘차게 달려가는 남학생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 띠지를 보면서 활기차고 명랑한 분위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시골에서 도시로 이제 막 상경한 어수룩해 보이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듯해 보이는 청년이 등장하는 모습에서 이상하게 맥이 탁하고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이유는 모르지만 청년은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어 보였고, 근면하거나 성실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교에 가니까 당연한 듯, 아무 생각도 없이 그리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도쿄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한 철부지 청년처럼 보였다.  이처럼 내가 본 요노스케의 첫인상은 그저 그랬다. 




《요노스케 이야기(2009.9.15. 은행나무)》는 대학에 다니기 위해 갓 도쿄로 올라온 요코미치 요노스케의 일 년 동안의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의 흔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요노스케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사람들, 요노스케와 저마다의 추억 한 가지씩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미래의 시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요노스케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요노스케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대학교 1학년생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요노스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요노스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요노스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요노스케를 특별한 사람으로 추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라고도 볼 수 있는 대학시절을 함께했던 고민과 걱정의 흔적들이 그들 가슴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노스케가 어떤 삶을 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가를 알게 되면서 그저 그랬던 그의 첫인상이 바뀌게 되었다.  요노스케를 비롯하여 그의 주변 인물들의 미래의 모습을 통해서 그들이 어떤 성장을 거쳤는지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으로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얼마든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와는 〈악인〉과 〈사랑을 말해줘〉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일본소설이 간직한 잔재미를 느끼도록 하여 준 작가 중 한 명이기에 내겐 특별하다.  그리고 이 작품 《요노스케 이야기》도 특별하게 기억 될 것 같다.  요노스케는 내게 걱정거리가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와 어깨를 다독거려 줄 것만 같은 친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서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간혹 주위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런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변화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결정한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었기에 더 충격을 받고 절망에 빠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괴로울까.  나는 그들의 심정을 힘들고 괴롭기만 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려오는 소식은 의외로 달콤하고 고소했다.  어라, 이거 뭐야, 원망과 실망으로 깊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내 걱정은 터무니없는 기우였단 말인가.  그 때 떠나간 사람들의 빈자리가 말하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떠나거나 남거나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진리, 그래서 원래 정해진 자리는 없다는 진리를 말이다.  그러니 낙담할 필요도, 절망할 필요도 없이 다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는 어렵지만 쉬운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2009.9.2 좋은인상)》의 출간소식을 접하였을 때, 평생 바이올린만 바라보았던 음악가가 손가락의 이상으로 더 이상 바이올린을 켤 수 없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크게 낙심했을까를 먼저 떠올렸었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마에스트라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기까지 어떤 장애물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의 절망과 또 다른 희망이 교차하는 힘든 결정의 시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에서는 바이올린과 함께 보낸 꿈같은 시절, 바이올린을 켤 수 없게 되어 부산시립교향악단에 사표를 제출하고 돌아 설 때, 그리고 먼 타국에서 바이올린 제작 공부에 힘썼던 시간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바이올린을 팔아야만 했던 사연 등 삶의 길은 『바이올리니스트』 하나라고 여겼던 시간들이 부서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바라보아야만 했지만, 또 다른 길을 찾아 용감하게 떠난 씩씩한 저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바이올린으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고, 바이올린을 켬으로 해서 느꼈던 행복을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게 된 저자의 멋진 행보도 접할 수 있다. 




자신을 「마에스트라」로 칭하는 걸 꺼려하는 겸손한 마에스트라,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장인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되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바이올린으로 태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참고 견뎠을 나무들처럼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음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황태자이며 전통적으로 유서가 깊은 합스부르크가의 왕위 계승자 루돌프 요제프가 17세 소녀와 동반 자살했다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하여 쓰여 진 책이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2009.9.24. 주영사)》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19세기 거대한 왕국의 황태자가 무엇이 아쉬워서 자살을 선택했을까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30대 황태자가 10대 소녀와 동반 자살했다는 역사는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기술하여 사실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소설의 형식을 빌려 황태자가 죽음으로까지 다다를 수밖에 없었던 전체적인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비엔나의 침울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황태자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책 전체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왕국이 될 오스트리아를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여야 하고, 나라 일을 결정하는 권한에서는 밀려나 있는 자신의 쓸모없는 처지에 점점 지쳐가고 좌절해 가는 황태자의 불안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개혁과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상황과 달리 과거와 비교해서 아무런 변화 없이 정지해있는 오스트리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루돌프의 심경도 그렸다.  그러다가 루돌프 황태자와 함께 동반 자살을 결심한 소녀 메리 베체라가 등장하는데, 황태자가 함께 자살할 것을 권유(?)했던 여성이 메리 베체라가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였다는 사실에서 두 사람의 동반 자살의 이유는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황태자에게는 단지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는지.  그리고 황태자와는 달리 메리 베체라는 황태자와 자신의 사랑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오래 기억되길 바랐던 욕심이 강하게 작용했던 건 아니었는지 짐작할 따름이다.  어쩌면 그들의 동반 자살의 진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인의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사연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은 누구나 궁금해 할 만큼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한다.  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거대한 왕국의 황태자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나 역시 황태자가 왜 10대 소녀와 동반 자살을 실행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서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할 것만 같은 사람이 어느 누구보다도 구속되어 있고 불행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의 평범함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 괜스레 미안해진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는 역사 속 인물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이야기하는 시리즈 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소문으로만 들어 넘겼던 일본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고, 일본소설의 매력에 빠진 시간이 짧아서인지 아직도 접하지 못한 작가와 작품이 접한 작가와 작품보다 여전히 많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 《가스미초 이야기(2009.9.18. 바움)》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문구 때문에 관심이 간 작품이다.  왜냐하면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을 읽을 때면 이상하게도 타인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과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거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나의 경험인양 가슴 저림이 느껴져 짜릿함과 후련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어서 즐겨 읽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의 첫 장, 첫 문장인 『가스미초라는 지명은 이미 도쿄의 지도에서 사라졌다. p9』를 눈에 담는 순간 작품 전체에서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추억과 향수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기분이 들뜨기까지 했다.    




이 소설은 여덟 편의 단편이 《가스미초 이야기》라는 하나의 제목으로 이어져있는 작품이다.  즉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가스미초에서 보냈던 시절의 ‘나’의 기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스미초에서의 ‘나’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진 게 아니라, 내가 생겨나기 이전의 가스미초의 이야기, 즉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간이 담겨진 소설이기도 하다.  비록 가스미초라는 지명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지라도 가스미초에서의 삶의 흔적은 지울 수 없는 따뜻한 기억으로 추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던 이유가 바로 가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덟 편의 단편 중에서도 백미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옛사랑인 노신사를 만나고, 할아버지로부터 할머니와 노신사의 사랑을 전해 듣는 손자인 ‘나’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애틋함이다.  이해할 수 있을 듯, 이해할 수 없을 듯, 어렵기만 한 할아버지의 마음을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마음이 정답고 다정하다. 




한때 일본소설에 대한 감정이 부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다.  일본소설은 지루하거나 자극적이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천천히,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나서 그 벽이 더 얇아졌음을 나는 느낀다.  이번 기회에 아직 읽지 못한 아사다 지로의 또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코맥 매카시의 소설 《국경을 넘어(2009.7.24. 민음사)》는 〈모두 다 예쁜 말들〉로 시작하는‘국경 3부작’중에서 2부에 해당한다.  2부의 시작은 소년이 늑대를 잡기 위해 덫을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소년은 잡은 늑대를 멕시코로 돌려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국경을 넘게 된다.  그 후로도 소년은 몇 차례 더 국경을 넘는다.  소설의 큰 틀은 소년이 국경을 넘는 행위를 통해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삶’을 경험하게 되는, ‘소년’에서 ‘그’로 변하는 ‘빌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빌리와 소년 그리고 그가 모두 동일인물인 것과 같이 소설 속 인물은 타인이 아닌 책을 읽는 독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국경을 넘어」는 단순히 미국에서 멕시코로, 혹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좀 더 포괄적이고도 상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인생의 갈림길을 뜻하는 것이다.




소년은 늑대의 발자국이 멕시코에서부터 이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늑대는 국경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젊은 주인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그가 한 말은, 늑대가 뭘 알든 모르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며, 늑대가 국경선을 건넌 것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국경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p158




여기 온 게 이번이 세 번째죠.  그런데 이제야 처음으로 찾던 것을 찾아냈어요.  하지만 그게 내가 정말 원하던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p550




소설의 처음에서 『국경』은 실체는 없지만 문이 없으면 통과할 수 없는 단단한 벽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리고 소설 전체에서 그 『벽』을 넘어설 때마다 어긋나고 헤매고 혼란스러워지는 한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국경을 넘는 것은 선택이 전제되는 행위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모든 경험을 선택할 기회는 없다.  즉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선택 후의 결과는 오로지 혼자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게 바로 우리의 삶인 것이다.  독자는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즉, 타인의 삶의 행보를 통해 이런 이치를 절절히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단지 힘겹고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소설에서는 희망의 빛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로드>에 이어 《국경을 넘어》로 세 번째 읽는다.  세 편 모두 코맥 매카시만의 흡입력 있는 문장 덕분에 쉽게 읽히지만, 소설에 집중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낀다.  그래서 감정이입 시키기가 힘들다.  타인의 삶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소설 속 가상의 세계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하게 된다.  이런 마음이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다행이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좋아한다.  《국경을 넘어》 후속작인 《평원의 도시들》도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