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소문으로만 들어 넘겼던 일본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고, 일본소설의 매력에 빠진 시간이 짧아서인지 아직도 접하지 못한 작가와 작품이 접한 작가와 작품보다 여전히 많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 《가스미초 이야기(2009.9.18. 바움)》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문구 때문에 관심이 간 작품이다.  왜냐하면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을 읽을 때면 이상하게도 타인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과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거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나의 경험인양 가슴 저림이 느껴져 짜릿함과 후련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어서 즐겨 읽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의 첫 장, 첫 문장인 『가스미초라는 지명은 이미 도쿄의 지도에서 사라졌다. p9』를 눈에 담는 순간 작품 전체에서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추억과 향수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기분이 들뜨기까지 했다.    




이 소설은 여덟 편의 단편이 《가스미초 이야기》라는 하나의 제목으로 이어져있는 작품이다.  즉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가스미초에서 보냈던 시절의 ‘나’의 기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스미초에서의 ‘나’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진 게 아니라, 내가 생겨나기 이전의 가스미초의 이야기, 즉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간이 담겨진 소설이기도 하다.  비록 가스미초라는 지명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지라도 가스미초에서의 삶의 흔적은 지울 수 없는 따뜻한 기억으로 추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던 이유가 바로 가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덟 편의 단편 중에서도 백미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옛사랑인 노신사를 만나고, 할아버지로부터 할머니와 노신사의 사랑을 전해 듣는 손자인 ‘나’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애틋함이다.  이해할 수 있을 듯, 이해할 수 없을 듯, 어렵기만 한 할아버지의 마음을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나’의 마음이 정답고 다정하다. 




한때 일본소설에 대한 감정이 부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다.  일본소설은 지루하거나 자극적이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천천히,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나서 그 벽이 더 얇아졌음을 나는 느낀다.  이번 기회에 아직 읽지 못한 아사다 지로의 또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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