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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 Haeunda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재난영화로는 아마도 영화 <해운대>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거대한 해일이 피서객이 몰려 있는 혼잡한 해운대를 덮친다는 스토리는 상상하기도 싫은 무서운 사건이 분명하다. 이 영화는 2004년 거대한 쓰나미가 동남아를 덮쳤을 때를 착안하여서 만든 영화이다. 당시 아는 동생이 신혼여행으로 그곳에 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영화는 분명히 가상이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겪었을 고통과 슬픔은 남의 일이 아닌 듯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부분의 재난영화에는 극과 극의 표정이 머문다. 위험을 예고하는 자의 걱정스런 표정과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표정이다. 영화 <해운대>에도 스토리의 대부분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위험을 예고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관측되고 이를 경고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걱정 어린 표정을 보여준다. 해일이 닥칠 것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무심하고 짜증이 담긴 표정과 해운대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바라보면서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교차하면서 앞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영화 <해운대>에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한 가지씩 아픔을 가슴에 묻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아픔은 쓰나미가 덮치는 위험천만의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너무 아파서 잊을 수 없었던 고통이 아주 사소한 것으로 변해버린다. 죽음 앞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주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영화 <해운대>에서 펼쳐진다.
영화 <해운대>는 분명히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앞으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는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기에 두려운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내 힘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는 자연 재앙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해운대>는 웃음이 있고 감동이 있고 그리고 깨달음이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