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
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 역시 slam했다.  그것도 이제껏 당해 보지 못한, 그런 슬램.  바퀴가 트럭에서 날아가고, 트럭은 데크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5미터 공중으로 튀어 올라갔다가 그대로 벽돌 담장에 처박혔다.  여하간 내 심정은 그랬다.  긁힌 자국 하나 없이. (p215)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기술 등의 용어 중에서 보드에서 떨어지는 것을 뜻하는 slam은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자신이 slam했다고 말한다.  보드에서 떨어져 아주 심하게 벽돌 담장에 부딪혔다면 엄청난 상처를 입었겠지만, 실제로 slam한 게 아니었기에 몸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다.  하지만 주인공 샘에게 닥친 현실은 보드에서 튕겨져 나간 뒤 공중으로 5미터 튀어 올라갔다가 벽돌 담장에 처박혔을 때보다 더 엉망이어서 마음이 아프고 불안했던 게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닉 혼비의 소설 《슬램SLAM(2010.2.3. 미디어2.0)》은 열여섯을 코앞에 둔 열다섯 살 소년 샘의 독특한 성장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의 주인공 샘 존스는 열다섯 살로 서른두 살의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진다고?  아, 그 이유는 짐작이 간다.  서른두 살의 엄마에게 열다섯 살의 아들이 있기 위해선 몇 살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를 재빨리 계산해 내야 하기 때문이리라.  열일곱이 채 못 되어 결혼을 한 엄마는 샘을 낳았다.  집안 식구들은 샘만은 제때 학교 졸업장을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인물이 되길 원한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샘이 열여섯에 아빠가 된다니.




소설의 처음은 샘이 앨리시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자친구를 사귈 마음이 없던 샘은 앨리시아와 함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앨리시아와의 관계가 시들해져버렸고 거리를 두기 시작할 때 앨리시아가 임신했을 가능성을 비추었고, 샘은 너무 놀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쳐버린다.  내 인생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좌절하고, 엄마에게 어떻게 말해야할까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의 우상 토니 호크가 재주를 부렸을까, 샘은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떨어진다.  처음으로 미래에 떨어졌을 때 샘은 아이 아빠가 되어 있었고, 앞으로 동생이 태어날 예정이란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다시 미래로 떨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샘은 점점 성숙해진다.




앨리시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나는 내 생각만 했다.  내 삶이 어떤 식으로 뒤죽박죽이 될지, 엄마랑 아빠는 뭐라고 할지, 그런 것만 걱정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루프가 차도로 뛰어들지 못하게 막아도 봤고, 보건소에서 아픈 아이들을 떼거지로 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가 공원에서 부딪힌 사연을 듣고 나서는 나에 대한 걱정에서 졸업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P231)




부모가 된다는 사실은, 누군가를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보살피기도 힘겹다고 느끼는 삶에서 두려움과 불안함을 더욱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인도 그럴진대 하물며 십대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하지만 이 소설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삶의 일부분이라는 진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준다.  《슬램SLAM》은 소년의 불안한 마음을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소년이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떠밀려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들과 자신과는 터울이 많이 난 여동생을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인정하게 됨을 보여준다. 




닉 혼비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낯설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처럼 술술 미끄러져가는 듯 읽히는 작품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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