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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읽은 도서목록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케이프타운의 볼더 비치에는 펭귄의 서식지가 있는데, 얼음의 나라에서만 살아가리라 여겼던 펭귄을 태양의 나라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었다. 그 책 덕분에 나는 남아프리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2010.1.20. 생각의나무)》의 소개 글을 읽으면서 약간 어리둥절한 상태에 빠졌다. 인종차별이나 남아공의 앨커트래즈로 알려져 있다는 로벤섬의 존재는 평화로움과 달콤함이 떠오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뭔가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될 것만 같은 느낌에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을 쳤다.
케이프타운 해변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앞바다에 위치한 바위섬 로벤섬은 수백 년 동안 남아공의 여러 정권이 자신들에게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려오던 곳이다. 로벤섬은 범죄자를 가둬두던 감옥이 되었다가 나병 환자나 정신병자 등을 격리시키는 곳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들어서면서 넬슨 만델라 등의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로벤섬에 설립되었던 마카나축구협회(MFA)의 경이로운 역사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로벤섬에서 축구를 했고, 이후 남아공의 지도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며(p18-19), 로벤섬에 가둬진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대항했던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어 자신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체험하도록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남아공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에게 얼마만큼 가혹하고 잔인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도 남아공에서의 인종 간 차별정책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로벤섬으로 끌고 갔는데, 한창 활발하게 일을 해야 할 젊은이들이 바위섬에 갇혀 인간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흑인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먹을 것에서부터 입을 것, 심지어 몸을 뉘어 쉴 곳조차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곳에서 십년이상의 형을 살아야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1967년 12월 초, 3년간의 끈질긴 요구 끝에, 매주 토요일 30분 동안 축구하는 것을 허가받기에 이른다(p99). 1961년과 1964년에 남아공은 피파로부터 백인으로만 구성된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 당하는데, 1960년대부터 거의 30년 동안 국제 축구경기에 초대받지 못했다(p95)고 한다.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남아공에 공식적, 공개적으로 스포츠에서의 모든 인종차별을 중단할 것을 촉구(p95)하기도 했지만,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이를 수정할 의사는 없었고 단지 외부에는 현실과 다르게 포장하여 노출시키려고만 했을 뿐이다. 책 표지에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얼굴이 지워져 있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축구를 하면서 로벤섬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마카나축구협회(MFA)와 리그 운영 등 그들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축구를 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열악하다고 해도 될 만큼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던 그들에게 어디서 그러한 용기와 열정이 나와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는지 존경심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책은 이를 통해 축구가, 아니 모든 스포츠가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가치를 가르치며, 인격을 형성시킨다(p342)는 값진 진실을 깨닫도록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2010년 월드컵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남아공이 더욱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일들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용감하고 위대한 사람들을 알지 못했으리라. 세상에는 아름답다고 칭하여 질 많은 것들, 많은 일들이 있음에 놀랍고 감탄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축구(스포츠)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이 성공리에 개최되길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