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암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의 시조라는 전설은 분명 허구일 것이다. 이렇듯 로마의 초기 역사의 시점이 어디서부터 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고대 로마 문명은 왕정에서 공화정 그리고 제정 시대를 거치면서 거대한 제국으로 발전을 거듭한다. 지중해 연안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로마 제국의 위상은 거대해졌고, 로마 제국의 문화와 역사는 서양 문화와 역사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이후 로마 제국이 멸망하였어도 지구상에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로마 제국이 존재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내가 처음 접한 로마 제국은 영화 「벤허」인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는데 영화광이었던 엄마의 양 손을 하나씩 나눠 잡고 동생과 함께 어두컴컴한 극장 안으로 들어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본 영화였고, 처음 접한 로마 제국의 모습이었는데 어린 내게 참으로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로마를 소재로 다룬 영화나 책은 무조건 사양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上·下(2012.1.10.추수밭)》는 내가 읽지 않고선 못 배길 정도로 궁금한 ‘책’임에 분명하지만, 작가가 스티븐 세일러이기에 특히 더욱 관심이 간 작품이다. <로마 서브 로사>로 이미 익숙한 작가이기에 그러하고, 로마 이야기에 한해서는 스티븐 세일러라는 작가를 신뢰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놀란 부분은 분명 로마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있던 점이다. 역사서의 대중화로 이해하기 쉬운 편안한 문체로 출간된 책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서 중에서도 소설화 된 책은 없기에 그러했다. 스티븐 세일러는 이미 알려진 로마 제국의 탄생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를 맛있게 버무려서 로마의 천 년의 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로 재탄생 시켰다.

 

선사시대 로마는 사람이 살지 않던 땅이었다.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역사는 이 땅에서부터 시작된다. 단지 소금장수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을 뿐인 그 땅에 시간이 흘러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최초의 로마 신 ‘파스키누스’인 황금 호신부의 계승자 포티티우스와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가 그 땅 위에서 만나게 된다. 스티븐 세일러는 암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신화가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어 로물루스가 로마의 왕이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즉 로마의 왕정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 스티븐 세일러는 《로마》에서 초기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하고 약 450년 간 지속된 공화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로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하나의 이야기로 쭉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모두 읽은 뒤에는 책 내용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된다. 이 책을 읽으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진짜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짜 로마의 역사를 재현해 내는 일을 스티븐 세일러가 해 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
로널드 애런슨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2011.7.25. 연암서가)》은 ‘20세기 프랑스 지성계의 두 거인 사르트르와 카뮈, 카뮈와 사르트르의 우정과 결렬 과정에 대한 재 탐사(p4)’의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여기서 재 탐사란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이 책이 두 사람의 관계를 다룬 첫 번째 저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사르트르와 카뮈의 관계를 조명한 저서가 얼마만큼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이 책이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도록 도운 첫 번째 책이다.  나는 지금까지 사르트르와 카뮈를 한 공간에 두고서 함께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우정과 투쟁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을 처음 접하였을 때 나는 두 인물의 만남과 헤어짐의 역사가 왜 이토록 중요하게 다루어지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타인과 만나 우정을 나누다가도 의견 충돌로 얼마든지 헤어질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사르트르와 카뮈의 만남과 헤어짐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존재적 가치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1943년 첫 만남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다.  그들의 우정이 쉽게 맺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작품을 통한 비판적 독서로 이미 가깝고 친숙해져 있었던 상태였다고 말한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각자의 글을 흠모했고 서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합을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념적인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지식인의 정치적 행동을 필요로 할 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 시작된 끈끈한 우정이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 원인이 되어 갈등을 유발시키고 급기야 대립 관계로 변질된 과정을 책에서는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서로 다른 철학, 사상은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으로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그들의 불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불화의 원인은 그들 각자가 지난 세기에 대립했던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발생한 전 세계사적 갈등을 구현하고 있었다. 비록 카뮈가 자본주의 진영에 전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사르트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 두 명의 논쟁 당사자는 종국적으로는 자신들이 각각 감당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한 세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p19




이름은 익숙하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아직 읽지 못한 나는 《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를 읽으면서 그들의 글이 더욱 더 궁금해졌다.  이후 사르트르의 작품을 읽을 때면 카뮈를 떠올리게 될 것이고, 카뮈의 작품을 읽을 때면 사르트르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끝끝내 화해하지 못했지만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논쟁사는 얽기고 설킨 복잡한 관계로 인하여 지루하게도 느껴졌지만 20세기 지성계의 두 거인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속으로 침투한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이란 감정은 참으로 오묘하다.  인간이 스스로 지켜야할 것은 명예 혹은 재산을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최우선은 생명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도 있듯이 명예나 재산을 모두 잃고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랑은 종종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빛을 향해 나는 습성 때문에 불 속으로 들어가는 불나방처럼 앞으로 자신의 인생은 어찌될지 예상하지 못하고 위험 속으로 돌진한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이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




심리스릴러 소설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2011.8.8. 해냄)》의 처음은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집으로 와야 할 약혼녀가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는 어느 남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라디오 스튜디오를 점령한 한 남자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정한 구호를 외치지 않을 경우 인질을 한 명씩 죽이는 ‘캐시 콜 게임’을 시작한다.  첫째 딸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이라는 이날 아침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지만 갑자기 터진 사건 현장으로 억지로 끌려오게 된다.  인질의 목숨을 위협하는 범인이 협상 전문가로 이라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미 죽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인질범의 요구는 처음에 묵살 당한다.  단순히 정신이상자의 이상행동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라는 얀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약혼녀 레오니의 사망에 뭔가 수상쩍은 낌새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게다가 둘째 딸 키티가 얀이 점령한 스튜디오 안에 있음을 알게 된 이라는 더더욱 레오니의 생존이 절실해진다. 




인질범과 인질들, 인질범과 협상 전문가의 관계 등 인질극을 벌이는 사건 현장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문장은 섬세하면서도 치밀하다.  겉으로 보기에 이 소설은 사랑하는 약혼녀 레오니를 찾으려는 한 남자의 절규와 첫째 딸 사라의 자살을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이라가 위험에 빠진 둘째 딸 키티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두 개의 이야기는 벗겨도 벗겨야 할 껍질이 계속 나오는 양파처럼 하나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분화를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난다.  사건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다. 




장르소설은 여름에 읽어야 제 맛이다.  나는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추리소설과 스릴러소설을 읽으며 무더위를 견뎠다.  그리고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읽기 시작한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는 약간 남아있던 더위를 싹 사라지게 만든 작품이다.  독일소설이라고 해서 딱딱한 문체의 글과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흥미로운 스토리에 감탄만 나온다.  올 여름에 읽어야 할 장르소설로 추천한다.  더위가 물러가기 전에 꼭 읽어보시길.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 명문가 고택 편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3
이용재.이화영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가끔 책을 읽다가 혼자 키득 키득 웃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슬며시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미소 짓는 잔잔한 웃음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쾌하고도 통쾌해서 가슴 속에서부터 웃게 되는 경우 말입니다.  아주 간혹 있는 일인데요.  웃음의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 때문이거나 어이없는 기발한 이야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 참으로 이상한 방식으로 웃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용재식 글쓰기’라고 말하면 아실런지요.  올 2월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1 - 이색박물관 편>으로 처음 접했던 ‘이용재식 글쓰기’는 마치 판소리에서 흥을 돋우며 장단에 맞춰 얼씨구! 를 외칠 때처럼 상황에 딱 들어맞는 설명이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 원 참’이라든지 ‘이제 막 가는 거죠’, ‘맞으면 나만 손해죠’ 등등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면서도 가벼운 농담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듯 하는 저자 이용재 만의 글쓰기 방식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3 -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2011.8.25. 도미노북스)》로 다시 ‘이용재식 글쓰기’와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고택답사도 무척 궁금한 부분이지만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감칠 맛 나는 그의 장단입니다.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3 -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는 21개 고택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는 ‘고택에서 빈둥거림’을 통해 ‘깨달음, 즉 나를 돌아보는 시간, 잊고 살던 것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고택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개괄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눈에 바로 입력되는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들은 고택에 숨겨져 있는 역사뿐만 아니라 한 걸음, 두 걸음 더 나아가서 고택과 연결되는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였습니다.  단순하게 고택과 관련된 특정 시대에 멈추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포괄적인 이야기는 ‘이용재식 글쓰기’ 덕분에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지루할 틈도 주지 않습니다.  진지하다 싶으면 웃음이 터지고, 웃다보면 우리 역사가 안타까워서 한숨이 나오고, 또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책에서 소개한 21개 고택을 모두 가고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경당’과 ‘낙선재’를 눈에 담고 싶습니다.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3 -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요.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2>가 벌써 출간되었답니다.  ‘건축가 김원 편’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정래의 작품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글 혹은 영상으로 이미 보고 들은 역사라서 낯설지는 않지만 내가 직접 체험한 역사가 아니기에 간절한 감정은 결여되어 있다.  그런데 소설로 그려진 역사와 마주치면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책 속에서 보여주는 시대적 상황과 주인공이 겪는 상황이 마치 내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느낌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지금의 풍요로움을 우리 민족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만들어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건전하고 정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남아 있어서 우리는 사회적 모순과 불평등,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와 마주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이 느낌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70년대의 서울 거리를 걸은 것과 같다고 할까.  아마도 누군가는 허구로 꾸며낸 이야기인 소설에서 너무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찾으려 한다고 타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정래의 작품은 우리 민족의 삶과 한을 고스란히 되살려 낸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비탈진 음지(2011.7.27. 해냄)》는 서울에서 칼갈이 장사를 하는 복천 영감이 주인공이다.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에 물 한잔 얻어 마시려고 들어간 구멍가게에서 공짜 물은 줄 수 없다는 계집애의 모진 말에서 서울 냄새를 맡고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는 복천 영감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마누라의 병 수발 때문에 논, 집 모두 팔아버리고 나니 죽을 때까지 머슴살이를 해도 갚을 수 없는 빚만 남았다.  마누라는 죽고 큰아들 영기는 돈 벌러 서울로 떠난 뒤 소식이 끊긴지 오래, 복천 영감은 건넛마을 홍 씨네 소를 빌려 장에 나가 판돈을 가지고 고향 마을을 도망 나온다.  서울로 올라 온 뒤 돈벌이 할 일거리를 찾으러 다니면서 복천 영감은 두려움을 느낀다.  집 짓는 곳에서 등짐 하는 사람들도, 시장에서 지게로 짐 나르는 사람들도 모두 패거리로 뭉쳐 자신들의 구역에 복천 영감이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무력에 복천 영감은 난생 처음 등골이 오싹해진다.  복천 영감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렵사리 다시 시작한 땅콩 장사에서 리어카를 통째로 도둑맞은 것이다.  훔친 소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시작했던 장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복천 영감은 자신이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 뒤 시작한 칼갈이 장사로 세 식구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매정하고도 쌀쌀맞은 서울 사람들에게 당하기 일쑤다.  다른 날보다 배 가까운 수입을 올린 재수 좋은 어느 날 복권을 사고 셈을 치르다가 돈을 빼앗긴 복천 영감은 도둑을 뒤쫓다가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비탈진 음지》는 다섯 개의 소제목으로 나뉜다.  ‘서울 냄새’로 시작해서 ‘그래도 내일’로 끝나는 소설은 복천 영감의 고단하고도 쓸쓸한 삶을 오롯이 보여준다.  또한 복천 영감의 삶 속에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상경할 수밖에 없었던 서민의 서글픈 삶이 투영되었다.  모두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니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 할 수 없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생각할수록 서럽고 원통한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은 죄진 일이 없이 어쩌면 그리도 가혹한 벌을 받는지 모를 일이었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닌데도 가난한 사람은 그리도 모진 설움과 학대를 벌로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p247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