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홀리데이 (2013~2014년판, 휴대용 맵북)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3
이동미 지음 / 꿈의지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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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BANGKOK)이란 글자가 크게 프린트된 표지를 보고 집 안에서 나의 공간인 ‘방’‘콕’ 박혀서 보내는 휴가를 떠올렸을 만큼 내게 여행(특히, 해외여행)은 일상적이기 보다 특별하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길치, 방향치’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길거리를 돌아다녀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무작정 낯선 장소로 떠나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나도 심약하다. 그래서 나는 국외 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을, 아무런 계획 없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닌 오랜 고민과 치밀한 계획 후 떠나는 여행을 추구한다. 그렇다 보니 여행하고 싶은 도시는 점점 많아지는 것과는 달리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보면서 경험한 도시의 숫자는 점점 적어지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직접 떠나는 여행 대신 ‘책 여행’을 즐긴다.

 

《방콕(BANGKOK) 홀리데이(2013.09.23. 꿈의지도)》는 태국의 수도 방콕의 알짜배기 여행정보를 수록한 책이다. 여행지에서도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사이즈의 책에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풍부한 사진과 정보가 담겨있다. 제일 먼저 방콕에 도착했다면 반드시 봐야할 풍광들,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것들, 반드시 먹어야할 음식들을 모아서 소개한다. 가야할 곳, 해봐야 할 것, 먹어야할 음식들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골라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이어서 싱글여행, 가족여행, 신혼여행 등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의 여행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방콕 여행 일정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서 수록했다. 나처럼 여행에 익숙하지 않아 일정 세우는 것부터가 막막한 사람에게는 정말 유용한 정보다. 그리고 방콕의 즐길 거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방콕을 대표하는 축제, 섬 여행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등장하지만, 나는 ‘스파와 마사지’에 관심이 갔다. 요즘 어깨와 목 치료를 위해 물리치료를 다니고 있던 터라 ‘몸의 아쉬운 부위를 귀신같이 알고 꼼꼼하게 마사지해주는 왓포 마사지는 몇 번을 가도 아깝지 않은 곳(p.69)'이란 추천 글에 마음을 빼앗겼다. ’마사지‘의 유혹이 낯선 곳으로의 떠남의 두려움도 이겨내게 도와주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만큼.

 

예전에는 여행지에서의 잠자리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무엇을 보고, 먹을 것인가가 더 중요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잠자리가 편해야 전체적인 여행 일정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도 된 양 마음이 씁쓸하지만 현실은 그렇다. 그래서 방콕에서의 잠자리도 무척 궁금한 정보였다. 책에서 소개하는 호텔 종류는 다양하다. 호텔 고르는 팁도 수록되어 있는데, 여행 목적에 적합하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잠자리를 고를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다. 이외에도 《방콕(BANGKOK) 홀리데이》에는 태국의 수도 방콕을 여행할 때 꼭 필요한 정보가 가득 담겨있다. 방콕을 여행지로 선택한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서둘러 찾아온 찬바람이 단단히 여문 옷깃을 헤치고 들어와 온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지금, 나는 방콕의 마사지 숍으로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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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노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9
미셸 오스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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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가지지 않는 인간은 이미 존재가 아니며 또한 용납될 수 없는 존재다. p.371

 

프랑스 문학상 공쿠르 상의 1986년도 수상작인 《밤의 노예(2013.09.24. 문예출판사)》의 주인공 ‘필립 아르쉐’는 우유부단하다. 스스로 난 인생낙오자(p.61)라고 고백할 만큼 삶의 의욕이나 애정도 없으며 확실한 목표도 없다. ‘필립 아르쉐’는 자신보다 스물다섯 살 많은 어머니 ‘지제트’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들은 한때는 풍요로웠고, 현재는 풍요롭지는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은, 금전적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전쟁 중 독일인의 만행을 막기 위해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영웅, 아버지 ‘샤를르 에바리스트 위젠느’가 그와 그의 어머니 곁을 떠나면서 빌뇌브-르-르와 공장(일명 아르쉐 공장)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토니 소앙’도 함께 보내주었다.

 

마흔 살이 된 주인공 ‘필립 아르쉐’는 어머니 지제트와 정체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흡사 고인 물과도 같은 삶이다. 그런데 필립에게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고인 물도 시간이 흐르면 썩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과 같이, 필립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너져버릴게 뻔하다. 언제나 히스테리를 부리는 어머니 지제트와의 갈등 관계를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가 첫 번째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데만 급급했던 필립에게 여자친구인 ‘폴라 로첸’과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인가가 두 번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직을 원하는 토니 소앙을 대신해 아르쉐 공장을 맡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 필립은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엄마 지제트가 처음부터 쉽게 흥분상태에 빠지는 불안정한 성격은 아니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언니 지젤만을 사랑하는 부모에게 거부당했고, 사랑했던 친구 블랑세트의 무서운 죽음을 목격하였으며 급기야 남편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이 어머니를 어슴푸레한 자기 방에 혼자 칩거하면서 침묵과 히스테리로 일관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필립은 어머니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여자친구 폴라 로첸과의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필립 아르쉐는 영웅으로 그려 보았던 상상 속 아버지를 현실에서 만나려는 용기를 낸다. 아버지야 말로 그와 어머니의 현재를 있게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한 결심을 하기까지 필립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실세계가 아닌 환상 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 혼란스러움은 《밤의 노예》를 읽는 내내 나에게 지루한 시간과 궁금한 시간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가끔, 아니 자주 아무런 연관 없는 무의미한 생각의 조각들 혹은 상상의 조각들을 아무렇게나 나열해 놓은 느낌의 문장들이 끊임없이 계속될 때 나는 참을 수 없이 지루했다. 하지만 그 문장들, 문단들 그리고 페이지를 견딘 후에는, 반드시, 주인공이 왜 혼란스러워야했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어졌다. 바로! 이것이 소설 《밤의 노예》를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든 힘이다.

 

《밤의 노예》를 한마디로 어떤 작품이라고 요약, 정리하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척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필립 아르쉐’는 마지막까지 혼돈의 삶 속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루한 시간과 궁금한 시간을 오가며 읽느라 무척 고단했다. 이제는 책을 손에서 놓고 싶다.

 

희망을 가지지 않는 인간은 이미 존재가 아니며 또한 용납될 수 없는 존재다. 희망은 존재의 심층 깊숙한 곳에 박혀 있다. 희망이라는 내밀한 존재는 한순간 환상을 품게 만들고 그러고 난 후에는 분리되어 잘게 부수어져 결국 파괴되고 만다. 거기에는 목적이 없다. 어떤 희망을 경멸하게 되면 너 자신을 경멸하게 될 것이다.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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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 -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으로 소통하다
백승휴 지음 / 끌리는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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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쌀쌀해 진 공기 탓인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간절했다. 휴일 아침,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편하지만 가볍지 않고 설레지만 외롭지 않은, 그런 책이 필요했다. 그 때 마침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2013.09.24. 끌리는책)》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제목을 보고서 ‘외로움과 카메라’라는 두 매개체가 어쩐지 썩 어울리는 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중 카메라 프레임 속에 외로움을 달래 줄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 보니 ‘외로움과 카메라’의 조합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어있었다.

 

현재 우리 사회를 일컬어 ‘소통의 부재’의 시대라고 말한다. 소통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타인과 타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현대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책은 카메라 프레임 속에 풍광, 타인 혹은 나를 담는 행위에서 소통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타인의 작품(사진)을 바라보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해 보는 시간을 통해서 가능해 진다. 그리고 나 역시 사진을 찍고, 찍히는 행위는 스스로 자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소통이자 관계 맺기(p.131)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유 한잔 마신 뒤 거실 문을 열고 창문에 비치는 햇살을 맞으며 읽은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는 편안하면서도 외롭지 않은 책이었다. 주말 아침에 엉덩이가 무거운 나를 일으켜 세워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소통하는 재미를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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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따라하기
이기동 지음 / 프리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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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한 매체를 통해 어느 작가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게는 짧지만 강력했는데 바로 ‘굉장히, 많이, 너무, 조금’ 등과 같은 부사의 사용을 자재하라는 내용이었다. 읽는 이가 마주치게 되는 부사는 글쓴이가 의도한 정도와 다르게 느끼게 될 경향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글을 쓰면서 되도록 부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 받고, 인정받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쓴 글이 타인에게 어떻게 읽힐지 보다 내가 만족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감정이 더 커졌다. 부사의 사용을 자재하려는 노력도 이런 감정과 연결된 행동이다.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2013.9.9. 도서출판프리뷰)》는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따라 하기’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문 기사에서부터 기자회견, 사설 등과 같은 언론 보도와 관련된 글쓰기의 원칙과 훈련과정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언론문장은 무엇인지에서부터 출발해서 언론문장의 기본요건, 기사작성의 기초, 문장구조 등 기초적인 원칙을 알려준 다음 특집 기사, 연설문 기사, 인터뷰 기사 등 세분화된 언론문장의 특징적인 글쓰기 노하우까지 설명한다. 언뜻 보면 내가 즐기는 글쓰기 혹은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등과 같은 개인공간에 편하게 올리는 글과는 다른 분야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앞에 쓴 문장이 길다 싶으면 다음 문장은 분명히 짧게 써라. 이렇게 해서 리듬을 주라는 말(p31)'이나, '쉬운 어휘뿐 아니라 대상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는 정확한 어휘를 선택(p32)'하라는 요령, ‘쉼표를 남발하지 말고 복문보다는 단문 위주로 쓴다. 부사·형용사 사용을 피하고, 긴 문장은 가급적 피한다. 가능하면 짧은 문장으로 나누어 쓴다(p49)’와 같은 기초 원칙들은 언론문장뿐 아니라 간결하면서도 흡입력 있고 글의 요지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적용·가능한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글쓰는 사람의 자세, 즉 스스로 자신의 글을 비판하여 균형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지금보다 발전된 SNS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익혀야 할 자세가 이 책에 있다.

 

각종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잘 쓴 글’처럼 보이는 것보다 정확한 어휘, 간결한 문장으로 균형 잡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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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관상 1~2 세트 - 전2권 - 관상의 神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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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영화 [관상]의 재편집본을 기다리는 관객도 많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나는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가 개봉되면 소설을 먼저 읽은 뒤 영화를 보려고 한다.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글로 읽을 때 느끼는 감동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감동을 엇비슷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영화도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긴 추석 명절 때 가족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가 [관상] 뿐이어서 소설을 읽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향했었다. 영화 [관상]은 출연 배우들을 평가할 적당한 단어가 마땅치 않을 정도로 영화 속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능력에 감탄을 보낸다. 그러나 이야기 흐름이 전반적으로 입체적이지 못하고 밋밋했다는 느낌이 강해 인상적인 영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와 반대로 소설 《관상(2013.9.11. 도서출판책방)》은 ‘관상의 神’이란 부제가 달린 1권과 ‘궁극의 相’이란 부제가 달린 2권에서 촘촘하게 짜인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관상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미 시대극에서 여러 차례 흥미롭게 다루어진 바 있는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결이다. 그리고 호랑이를 닮은 김종서와 이리를 닮은 수양의 싸움에서 승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결론이다. 이런 뻔한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드는 소재가 ‘관상’이다. 사람들은 관상하면 얼굴을 떠올리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가 관상(1권-p.62)이다. 김종서를 호랑이를 흉내 낸 쥐새끼(1권-p.113) 혹은 호랑이상 중에서도 달밤 숲속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상(2권-p.128)이라고 표현하거나, 수양대군을 얼굴은 이리와 용의 상이었으나 그의 몸은 양의 몸, 하체의 생김이 양을 닮았는데 특이하게도 보폭은 용의 보폭(1권-p.259)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얼굴 생김새가 관상의 모든 것이라는 관점을 달리하게 만든다.

 

소설 《관상》은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묘사와 깊고 넓은 관상학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김내경의 스승 상학과 관상쟁이 김내경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말을 내 얼굴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몇 번씩 거울을 들여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영화와 소설에서 동시에 그려지는 쓸쓸한 결말 - 관상쟁이 김내경이 자신의 앞날과 아들 진형의 앞날은 알지 못해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모습 - 을 보면서 아무리 용한 관상쟁이라도 자신의 앞날에 닥칠 불길한 기운은 피해갈 수 없으니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순간순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것은 이리와 호랑이를 닮은 그들의 모습이다.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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