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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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이틀 정도 걸릴 거리에 도달했을 때, 높다란 나무에 다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나서서 무슨 일 때문에 그토록 혹독한 벌을 받고 있느냐고 물어보자, 그들은 객지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을 속여서 가본 적도 없는 곳과 겪은 적도 없는 일을 꾸며서 들려주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엄격히 사실대로 말해주는 것보다 더 큰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p204)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2010.2.3. 인디북)》은 이백 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고 작은 책이지만, 그 안에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온갖 허풍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단 한 장을 넘겼는데도 뮌히하우젠 남작의 허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기발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을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그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허풍 중에서도 가장 어이없었던 부분은 바로 남작 자신이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엄격히 사실대로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정말로 우습지 않습니까.  얼굴이 두껍다고 해야 할까요.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허풍선이 남작」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이란 사실은 몰랐었습니다.  이 사실이 바로 내가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을 읽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그가 실존 인물이란 사실이 놀라웠거든요.  이 책의 주인공 뮌히하우젠 남작은 18세기 독일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생존 당시부터 터무니없는 사냥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담가, 재미있는 만담가라는 지역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 들어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인데 18세기에는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절레절레 흔들어집니다. 

 

뮌히하우젠 남작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두 사냥이나 모험 중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사냥을 하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곰의 입속으로 하나의 부싯돌을, 항문으로 또 다른 하나의 부싯돌을 던져 곰의 몸속에서 두 개의 부싯돌이 부딪혀서 불길이 일어나 무시무시한 곰을 물리쳤다는 모험에서부터, 남작도 모르는 사이 늑대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너무 바짝 다가와서 무의식적으로 늑대 입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늑대의 내장을 움켜쥐고 장갑을 벗듯이 훌렁 까뒤집어 늑대를 잡았다는 모험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줄지어 소개되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농담이나 거짓말이라고 야유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남작은 용감하게 정신을 바짝 차려 우연한 기회를 나에게 유리하게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p42)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로알드 달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즐겨 읽곤 하는데, 로알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 또 감탄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로알드보다 한수 위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뮌히하우젠 남작입니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는 상상력 그 이상입니다.  상상력보다 더 높은 단계를 허풍이라고 할까요. (^^) 내일 회사에 가서 뮌히하우젠 남작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동료들에게 해 볼 생각입니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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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
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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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slam했다.  그것도 이제껏 당해 보지 못한, 그런 슬램.  바퀴가 트럭에서 날아가고, 트럭은 데크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5미터 공중으로 튀어 올라갔다가 그대로 벽돌 담장에 처박혔다.  여하간 내 심정은 그랬다.  긁힌 자국 하나 없이. (p215)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기술 등의 용어 중에서 보드에서 떨어지는 것을 뜻하는 slam은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자신이 slam했다고 말한다.  보드에서 떨어져 아주 심하게 벽돌 담장에 부딪혔다면 엄청난 상처를 입었겠지만, 실제로 slam한 게 아니었기에 몸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다.  하지만 주인공 샘에게 닥친 현실은 보드에서 튕겨져 나간 뒤 공중으로 5미터 튀어 올라갔다가 벽돌 담장에 처박혔을 때보다 더 엉망이어서 마음이 아프고 불안했던 게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닉 혼비의 소설 《슬램SLAM(2010.2.3. 미디어2.0)》은 열여섯을 코앞에 둔 열다섯 살 소년 샘의 독특한 성장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의 주인공 샘 존스는 열다섯 살로 서른두 살의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진다고?  아, 그 이유는 짐작이 간다.  서른두 살의 엄마에게 열다섯 살의 아들이 있기 위해선 몇 살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를 재빨리 계산해 내야 하기 때문이리라.  열일곱이 채 못 되어 결혼을 한 엄마는 샘을 낳았다.  집안 식구들은 샘만은 제때 학교 졸업장을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인물이 되길 원한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샘이 열여섯에 아빠가 된다니.




소설의 처음은 샘이 앨리시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자친구를 사귈 마음이 없던 샘은 앨리시아와 함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앨리시아와의 관계가 시들해져버렸고 거리를 두기 시작할 때 앨리시아가 임신했을 가능성을 비추었고, 샘은 너무 놀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쳐버린다.  내 인생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좌절하고, 엄마에게 어떻게 말해야할까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의 우상 토니 호크가 재주를 부렸을까, 샘은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떨어진다.  처음으로 미래에 떨어졌을 때 샘은 아이 아빠가 되어 있었고, 앞으로 동생이 태어날 예정이란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다시 미래로 떨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샘은 점점 성숙해진다.




앨리시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나는 내 생각만 했다.  내 삶이 어떤 식으로 뒤죽박죽이 될지, 엄마랑 아빠는 뭐라고 할지, 그런 것만 걱정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루프가 차도로 뛰어들지 못하게 막아도 봤고, 보건소에서 아픈 아이들을 떼거지로 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가 공원에서 부딪힌 사연을 듣고 나서는 나에 대한 걱정에서 졸업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P231)




부모가 된다는 사실은, 누군가를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보살피기도 힘겹다고 느끼는 삶에서 두려움과 불안함을 더욱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인도 그럴진대 하물며 십대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하지만 이 소설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삶의 일부분이라는 진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준다.  《슬램SLAM》은 소년의 불안한 마음을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소년이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떠밀려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들과 자신과는 터울이 많이 난 여동생을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인정하게 됨을 보여준다. 




닉 혼비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낯설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처럼 술술 미끄러져가는 듯 읽히는 작품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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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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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역사는 둘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는 관계다.  인류의 살아온 길이 역사이고 그 역사 속에서 인류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가 사실이리라 알고 그렇게 믿고 있는 지식 중에 과연 진실은 몇 퍼센트나 될까.  역사를 잘못 인지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역사적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으로 정확한 고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사극에서의 역사적 왜곡을 꼽을 수 있다.  흥미를 위해 가미된 양념이 무엇인지, 사실과 뒤바뀐 부분은 무엇인지를 판단하면서 감상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모두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스스로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사 오류 사전(2010.2.15. 연암서가)》은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세계사 오류 사전》은 비폭력 평화주의자로 존경받는 간디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내용 모두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 다른 사람이 찾아낸 것을 가공한 내용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갈릴레오 갈릴레이, 드라큘라, 밀레 등과 같은 이야기는 이미 들은 적이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머리말에서 누군가가 밝혀 낸 역사의 오류들을 촘촘히 정리해서 엮었다고 말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그림형제의 동화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의 앞부분이 삭제되었다는 내용으로부터,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신지 않았다는 내용, 조작된 다비드의 그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이오지마 전투에서 성조기 게양은 연출극이라는 사실 등 수많은 흥미로운 역사의 진실을 수록하고 있다. 




《세계사 오류 사전》은 하루나 이틀, 즉 짧은 시간에 독파할 책이 아니다.  비록 한 가지 오류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모아져있는 구성이 책을 빠르게 읽어내려 갈 수 있도록 만들지라도 시간 날 때마다 가끔 들여다보기에 좋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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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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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도서목록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케이프타운의 볼더 비치에는 펭귄의 서식지가 있는데, 얼음의 나라에서만 살아가리라 여겼던 펭귄을 태양의 나라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었다.  그 책 덕분에 나는 남아프리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2010.1.20. 생각의나무)》의 소개 글을 읽으면서 약간 어리둥절한 상태에 빠졌다.  인종차별이나 남아공의 앨커트래즈로 알려져 있다는 로벤섬의 존재는 평화로움과 달콤함이 떠오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뭔가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될 것만 같은 느낌에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을 쳤다.




케이프타운 해변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앞바다에 위치한 바위섬 로벤섬은 수백 년 동안 남아공의 여러 정권이 자신들에게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려오던 곳이다.  로벤섬은 범죄자를 가둬두던 감옥이 되었다가 나병 환자나 정신병자 등을 격리시키는 곳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들어서면서 넬슨 만델라 등의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로벤섬에 설립되었던 마카나축구협회(MFA)의 경이로운 역사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로벤섬에서 축구를 했고, 이후 남아공의 지도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며(p18-19), 로벤섬에 가둬진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대항했던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어 자신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체험하도록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남아공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에게 얼마만큼 가혹하고 잔인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도 남아공에서의 인종 간 차별정책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로벤섬으로 끌고 갔는데, 한창 활발하게 일을 해야 할 젊은이들이 바위섬에 갇혀 인간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흑인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먹을 것에서부터 입을 것, 심지어 몸을 뉘어 쉴 곳조차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곳에서 십년이상의 형을 살아야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1967년 12월 초, 3년간의 끈질긴 요구 끝에, 매주 토요일 30분 동안 축구하는 것을 허가받기에 이른다(p99).  1961년과 1964년에 남아공은 피파로부터 백인으로만 구성된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 당하는데, 1960년대부터 거의 30년 동안 국제 축구경기에 초대받지 못했다(p95)고 한다.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남아공에 공식적, 공개적으로 스포츠에서의 모든 인종차별을 중단할 것을 촉구(p95)하기도 했지만,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이를 수정할 의사는 없었고 단지 외부에는 현실과 다르게 포장하여 노출시키려고만 했을 뿐이다.  책 표지에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얼굴이 지워져 있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축구를 하면서 로벤섬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마카나축구협회(MFA)와 리그 운영 등 그들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축구를 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열악하다고 해도 될 만큼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던 그들에게 어디서 그러한 용기와 열정이 나와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는지 존경심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책은 이를 통해 축구가, 아니 모든 스포츠가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가치를 가르치며, 인격을 형성시킨다(p342)는 값진 진실을 깨닫도록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2010년 월드컵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남아공이 더욱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일들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용감하고 위대한 사람들을 알지 못했으리라.  세상에는 아름답다고 칭하여 질 많은 것들, 많은 일들이 있음에 놀랍고 감탄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축구(스포츠)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이 성공리에 개최되길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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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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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의 출간소식을 듣고선 어떤 작품이 수록되었는지 궁금해서 훑어보다가 총 스무 권으로 만들어진 열다섯 작품 중에서 이미 읽은 작품이 단 한 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2010년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한 달에 한 편씩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다.  그나마 읽은 한 편도 책으로는 아주 오래 전에 읽었고 영화로 몇 년 전에 보았었기에,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영화 속의 몇몇 장면뿐이라는 데에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러던 차에 스탕달의 《적과 흑 1,2 (2009.12.15.문학동네)》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셈이 되었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주인공 쥘리앵 소렐의 비극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삶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베리에르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은 당장 급한 밥벌이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섬세한 소년이다.  쥘리앵은 프랑스 외딴 섬에서 태어나 황제자리에까지 오른 나폴레옹을 흠모하면서 자신 또한 나폴레옹처럼 영웅이 되지 못할 법은 없다는 신념으로 그의 모든 가치를 출세와 성공에 두는, 곱고 여린 외모와는 다르게 치밀하고 신중한 소년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쥘리앵은 레날 시장의 집으로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레날 부인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작은 도시에서 쥘리앵과 레날 부인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비밀로 간직될 수 없었다.  쥘리앵은 그 일로 베리에르를 떠나 브장송이라는 도시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신학교를 다니게 된다.  신학교에서 피라르 사제의 눈에 든 쥘리앵은 우여곡절 끝에 라 몰 후작의 비서로 채용되어 파리로 떠나게 된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 신부가 되고자 했던 쥘리앵은 라 몰 후작의 딸 마틸드와 연애를 하면서 더 큰 야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마틸드와의 결혼 직전 레날 부인의 편지 한 장 때문에 결혼이 무산되자 쥘리앵은 레날 부인에게 총을 발사한다. 




《적과 흑》은 실제로 스탕달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했던 두 건의 치정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이야기의 주된 뼈대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해도 될 듯싶다.  그러나 단지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했다면 《적과 흑》이 명작으로 남지 못했을 성싶다.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은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 청년의 삶을 조명한다.  나폴레옹을 흠모하며 부르주아를 경멸했던 프랑스 민중의 소리를 대변한다.  그리고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과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소설을 접할 때면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적과 흑》을 읽으면서 마지막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제목에 관한 것이었는데, 「해설」에서 그 의문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나는 작년에 명작이라 불리는 한 편의 고전을 읽으면서 참으로 힘겨웠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적과 흑》도 꼭 읽고는 싶었지만 읽어내기가 쉽지 않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감기는 눈꺼풀을 원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만큼.  《적과 흑》은 읽기를 한 번에 그칠 작품이 아니다.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될 것만 같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어떤 작품을 읽어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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