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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작년 말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의 출간소식을 듣고선 어떤 작품이 수록되었는지 궁금해서 훑어보다가 총 스무 권으로 만들어진 열다섯 작품 중에서 이미 읽은 작품이 단 한 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2010년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한 달에 한 편씩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다. 그나마 읽은 한 편도 책으로는 아주 오래 전에 읽었고 영화로 몇 년 전에 보았었기에,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영화 속의 몇몇 장면뿐이라는 데에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러던 차에 스탕달의 《적과 흑 1,2 (2009.12.15.문학동네)》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셈이 되었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주인공 쥘리앵 소렐의 비극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삶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베리에르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은 당장 급한 밥벌이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섬세한 소년이다. 쥘리앵은 프랑스 외딴 섬에서 태어나 황제자리에까지 오른 나폴레옹을 흠모하면서 자신 또한 나폴레옹처럼 영웅이 되지 못할 법은 없다는 신념으로 그의 모든 가치를 출세와 성공에 두는, 곱고 여린 외모와는 다르게 치밀하고 신중한 소년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쥘리앵은 레날 시장의 집으로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레날 부인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작은 도시에서 쥘리앵과 레날 부인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비밀로 간직될 수 없었다. 쥘리앵은 그 일로 베리에르를 떠나 브장송이라는 도시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신학교를 다니게 된다. 신학교에서 피라르 사제의 눈에 든 쥘리앵은 우여곡절 끝에 라 몰 후작의 비서로 채용되어 파리로 떠나게 된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 신부가 되고자 했던 쥘리앵은 라 몰 후작의 딸 마틸드와 연애를 하면서 더 큰 야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마틸드와의 결혼 직전 레날 부인의 편지 한 장 때문에 결혼이 무산되자 쥘리앵은 레날 부인에게 총을 발사한다.
《적과 흑》은 실제로 스탕달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했던 두 건의 치정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이야기의 주된 뼈대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해도 될 듯싶다. 그러나 단지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했다면 《적과 흑》이 명작으로 남지 못했을 성싶다.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은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 청년의 삶을 조명한다. 나폴레옹을 흠모하며 부르주아를 경멸했던 프랑스 민중의 소리를 대변한다. 그리고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과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소설을 접할 때면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적과 흑》을 읽으면서 마지막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제목에 관한 것이었는데, 「해설」에서 그 의문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나는 작년에 명작이라 불리는 한 편의 고전을 읽으면서 참으로 힘겨웠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적과 흑》도 꼭 읽고는 싶었지만 읽어내기가 쉽지 않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감기는 눈꺼풀을 원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만큼. 《적과 흑》은 읽기를 한 번에 그칠 작품이 아니다.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될 것만 같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어떤 작품을 읽어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