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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관상 1~2 세트 - 전2권 - 관상의 神 ㅣ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평점 :
영화 [관상]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영화 [관상]의 재편집본을 기다리는 관객도 많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나는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가 개봉되면 소설을 먼저 읽은 뒤 영화를 보려고 한다.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글로 읽을 때 느끼는 감동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감동을 엇비슷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영화도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긴 추석 명절 때 가족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가 [관상] 뿐이어서 소설을 읽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향했었다. 영화 [관상]은 출연 배우들을 평가할 적당한 단어가 마땅치 않을 정도로 영화 속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능력에 감탄을 보낸다. 그러나 이야기 흐름이 전반적으로 입체적이지 못하고 밋밋했다는 느낌이 강해 인상적인 영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와 반대로 소설 《관상(2013.9.11. 도서출판책방)》은 ‘관상의 神’이란 부제가 달린 1권과 ‘궁극의 相’이란 부제가 달린 2권에서 촘촘하게 짜인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관상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미 시대극에서 여러 차례 흥미롭게 다루어진 바 있는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결이다. 그리고 호랑이를 닮은 김종서와 이리를 닮은 수양의 싸움에서 승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결론이다. 이런 뻔한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드는 소재가 ‘관상’이다. 사람들은 관상하면 얼굴을 떠올리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가 관상(1권-p.62)이다. 김종서를 호랑이를 흉내 낸 쥐새끼(1권-p.113) 혹은 호랑이상 중에서도 달밤 숲속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상(2권-p.128)이라고 표현하거나, 수양대군을 얼굴은 이리와 용의 상이었으나 그의 몸은 양의 몸, 하체의 생김이 양을 닮았는데 특이하게도 보폭은 용의 보폭(1권-p.259)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얼굴 생김새가 관상의 모든 것이라는 관점을 달리하게 만든다.
소설 《관상》은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묘사와 깊고 넓은 관상학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김내경의 스승 상학과 관상쟁이 김내경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말을 내 얼굴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몇 번씩 거울을 들여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영화와 소설에서 동시에 그려지는 쓸쓸한 결말 - 관상쟁이 김내경이 자신의 앞날과 아들 진형의 앞날은 알지 못해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모습 - 을 보면서 아무리 용한 관상쟁이라도 자신의 앞날에 닥칠 불길한 기운은 피해갈 수 없으니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순간순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것은 이리와 호랑이를 닮은 그들의 모습이다.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