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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
로널드 애런슨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7월
평점 :
이 책 《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2011.7.25. 연암서가)》은 ‘20세기 프랑스 지성계의 두 거인 사르트르와 카뮈, 카뮈와 사르트르의 우정과 결렬 과정에 대한 재 탐사(p4)’의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여기서 재 탐사란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이 책이 두 사람의 관계를 다룬 첫 번째 저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사르트르와 카뮈의 관계를 조명한 저서가 얼마만큼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이 책이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도록 도운 첫 번째 책이다. 나는 지금까지 사르트르와 카뮈를 한 공간에 두고서 함께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우정과 투쟁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을 처음 접하였을 때 나는 두 인물의 만남과 헤어짐의 역사가 왜 이토록 중요하게 다루어지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타인과 만나 우정을 나누다가도 의견 충돌로 얼마든지 헤어질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사르트르와 카뮈의 만남과 헤어짐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존재적 가치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1943년 첫 만남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다. 그들의 우정이 쉽게 맺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작품을 통한 비판적 독서로 이미 가깝고 친숙해져 있었던 상태였다고 말한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각자의 글을 흠모했고 서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합을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념적인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지식인의 정치적 행동을 필요로 할 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 시작된 끈끈한 우정이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 원인이 되어 갈등을 유발시키고 급기야 대립 관계로 변질된 과정을 책에서는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서로 다른 철학, 사상은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으로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그들의 불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불화의 원인은 그들 각자가 지난 세기에 대립했던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발생한 전 세계사적 갈등을 구현하고 있었다. 비록 카뮈가 자본주의 진영에 전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사르트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 두 명의 논쟁 당사자는 종국적으로는 자신들이 각각 감당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한 세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p19
이름은 익숙하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아직 읽지 못한 나는 《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를 읽으면서 그들의 글이 더욱 더 궁금해졌다. 이후 사르트르의 작품을 읽을 때면 카뮈를 떠올리게 될 것이고, 카뮈의 작품을 읽을 때면 사르트르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끝끝내 화해하지 못했지만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논쟁사는 얽기고 설킨 복잡한 관계로 인하여 지루하게도 느껴졌지만 20세기 지성계의 두 거인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속으로 침투한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