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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혁명, 세계를 구한 백신 - 면역과 백신의 메커니즘, 그리고 과학자들의 도전과 결실
전방욱 지음 / 이상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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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 :항원 단백질 대신 그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유전정보를 mRNA의 형태로 넣는 백신. 여기서 m은 메신저(전령) 입니다.

당신이 이 말 뜻을 정말로 이해한다면 인간의 과학기술의 경이로움을 느낄 것입니다. 이건 신의 경지입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상당히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어려운 책이라 이 원리를 설명하기가 참으로 난해했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볼께요.

포유류의 세포는 변형 여부로 자신의 RNA와 침입자를 구별하고 면역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세포는 어떻게 RNA의 변형여부를 구별할까요? 특정 RNA가 톨유사수용체3에 결합하는데, 톨유사수용체는 포유동물에서 감염에 대한 센서이며 면역반응을 담당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인정한 여성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카탈린 카리코입니다. 카리코는 톨유사수용체3,7,8이 RNA를 감지하고, 특히 톨유사수용체 7과 8이 뉴클레오티드 변형되지 않은 RNA에 비해 I-메틸슈도우리딘으로 변형된 RNA에 대해 현저히 낮은 면역반응을 나타냄을 발견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 몸에 바이러스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메세지를 보내야 하는데 자꾸만 차단당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몸이 아주 외부물질에 대해 완벽하게 거부합니다. 그런데 수없는 연구와 시도 끝에 그 완벽한 차단들을 뚫고 번역에 성공시킨 굉장한 성과인것입니다.

이제 키즈메키아 코벳의 차례입니다. 이 역시 젊은 여성과학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같은 부분을 아실겁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 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 후 융합하면서 감염과 복제가 이루어지는데, 백신이 면역반응을 나타내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반응이 잘 일어나야 합니다. 이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돌기의 유전구조를 밝혀내서 변이된 스파이크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최단기간 내에 백신 후보를 만들고 임상실험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하죠.

이렇게 완벽한 메세지를 담은 RNA를 이제 몸속에 투입합니다. 거부 반응도 피했고, 백신효과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 mRNA를 몸의 세포가 흡수를 안합니다. 1만개중 1개꼴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mRNA를 지질나노입자로 코팅을 하면 1000배나 발현이 향상됩니다. 이렇게 어렵게 인체 내 세포와 만나고 세포 분자 기구는 그 서열을 읽고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듭니다.

이 설명으로 놀랍지 않다면 제 설명이 부족한 것인데요, 이건 엄청난 기술입니다. 그래서 무섭기도 합니다. 인체에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설명서를 집어넣는 기술이 좋은 쪽으로 쓰이면 대박이지만 어떤 용도로 쓰일지가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그 mRNA 메세지가 아무리 우리를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한 항체를 만드는 것에 있다지만 모든 인체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부작용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고, 모든 통계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백신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조지오웰은 한 소년이 짐마차 모는 말을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영감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인간이 동물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에서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착취하는 모습을 본 것이죠. 이 엄청난 mRNA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까요?

아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전방욱 박사님이신데, 과학도서로 국내 저자의 서적을 산 건 처음입니다. 책 내용은 어렵지만 이 분의 다른 저서와, 번역하신 책포함 2권 더 샀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서 보셔도 좋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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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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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위인들의 전기를 보기 시작했는데 벌써 6권째다. 그중에서 일론 머스크가 가장 재미있었다. 이유는 아이러니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다른 위인들은 성공할 만한 자질이라든지, 어릴 적 부모의 영향이라든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일론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고 편도체가 발달한 무모한 사내자식들은 많지만 그들은 무모하기에 일찍 죽거나 다치거나 중독에 빠지거나 가정이나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모함의 끝판왕인 일론 머스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학과 물리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에 기초해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죽을 확률을 수없이 피할 수 있었고, 지금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뭘 알고 무모한 것과, 그냥 무모한 것은 천지차이이다.

무모한 장군이 명성을 떨치는 것과도 같다. 조심하는 장군은 업적을 내기 어렵다. 무모한 장군은 죽거나, 업적을 남기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늘 살 수 있는 선택만 해온 운 좋은 사나이 일론 머스크! 과연 운 때문이기만 할까? 간략하게 그의 어린 시절을 보자.

그는 어린 시절을 남아공에서 보냈다. 뺏거나 빼앗기거나 둘 중 하나의 전쟁터에서 늘 편도체가 발달한 상태로 살았다. 그래서 공감 능력이 없다. 사느냐 죽느냐의 환경에서 장기간 노출되면 전 전두엽 피질이 발달하지 못해 타인의 감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다. 동생 킴벌이 그렇듯이)

게다가 아버지는 다중인격 장애잔데, 친절하다가도 갑자기 사납게 돌변해 자식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이 환경은 언제 혼날지 모르는 불안을 견딜 수 없어하는 일론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론은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에 오히려 불안을 느끼고, 스스로 전쟁 같은 상황을 만들어 밤새 일하기를 즐겼다.

그래서 그는 1조 달러 규모의 테슬라뿐만 아니라 1천억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 X, 도시 터널을 건설하여 교통체증을 분산하는 보링 컴퍼니,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회사까지 만들고 거기서도 모자라, 트위터까지 인수하고, 인공지능 회사 X.AI까지 운영한다.

이건 인간이 아니다. 초인간도 모자라 초사이언인이다. 당연히 그는 수면시간도 늘 모자라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역경으로 빚어진 그는 자신을 몰아붙여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그의 감정은 그의 일에 방해만 될 뿐이다. 모든 사람이 감정을 돌보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일론이 그랬다면 테슬라나 스페이스 X라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일론은 인류가 핵 전쟁으로 멸망해 인간 의식이 우주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화성이주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AI가 고도로 발달해 인간종을 멸망시킬 것도 걱정해서 친인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애쓴다. 일론은 결국 자기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늘 부정당한 자신의 존재를...

그렇게 보면 그의 아버지는 일론이라는 캐릭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데에 공헌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개차반인 아버지이고, 자식을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 일론은 정말 몇십억 분의 확률로 나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 평범하지 않은 특출난 캐릭터에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난 다섯 가지로 소개해 본다.

[일론 머스크에게 배울 수 있는 5가지]

1.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진정으로 신경을 쓰는 것.
일론은 본인의 정신적 문제를 인정은 했지만 병원을 찾진 않았다. 위와 같이 여기고 일에만 전념했다. 사실 이 방법은 좋다고만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원하는 바를 실행시키고 싶은 이들에겐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라.
모든 요구사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나와야 한다. 부서에서 나온 요구사항은 무시하고 실제 인물의 이름을 알고 그다음 의문을 제기하라고 한다.

3. 동지애는 위험하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이 책임자라면 동료나 후임들에게 인기가 많으면 안 된다고 한다. 까다롭고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로켓을 만드는 건 물리학이지 인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4. 틀려도 괜찮다.
다만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5.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은 제품이 아니다.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제품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일론은 계획이 더 크다. 그 제품을 전 세계로 납품하려면 당연히 생산라인의 효율성이 중요해진다.

*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규칙을 어기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라.

이것 일론의 경영 방식이고, 항상 성공적이었다.

트위터를 인수하고 80%의 인원 감축을 실행한 것처럼 일론은 어설프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직원을 경멸한다. 자신처럼 워 라벨을 버리고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사람만을 필요로 한다. 어중이떠중이 100명보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10명이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법이다.

일론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의 열정 넘치는 드라마는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흥미진진하다. 전기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도 재밌게 읽으리라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을 쓴 세계적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글솜씨를 믿어도 좋다. 이번 책은 뭔가 본인도 흥미진진하게 쓴 것 같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ㅎㅎ

마지막으로 좀 깊은 질문을 남겨보겠다.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 인류의 영혼에 어떤 이익을 끼쳤나? 테슬라의 전기차와 로켓 역시 인류의 영혼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

육체와 영혼을 이분법적으로 믿는건 아니지만 우리의 좀 더 영적차원으로써 생각해볼 때, 이런 위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고,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일론머스크 #일론머스크전기 #월터아이작슨 #21세기북스 #책리뷰 #베스트셀러 #신간 #북스타그램 #테슬라 #스페이스X #주식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트위터 #일론머스크장영도

@jiinpill21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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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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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보면 엄마의 안위따윈 없는듯하다. 엄마가 스트레스로 병이나던 말던 상관없는 것 같고, 당연히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강아지들도 충분히 다 자라서까지도 어미개의 젖을 물어뜯는다. 어미개는 젖꼭지가 헐어버려 강아지들에게 으르렁 거리면서 새끼들을 떼어내며 도망다닌다.

의문이 많은 나는 또 궁금해한다. 왜 포유류 새끼들은-인간새끼포함(감정이입이 좀 되었음) 어미의 안위 따위 없이 자신들의 욕구만 충족시킬까? 그에 걸맞는 답을 진화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인생 문제의 답을 진화론에서 찾을 수 있다.)

알기쉽게 부계 유전자, 모계 유전자라는 표현을 써보겠다. 부계 유전자는 자신의 아이가 어미쪽에서 계속해서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남편이 바뀔수도 있기 때문이다.(현대의 일부일처제는 잠시 잊자) 그래서 자궁에 자리를 잡으면 어미의 안위 없이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한다. 이런 유전자가 강하면 엄마의 영양분을 필요이상으로 빼앗아 산모가 당뇨나 임신중독증의 원인을 제공한다. 또 태어나서도 밤에 자주깨서 울고, 젖을 오래 먹는다. 밤에 자주 깨고 젖을 오래 먹으면 둘째를 갖는 터울이 생긴다.

반대로 모계유전자가 강하면, 이번 자식을 낳고 또 낳아야 하니 아이들이 보통 순하다. 갸날프게 울고 길게 잠을 잔다고 한다.

와.. 이거 진짜 납득이 간다. 남편이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이건 어른들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닌거다.

또 충격적인 사실, 아이의 태반이다. 태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태반은 아이에게서 나와 어미의 혈관과 연결된다. 이 때, 자신의 세포가 어미에게 들어간다. 그 남은 세포는 첫째 출산 후 임신에 실패하는 습관성 유산이나, 임신중독증에 영향을 준다. 역시 부계유전자일 경우에 그렇다고 한다.

이 책을 비슷한 책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와 비교해보겠다. 둘 다 진화론을 근거로 들며 인류의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다정한것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몇 마리 데려다 놓고 협력을 강조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동물사례와 인간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서 진정으로 우리가 협력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써냈다.

개미의 근연도나, 죄수의 딜레마 등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미 만났던 이론들을 볼 수 있으나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더 쉽게 써줘서 리처드 도킨스가 그 점을 칭찬 한 것 같다.

인류가 협력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사피엔스를 보는 것 같다. 또 랩걸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극한의 연구과정을 재미있게 이야기 하고, 칼세이건처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참 글을 잘 쓰는 듯) 여러 재미진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는 과학책이며, 개인적으로 다정한것이보다 재미있다.

협력에 보상이 따를 때, 자연선택은 그것을 선호한다. 인류는 협력으로 망하고 흥했지만 결국 80억의 개체수를 자랑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종이 되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공유지의 비극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이타적인 협력이 정말 필요한 때이다. 바로 이 점을 작가는 진화론을 들어 효과적으로 설득한다. 그 어떤 설득보다 효과적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의 일인듯 하다.

기버가 뜨는 이유는 종의 생존을 위한 기운 운동인가?

*공유지의 비극 : 한정된 목초지에서 여러 농가들이 서로 소를 많이 키우려다가 결국 풀이 없어져서 서로 키우지 못하게 되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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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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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생존전략 중 하나이다.

원하는 양육을 받으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는 아이는 부모를 잘못 만나면 죽거나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아기 새 역시도 먹이를 달라며 시끄럽게 짹짹거린다. 그 소리는 다른 포식자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죽으라고 먹이를 잡아다 날라야 한다. 그럼에도 울고 떼쓰기 전략이 성공적인 이유는 학대 당할 확률보다, 포식자에게 들킬 확률보다 원하는 바를 얻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새끼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모를 조종한다. 유전자는 자신을 낳아준 개체는 크게 필요가 없다. 이미 세대교체의 임무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생존과 번식이 주된 목적이 된다. 사람의 생각으로 해석하면 괘씸하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바로 이 지점이 유전자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사본을 효과적으로 남기기 위해 다세포 기관을 만들었고, 생존과 번식만을 생각하며, 개체는 단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확장된 표현형은 유전자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개체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로 더 뻗어나간다.


달팽이의 기생충은 본인의 생존 최적화를 위해 달팽이의 껍데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유전적 영향을 끼친다. 달팽이가 껍질을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달팽이 자신에게는 불리하다. 게의 기생충은 숙주인 게를 거세시키며, 새우의 기생충은 새우를 수면 위로 올라가게끔 조종해서 최종 숙주에게 잡아먹히게끔 한다. 동물계에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유전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외부로 뻗어나간다.


아니 근데, 왜 이런 동물들은 기생충들에게 이렇게 당하고만 있나?


물고기가 미끼에 걸리는 이유는 멍청해서가 아니다. 먹이 비슷한 게 있으면 일단 물고 보는 개체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큰 것이다. 먹이인지 미끼인지 구별하는 감각기관을 발달시키려면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미끼 구별을 위해 감각기관에 투자하는 건 그들이 사는 환경에서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의 의미를 쉽게 비유해 보겠다.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을 할 때, 초기 스탯이 있다. 힘에 스탯을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민첩성이나 생명력, 에너지 등에 투자를 할 수 없다. 스탯은 정해져 있고, 거기서 캐릭터 성향에 맞게 투자를 해야 한다. 동물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스탯이 있어서 추가로 감각기관의 발달에 투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확장된 표현형에까지 관심을 보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또한 이 책을 꼭 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부제를 달아보자면 "리처드 도킨스의 변"이라고 하고 싶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공격당한 것에 대한 변론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그의 날카롭고 논리 정연한 주장에 더 이상 학자들이 토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어렵다. 내가 왜 학자들 싸움에 끼어들어 구경하고 앉아있나 싶다. 단지 이기적 유전자를 재미있게 본 죄로...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재밌게 본 사람에겐 추천하지만 아직 진화생물학 관련 책을 많이 보지 못한 분들은 좀 나중에 보기를 추천한다. 제공받은 도서라 좀 장점 위주로 말해야 하는데 거짓말은 못하겠다.


#리처드도킨스 #과학 #유전학 #과학책
#도서협찬 #확장된표현형 #이기적유전자 #진화생물학 #유전자 #동물학 #생물학 #장영도리뷰 #확장된표현형장영도


영화 비바리움과 확장된 표현형

뻐꾸기는 다른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먼저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눈도 안떠진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다른 알들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식량을 독차지 하기 위해서이다. 대리모는 뭣도 모르고 뻐꾸기를 먹이는데, 나중엔 뻐꾸기가 양부모보다 더 커지지만 여전히 먹이를 제공한다. 왜? 먹이를 달라고 벌리는 입속의 색깔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도저히 먹이를 바치지 않을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밥달라고 울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다른 포식자를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럼 양부모는 왜 이렇게 뻐꾸기에게 당하기만 하게 진화했을까? 물론 이들 사이에 군비경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뻐꾸기의 개체가 양부모들의 개체보다 훨씬 적다. 양부모는 평생에 뻐꾸기를 한 번 키울까 말까한 확률이라서 지금까지 뻐꾸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비바리움 의 첫 장면은 이 뻐꾸기로 시작하며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인간 부모에게 자신의 아기를 맡겨서 키우게 한다. 금방 성장해버리고, 엄청난 소리를 지르고, 부모의 모든 것을 따라 말하는 이 아이는 실제 육아 현장과 다를 바는 없다. 아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자 양부는 아이를 차에 가두어버린다. 억지로 아이를 키우는 영화 속의 부모들의 모습도, 실제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모습의 숨겨진 부분을 대변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소리 지르고 떼쓰는 아이를 내버릴까 하는 마음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 물론 실행에 옮기는 뉴스에 나오는 부모들도 있긴 하다.

영화 비바리움과 확장된 표현형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왜 뻐꾸기나 인간의 아이는 자신이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대접을 받을 줄 알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일까? 또 다른 포식자에게 먹힐 수도 있고, 학대하는 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런 위험도 물론 있을 테지만 그 위험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쪽이 더 양육을 무사하게 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확장된 표현형을 압축하자면,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환경적 적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유기체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뻐꾸기 유전자가 양부모를 조종하여 자신의 이득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이 난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내 몸 밖의 다른 개체들을 사용한단 말인가. 우리 몸은 수천 조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입장에선 이미 우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수천조 개의 세포를 제어한다면 좀 더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유전자 하나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복제하는 유전자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공동이익을 나눠 가는 결합체이며, 복잡한 기관과 행동 유형은 군비 경쟁에서 선호되기 때문에 유전자풀에서 살아남아 왔으며, 번식이라는 새롭게 단세포부터 시작하는 생활 주기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이전 책 #뇌와 세계 도 한달이 걸렸는데 둘 다 힘들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른 모든 책을 안 봐도 이 책을 꼭 보라고 했지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마지막에 봐라이다. 증명하는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의심을 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이론에 의심을 품거나 뭐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독자가 먼저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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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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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생존전략 중 하나이다.

원하는 양육을 받으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는 아이는 부모를 잘못 만나면 죽거나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아기 새 역시도 먹이를 달라며 시끄럽게 짹짹거린다. 그 소리는 다른 포식자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죽으라고 먹이를 잡아다 날라야 한다. 그럼에도 울고 떼쓰기 전략이 성공적인 이유는 학대 당할 확률보다, 포식자에게 들킬 확률보다 원하는 바를 얻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새끼들의 울고 떼쓰기 전략은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모를 조종한다. 유전자는 자신을 낳아준 개체는 크게 필요가 없다. 이미 세대교체의 임무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생존과 번식이 주된 목적이 된다. 사람의 생각으로 해석하면 괘씸하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바로 이 지점이 유전자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사본을 효과적으로 남기기 위해 다세포 기관을 만들었고, 생존과 번식만을 생각하며, 개체는 단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확장된 표현형은 유전자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개체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로 더 뻗어나간다.


달팽이의 기생충은 본인의 생존 최적화를 위해 달팽이의 껍데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유전적 영향을 끼친다. 달팽이가 껍질을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달팽이 자신에게는 불리하다. 게의 기생충은 숙주인 게를 거세시키며, 새우의 기생충은 새우를 수면 위로 올라가게끔 조종해서 최종 숙주에게 잡아먹히게끔 한다. 동물계에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유전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외부로 뻗어나간다.


아니 근데, 왜 이런 동물들은 기생충들에게 이렇게 당하고만 있나?

물고기가 미끼에 걸리는 이유는 멍청해서가 아니다. 먹이 비슷한 게 있으면 일단 물고 보는 개체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큰 것이다. 먹이인지 미끼인지 구별하는 감각기관을 발달시키려면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미끼 구별을 위해 감각기관에 투자하는 건 그들이 사는 환경에서 비효율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의 의미를 쉽게 비유해 보겠다.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을 할 때, 초기 스탯이 있다. 힘에 스탯을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민첩성이나 생명력, 에너지 등에 투자를 할 수 없다. 스탯은 정해져 있고, 거기서 캐릭터 성향에 맞게 투자를 해야 한다. 동물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스탯이 있어서 추가로 감각기관의 발달에 투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확장된 표현형에까지 관심을 보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또한 이 책을 꼭 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부제를 달아보자면 "리처드 도킨스의 변"이라고 하고 싶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공격당한 것에 대한 변론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그의 날카롭고 논리 정연한 주장에 더 이상 학자들이 토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어렵다. 내가 왜 학자들 싸움에 끼어들어 구경하고 앉아있나 싶다. 단지 이기적 유전자를 재미있게 본 죄로...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재밌게 본 사람에겐 추천하지만 아직 진화생물학 관련 책을 많이 보지 못한 분들은 좀 나중에 보기를 추천한다. 제공받은 도서라 좀 장점 위주로 말해야 하는데 거짓말은 못하겠다.

2021년도 후기

뻐꾸기는 다른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먼저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눈도 안 떠진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다른 알들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식량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이다. 대리모는 뭣도 모르고 뻐꾸기를 먹이는데, 나중엔 뻐꾸기가 양부모보다 더 커지지만 여전히 먹이를 제공한다. 왜? 먹이를 달라고 벌리는 입속의 색깔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도저히 먹이를 바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밥 달라고 울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다른 포식자를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럼 양부모는 왜 이렇게 뻐꾸기에게 당하기만 하게 진화했을까? 물론 이들 사이에 군비경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뻐꾸기의 개체가 양부모들의 개체보다 훨씬 적다. 양부모는 평생에 뻐꾸기를 한 번 키울까 말까 한 확률이라서 지금까지 뻐꾸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비바리움
비바리움
감독
로칸 피네건
출연
이모겐 푸츠, 제시 아이젠버그
개봉
2020. 07. 16.

영화 비바리움 의 첫 장면은 이 뻐꾸기로 시작하며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인간 부모에게 자신의 아기를 맡겨서 키우게 한다. 금방 성장해버리고, 엄청난 소리를 지르고, 부모의 모든 것을 따라 말하는 이 아이는 실제 육아 현장과 다를 바는 없다. 아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자 양부는 아이를 차에 가두어버린다. 억지로 아이를 키우는 영화 속의 부모들의 모습도, 실제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모습의 숨겨진 부분을 대변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소리 지르고 떼쓰는 아이를 내버릴까 하는 마음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 물론 실행에 옮기는 뉴스에 나오는 부모들도 있긴 하다.


영화 비바리 비움과 확장된 표현형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왜 뻐꾸기나 인간의 아이는 자신이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대접을 받을 줄 알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일까? 또 다른 포식자에게 먹힐 수도 있고, 학대하는 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런 위험도 물론 있을 테지만 그 위험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쪽이 더 양육을 무사하게 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확장된 표현형을 압축하자면,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환경적 적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유기체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뻐꾸기 유전자가 양부모를 조종하여 자신의 이득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이 난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내 몸 밖의 다른 개체들을 사용한단 말인가. 우리 몸은 수천 조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입장에선 이미 우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수천조 개의 세포를 제어한다면 좀 더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유전자 하나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복제하는 유전자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공동이익을 나눠 가는 결합체이며, 복잡한 기관과 행동 유형은 군비 경쟁에서 선호되기 때문에 유전자풀에서 살아남아 왔으며, 번식이라는 새롭게 단세포부터 시작하는 생활 주기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이전 책 #뇌와 세계 도 한달이 걸렸는데 둘 다 힘들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른 모든 책을 안 봐도 이 책을 꼭 보라고 했지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마지막에 봐라이다. 증명하는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의심을 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이론에 의심을 품거나 뭐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독자가 먼저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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