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원리 Vol. 1 - 원리편 국어의 원리
구자련 지음 / 다섯번째사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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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사회복지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직업 상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위해 3학년에 편입해서 올해 8월에 졸업했습니다. 당시 직장 일과 학업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휴식이나 기분전환이 아닌 ‘효율적인 글 읽기 방법’의 필요성이었습니다. 효율적인 글 읽기 방법이 간절했던 이유는 한 학기 동안 여섯 과목을 수강하면서 소화시켜야 할 자료가 각 과목 당 교수님께서 정해 준 전공 책뿐만 아니라 혼자서 읽어야 할 자료의 양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읽어야 할 자료는 반드시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알려준 정보와 연관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의 시간에 배우고 익혔던 정보와는 다른 자료, 즉 배경지식이 없는 다양한 자료를 정해진 시간 안에 읽은 뒤 그 안에 담긴 정보를 파악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서 찾아서 하는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된 점은 수확이지만 효율적인 글 읽기 방법에 대한 필요성, 궁금증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제 고민, 욕구를 해결할 수 없을까 이리저리 둘러보던 차에 《국어의 원리 Vol. 1 (2013.08.08. 다섯번째사과)》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배경지식이 없는 글도 텍스트의 원리를 알면 쉽고 빠르게 중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텍스트 자체를 보는 관점 변화가 필요하고, 논리문법(구조+논리 중심 독해 원리, 과정형 독해 원리)에 의해 객관적으로 텍스트에 담긴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훈련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이 책을 공부하면서 시간낭비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문법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어서 허무맹랑한 논리를 펼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논리문법 구성요소인 ‘1. 주고받음 2. 방향성 3. 순서지음’ 그리고 논리적 사고체계와 방향성, 방향성과 주고받음의 관계에 대해 학습한 뒤 중심내용 파악 과정이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를 앞에 두고 직접 펜을 들고 직접 더하기, 빼기, 화살표 등 사고의 방향성을 그리다 보니 저의 오래되고 절실한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충분하고 계속된 훈련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이 익숙해진다면 어떤 글이라도 쉽고 빠르게 중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예측한다는 것은 배경지식 측면의 내용이 아니라 사고의 유형을 예측하는 것이어야(p.151)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니까요. 간혹 낯선 인문서적을 읽을 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아 그냥 덮어버린 경우도 있었는데요. 다시 꺼내서 국어의 원리를 적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겠습니다. 독서, 독해 원리를 다룬 이론서 격인 《국어의 원리 Vol. 1》를 충분히 학습한 뒤 원리를 텍스트에 적용한 실전서인 《국어의 원리 Vol. 2》까지 마스터 한 뒤에 해도 늦지 않는 작업일 테니까요. 책 읽기가 더욱 더 풍성하고 즐거워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배경지식 중심의 글 읽기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키워드 간 관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즉, 독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제안 드리는 구조적, 논리적 글 읽기는 기억이 아닌 논리문법을 바탕으로 주어진 핵심어들의 관계를 해석하는 과정적이며 객관적인 글 읽기입니다. 이제 우리는 배경지식을 확인하는 키워드 중심의 독서가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고 기존의 지식을 보완하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추가할 수 있는 생산적인 글 읽기를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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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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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란 제목을 가진 소설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올 5월, 매일 퇴근하면서 듣는 ‘책 읽는 라디오 EBS,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낯선 일본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진행자의 멘트에 나는 ‘에이, 한동안 지루하겠구나.’라고 미리 짐작해 버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사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느릿하고 잔잔해서 지루할 것만 같은 문체지만 이상하게도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설을 누군가가 읽어주는 이야기로 귀를 통해 듣는 것과 내 눈으로 직접 읽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나중에라도 꼭 1권부터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시리즈 3권이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2013.8.30. 디앤씨미디어)》도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책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데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p.163) 비블리아 고서당 주인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자신은 책에 관해서 잘 모르지만 책 이야기를 할 때 빛나는 시오리코를 사랑하는 비블리아 고서당 수습직원 ‘고우라 다이스케’가 주인공이다. 시리즈 3권에서도 시오리코의 추리력은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책으로 얽힌 인연의 끈이 질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인연의 끈이 점점 더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활약과 더불어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건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4권의 책이다. 『민들레 소녀(로버트 F.영)』와 『체브라시카와 친구들(에두아르드 우스펜스키)』, 『봄과 아수라(미야자와 겐지)』 그리고 시오리코의 엄마, 시노카와 지에코가 집을 나갈 때 두고 간 책 『크라크라 일기(사카구치 미치요)』다. 나는 1장과 3장에서 등장하는 2권의 책이 무척 궁금해서 도서관 자료검색을 했더니 다행히 소장된 책이었다. 오늘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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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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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옴을 느끼지만 여전히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 탓에 움츠렸던 어깨를 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온 몸으로 받고 있노라면 이제 정말 봄이 다가 왔음을, 아니 다가오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마침내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는 새로운 문을 열고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것도 알게 된다.

 

1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재출간 된 신경숙의 단편소설집 《종소리(2012.12.20. 문학동네)》를 읽는 내내 나를 괴롭힌 것은 ‘나의 시간’에 관한 생각들이었다. 지금껏 나는 고여 있는 물처럼 살아왔다는 자책감, 변화에 대한 갈망을 애써 회피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괴로웠다. 무채색에 가까운 신경숙의 문체는 무기력한 나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추는 거울 같다고 느꼈고,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된 인물들의 쓸쓸함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섬뜩했다.

 

하지만 《종소리》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작품이거나, 읽어 내려가기조차 힘든 고난도의 지식이 필요한 작품이란 의미는 아니다. 작가의 바람대로 읽으면 읽을수록 모호해지기만 할 뿐. 나는 단지 작품 속에서 벽에 부딪쳐 힘겨운 내 모습과 닮은 인물들과 마주쳐 당황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깨닫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치와도 같이 소설 속에서도 그리고 나의 고민도 미래의 어느 순간, 모두 괜찮아 질까.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이번에 읽은 《종소리》가 두 번째다. 지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 중 눈에 들어오는 한 권은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인데, 멀지 않아 어쩌면 내게 신경숙 작가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로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분간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미루어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깊은 쓸쓸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밝은 이야기가 내게 필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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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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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2013.1.24. 문학동네)》를 읽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치지 않는 비’라는 제목에서 우울함, 좌절감 등등 내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무거운 상황이 예상되었는데, 내리는 비를 피하지 않고 무조건 온 몸으로 맞고 걷는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상상할 수 있기에 그 무거운 상황으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탈출하는지 그 과정을 확인하고 싶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열아홉 살이며 고3 학생이지만 학교를 가는 대신 아버지가 숨겨둔 돈을 챙겨 형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처음에는 무작정 우연히 잡지에서 본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형과 함께 한 여행길에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혹은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는 목사 등 사람들에게 간섭을 받는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과 달라진 것 없는, 견디기 힘든 하루가 계속된다(p.134).

 

어머니의 고향이면서 동시에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곳, 그리고 형을 하늘로 보낸 그 곳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형의 존재를 떨쳐버린 주인공 ‘나’는 형이 죽기 전날 마지막 통화에서 형에게 모질었던 자신과 너무 빨리 하늘로 가버린 엄마와 형과 자신을 따뜻하게 돌보지 않은 아빠를 용서한다. 이 모든 것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는 ‘비’와 같다는 사실을 여행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후기를 읽으며 내가 왜 이토록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게 힘겹게 느껴졌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작가가 숨겨 놓은 ‘거장들의 소설에 대한 오마주’를 찾지는 못했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 그 무언가를 쫓는 불안하면서도 막막한 길을 걷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조금은 어려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고 그 한계의 벽을 어떻게 뚫고 앞으로 나아가느냐가 미래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속 ‘나’는 드디어 홀로서기에 성공했지만 언제 또 다른 벽과 부딪치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가 봐야 하지 않을까(p.212). 지금 내게 내리는 게 비인지 아닌지는 가 봐야 아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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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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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2012.12.24. 내인생의책)》은 1947년 8월 14일 인도가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갈등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는 상황을 열세 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빌랄’은 암으로 생명이 다해가는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나라 인도가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는 소식을 숨기려고 한다. 사랑하는 조국이 종교적 갈등 문제로 나뉘어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고 이웃이었고 친구였던 사람들끼리 싸우고 다투는 현실을 건강을 잃은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더 큰 절망을 느낄 것을 걱정하여 결정한 일이다. 하지만 ‘빌랄’이 아버지의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빌랄’의 노력에도 아버지는 인도의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대륙이었던 인도가 두 개로 나뉘게 되고, 한 가족이었던 ‘빌랄’의 가정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형은 사라졌으며, 언제나 하나처럼 몰려다니던 ‘빌랄’의 친구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소년 ‘빌랄’이 빠르게 변해가는 불안한 인도의 상황을 아버지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은 눈물겹다. 형을 비롯해서 ‘빌랄’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웃 어른들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처음 세웠던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용감함을 보여준다. 또한 열세 살 아이는 자신의 거짓말이 점점 커지는 것을 힘겨워하지만 그것이 아버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소년 ‘빌랄’에게 아버지와 인도는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념 때문에 하나에서 둘로 나뉘게 된 우리나라도 이웃, 친구, 형제와 싸워 피를 흘렸다. 이러한 우리의 과거 역사를 되짚어볼 때 인도가 분리될 당시 ‘빌랄’이 목격한 상황이 얼마나 불안하고 위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열세 살 소년의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거짓이라고 할지라도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격려해 주고 싶다.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위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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